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 웹, 인터뷰

대중 미술 생태계를 꿈꾸다.

by 르코

작년 ‘구글 아트 프로젝트’ 심포지엄에서 만난 ‘탱고마이크(Tangomike)’는 마치 스타 같았다.
초고화질 360도 입체 이미지로 바꾼 유물 작업을 선보이자 박물관 관계자들의 명함 세례가 빗발쳤다.
뛰어난 기술 회사인 줄 알았던 탱고 마이크를 실제로 만나보니 미술 시장의 새로운 생태계를 위해 성큼성큼 걸어가는 용감한 회사였다.

글. 전종현 객원기자

harry.jun.writer@gmail.com


탱고 마이크 창업기가 궁금합니다.
탱고 마이크라는 법인은 지난 2012년 12월 6일에 시작했어요. 이제 3년 차죠. 하지만 원래 ‘보이드 크리에이티브’라는 디자인 회사를 전신으로 하기 때문에 실질적으로는 5년 차에 접어들었습니다. 우리나라에서 에어 전시 모델이 비전이 없다고 생각했어요. 디자인에 대한 처우와 인식이 상당히 열악합니다. 디자인 회사에서 독립해도 결국 하는 일은 똑같아서 우리만의 비즈니스 모델을 가진 벤처를 꿈꾸게 됐습니다. 콘텐츠든 서비스든 우리밖에 하지 못하는 유일한 곳(the only one)이 되고 싶었죠. 2010년부터 2012년까지 보이드 크리에이티브로 일한 결과물이 지금과 겉보기에 큰 차이는 없어요. 사업의 범위가 외주, 정부과제, R&D까지 확장됐고 요즘 들어 해외 프로젝트에 더 적극적으로 나간다는 점이 다르죠. 뉴욕 메트로폴리탄 뮤지엄이나 로마 막시(Maxxi) 국립 현대 미술관 같은 곳에서 작업을 선보이고 있거든요. 하지만 정말 중요한 차이점은 명확한 비전을 설정해 나간다는 점이에요.

그럼 탱고 마이크는 어떤 회사인가요?
탱고 마이크는 어떤 회사다 딱 부러지게 정의하기 힘들어요. 디자인 회사일 수도, 개발 회사일 수도, 기획사일 수도 있죠. 아마 벤처라는 표현이 그나마 적당한 것 같아요. 그래서 회사의 비전이 중요해요. 탱고 마이크는 사람들에게 미술을 좀 더 알려주고 싶은 회사입니다. 대중음악은 있는데 대중미술은 없어요.(물론 대중미술이 필요 없다는 분들도 계시지만) 몇 초만 투자하면 바로 들을 수 있는 음악에 비해 미술은 접근성을 비롯해 대중화되는데 많은 제한이 있어요. 요즘 미술관들이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을 만들면서 대중 친화적이라는 말을 하는데요. 그건 본질이 아니라고 봐요. 미술관이 소통하는 대중은 지금 이 시대를 사는 사람들입니다. 그에 알맞은 소통 방식이 필요한 거죠. 단순히 앱 하나 만들어 놓는다고 유용하게 사용하는 유저는 없습니다. 저희는 미술이라는 콘텐츠를 이해하고 이를 접하는 대중을 이해해서 이들에게 적절한 ‘HOW’를 제시하고 ‘WHY’를 해결하는 곳입니다. 좀 더 정확히는 O2O 비즈니스 분야에서 O2O(Online to Offline) 뮤지엄 분야를 하고 있다고 말하죠. 여기서 뮤지엄은 공간적인 의미가 아니라 미술을 접하는 실제, 혹은 가상공간을 통합적으로 의미해요. 미술관은 미술 작품을 판매하는 곳이 아니라 유통하는 플랫폼, 곧 미술을 전달하는 채널입니다.

탱고 마이크가 가장 중시하는 가치는 무엇인가요?
무엇을 새롭게 시도할 때 잘하는 것과 좋아하는 것이 무엇인가 생각하게 돼요. 좋아하는 게 중요해요. 좋아하지 않으면 문제가 생겼을 때 쉽게 그만두곤 하지만, 좋아한다면 실력이 모자라도 잘하고 싶어서 노력하게 되니까요. 새로운 문제들이 닥쳐올 때 가장 좋은 방법은 문제 해결을 멈추지 않는 것입니다. 문제 해결의 성공 여부는 비전이라는 큰 방향 안에서 움직이기 때문에 성공하든 실패하든 다 성공으로 다가와요. 선택지에서 무언가 고르는 행위가 답을 주진 않아요. 일단 하나 골라서 시도해보고 그 결과를 반추하며 다시 또 고르면서 스스로 답을 만들어가는 게 진짜 선택입니다. 이렇게 말하고 보니 겉으로는 사업하고 있지만 마치 도를 닦고 있는 것 같네요. (웃음)

작년 ‘구글 아트 프로젝트’ 심포지엄에서 발표했던 디. 맥(D.Mag) 기술이 굉장히 신선했는데?

