편리함을 좇는 사람들
아침마다 기사를 체크하는데 하루가 멀다 하고 혁신과도 같은 일이 벌어진다. 핀테크, 드론, 무인자동차, 중국의 스타트업 열기, 몇백억의 투자 소식... 내가 하는 일도 크게 다르지 않다. 새로운 문제를 찾고 혁신하려 한다. 보다 더 편리한 무언가를 만들고 그로 인해 돈을 버는 일을 한다. 사람들은 지금보다 나은 어떤 가치에 돈을 쓴다. 냉장고에 덕지덕지 붙은 전단지 중에 하나를 골라 짜장면을 주문하는 대신에 앱을 켜 손쉽게 주문하는 세상이다. 더 편해졌다. '편리한 것이 좋다'라는 명제는 언제부터 나에게 검증도 없이 참이 되어 버린 것인가. 불편하면 안 좋은 건가? 물론 단순히 불편한 것과 편한 것 중 하나를 고르라면 편한 것이 좋다. 하지만 항상 편리함만을 좇는 우리는 과연 그만큼 더 풍요로운 삶을 살고 있는가. 행복한가 말이다.
편리함을 소비하는 사람과 편리함을 파는 사람
냉장고에 붙은 전단지를 찾아 주문하는 것보다 앱을 켜서 주문하는 것이 편리하다. 그래서 우리는 그 편리함을 이용한다. 고맙게도 돈을 더 내라고 하지 않으니 너도 나도 쓰고 있다. 하지만 대가는 지불되고 있다. 우리가 돈을 내지 않으면 누군가는 내야 한다. 제로섬이니까. 복잡하게 남의 어플 수익모델 따져가며 합리적인지 아닌지 분석하자는 것이 아니다. 만약 우리 아버지가 음식점 전단지를 만드는 일을 한다고 생각하면 어떨까. 아버지는 동네 음식점을 대상으로 전단지를 만드는 일을 하는데 이제 음식점이 전단지를 만들지 않으니 일감이 줄어들어 밤에 치킨을 시켜먹는 횟수가 줄어든다. 그래서 치킨집이 하나 둘 사라진다. 그나마 유지되는 곳은 수수료 내는 것이 아까워 튀김유를 오래 사용하게 된다. 그래서 우리는 맛이 예전만 못하다며 치킨을 더 사 먹지 않게 된다.
'우리 아버지는 전단지를 만드는 일을 안 하는데?'
혁신은 모든 곳에서 일어난다. 우리 아버지가 택배 배송기사라면 이제 또 다른 고민을 해야 한다. 드론과 무인자동차가 나오기 때문이다. 당신이 온라인에서 상품을 구매하고 택배 수신 방법을 체크할 때 다음날 도착하는 차량을 선택할 것인가 1시간 후에 도착하는 드론을 선택할 것인가. 추가 금액은 당연히 없다. 당신이 아닌 누군가가 지불할 테니까. 당신이 소비하는 편리함으로 인해 이전의 불편함은 없어진다. 당신이 편해진(배달앱) 만큼 불편한 것(전단지 인쇄소)들이 사라진다. 혁신은 모든 곳에서 일어나지만 혁신하는 사람은 0.1%다. 그들은 혁신의 리스크를 감당하는 대신에 큰 보상을 받게 된다. 99.9%의 사람들은 혁신의 리스크 대신 안전함을 선택하고 0.1%가 만들어내는 편리함을 소비한다.
빚을 내어 사는 편리함
신도시에 아파트가 들어선다. 초고층에 갖가지 편의/상업시설이 함께 입주한다. 사람들은 더 좋은(편한) 아파트로 이사 가기 위해 모델하우스에 줄을 서서 기다린다. 이 흔한 풍경은 새삼스러울 것도 없지만, 문득 아찔해진다. 기업이 은행에 돈(숫자)을 빌려 아파트를 건설한다. 그리고 사람들은 손쉽게 은행으로부터 돈(숫자)을 대출받아 그곳에 입주하여 기업의 빚을 메워주고 평생 빚을 갚기 위해 그 회사에서 일을 한다. 좋은 아파트에 살면서 편해졌고, 불행해졌다. 결국 똑같이 돈(숫자)을 빌렸지만 편리함을 파는 사람은 돈이 쌓이고 편리함을 소비하는 사람은 빚이 쌓인다. 친구 부부가 40평 아파트에 사는 것이 부러울 것이고 그 친구가 빚을 내서 샀다는 사실은 '다들 그렇게 사는 거야'라는 합리화의 과정을 거쳐 나는 새로운 아파트를 계약한다. 정부도, 은행도, 기업도 말리기는커녕 부추기니까.
왜 더 편리해야 하는가
지금 사는 집 외벽에 페인트가 벗겨져서 내 인생이 불행한가, 방이 작아서 내 인생이 점점 불행해지고 있는가? 차가 낡고 작아서 교통사고 사망률이 더 높아지는가? 글로벌 IT기업들이 앞다투어 무인자동차 시장에 뛰어드는 건 좋은 차를 팔아 돈을 벌겠다는 것이 아니라 그 안에서 일을 하고 쇼핑을 하는 등, 라이프 스타일의 변화를 가져오기 때문이다, 그 거대한 변화의 한 가운데서 자사의 기존 플랫폼이 작동하여 하나부터 열 가지의 새로운 구매를 이끌어 낼 수 있기 때문이다. 운전대를 놓을 수 있다는 것은 엄청난 편리함이다. 그 매력에 이끌려 우리는 무인자동차를 사게 될 것이다. 아니 법적으로 이제 인간이 운전을 못하는 시대가 올 수도 있다.
편리하다는 것은 긍정적인 의미이나 주관적 가치판단이다. 폴더폰을 쓰는 사람에게 '야 너 그거 안 불편해?'라고 하면 당사자는 안 불편하다. 편리함에 익숙해진 내가 불편할 것이라 여기는 것이고 유행 집단에 편입 되도록 요구하는 것이다. 폴더폰을 쓰는 사람이 이 질문을 던진다면 우리는 대답할 수 있을까, 아니 이 질문을 헤아릴 수 있을까.
'왜 더 편리해야 하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