디. 맥(D.Mag)은 UHD TV, PC, 태블릿 PC, 무선 공유기 등의 하드웨어와 자체 개발한 소프트웨어가 패키징 된 하나의 솔루션이에요. 이미지 소스는 시간과 잔손이 많이 들더라도 원본과 가장 유사하게 구현하기 위해 물레 위에 작품을 올려놓고 5도씩 총 72번을 돌리며 360도 촬영을 해요. 소스들을 최대한 보정 없이 합치려면 조명 컨트롤을 비롯해 갖가지 촬영 노하우가 관건이에요. 앞으로는 윗부분과 아랫부분까지 구현 범위를 넓히려고 해요. 디. 맥은 구현하는 기기가 UHD일 뿐이지 원본 화질은 몇 배 더 크거든요. 워낙 고화질이라 로딩 시간 없이 바로 불러오려면 하드웨어 최적화도 필요합니다. 디맥뿐만 아니라 작품을 보여주는 다양한 방식의 접근을 연구 중에 있습니다.

이런 자체 기술을 통해 시장에서 승부를 볼 순 없나요?
일반인에겐 신기해 보이겠지만 IT분야에 계신 분이 볼 때는 대단한 기술은 아니에요. 지금 중요한 건 기술보다 탱고 마이크의 아이덴티티인 것 같아요. 미술관이란 공간에 어떤 기술을 어떻게 적용해야 하는지 아는 게 중요합니다. 앞서 말씀드렸듯이 우리는 기술회사는 아니에요. 미술관이라는 공간도 최신 기술이 매번 업데이트되어 적용되어야 하는 공간도 아니에요, 물론 기술을 보유하는 건 중요합니다. 저희도 R&D로 특허를 많이 내고 있어요. 자체 기술 개발은 꾸준히 하지만 공간과 사람에 대한 연구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탱고 마이크는 미술 시장에서 어떤 가능성을 보고 있나요?
제게 미술은 작품이 아니라 콘텐츠예요. 많은 사람이 미술에 친숙하지 않은 이유는 미술이 노출되는 곳이 한정적이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대중에게 많이 노출되는 방법에 대해 생각을 해야죠. 물론 시장의 인식이 함께 따라줘야 합니다. 음악은 LP판에서 CD로, 음원 파일로 변했죠. 혹자는 저질 음원을 누가 듣느냐고 했지만, 지금은 다 듣습니다. 미술에도 음악처럼 새로운 인프라가 필요하다고 생가했어요. 관점의 변화가 필요한 시기라고 생각해요. 사용자(관람객)를 보고 연구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미술관에 꾸준히 오는 사람은 전체의 10%도 채 안됩니다. 정말 대중과 소통하고 싶다면 나머지 90%가 어떻게 행동하는지 관찰하고 생활 패턴을 파악하려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결국 다수를 만족하게 할 수 있는 생태계를 조성해야 해요.

다수가 만족하는 생태계를 조성한다는 건 어떤 의미인가요?
말도 안 되는 일을 저지르는 거죠. 점진적 혁신 보다는 파괴적 혁신이랄까요. 말도 안 되는 것을 던지면서 사람들에게 ‘이게 뭐야?’라는 반응을 이끌어내고 싶어요. 예를 들어 음원 시장은 애플이 아이튠즈와 아이팟을 내놓으면서 혁명적으로 바뀌었어요. 이 정도의 혁신이 일어났을 때 플레이어들이 움직이면 생태계가 새롭게 열립니다. 돈이 될 것 같으면 따라가는 사람들이 생기고, 이런 모습을 보고 또 사람들이 뒤따라 움직이는 거죠. 특히 작품을 만드는 작가들이 움직인다면 얘기가 달라집니다. 애플 덕분에 음원 시장이 바뀌면서 그 안에서 활동하는 플레이어들은 만족도가 높아졌어요. 결국 멋진 디바이스와 그것을 유통할 수 있는 플랫폼 덕분이죠. 미술이 콘텐츠가 돼야 사람들이 손쉽게 공유하고 구매할 수 있습니다. 외국의 예를 들어보면 프레임드(FRAMED) 2.0처럼 디지털 아트 작품을 풀 HD 디스플레이에 담아 인테리어 소품처럼 이용할 수 있는 서비스가 진행되고 있어요.

말씀하신 예는 흥미롭지만 실제 얼마나 확산 가능할지 의문이 들어요.
미술 시장은 아주 큽니다. 중요한 건 본질에 꼭 맞는 무언가를 만드는 거예요. 누가 애플이 될 수 있는지 명분도 필요해요. 탱고 마이크는 미술 시장에서 계속 새로운 움직임을 시도할 겁니다. 나중에 우리가 어떤 일을 저질렀을 때 ‘어디 한 번 볼까?’하는 관심과 믿음이 생긴다면 거기서부터 일이 시작된다고 믿습니다. 마케팅적 관점으로는 고객들에게 전달하는 방식이 중요해요. 예를 들어 고급 아파트에 디지털 액자가 빌트인으로 들어간다면 어떨까요. 이미 국내에 그런 예가 있어요. 만일 날씨와 시간에 따라 디지털 액자 속 작품이 바뀌고, 국립 현대 미술관에서 열리는 새로운 전시에 대한 프리뷰 정보를 디지털 액자에서 볼 수 있다면 어떨까요. 입소문이 나서 다른 사람들도 관심을 가지기 시작하면 단가도 점점 낮아지게 되고 보급률이 높아질 거예요. 사실 저희는 답을 내놓기보다 던져 놓는 것에 가까워요. 맞는지 틀리는지는 소비자에게, 좋고 나쁨은 역사에 판단을 맡기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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