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선 새해맞이

모두의 별장

by 르코
낯선 사람들과 새해를 맞이해볼까

인천 강화도의 시골마을에 파란 지붕의 이국적인 게스트하우스에 도착했다. 짐을 풀고 공동 공간인 거실에 앉아 주인장, 매니저와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사람들이 하나 둘 들어온다. 처음 보는 사람들이 문을 열고 들어올 때마다 어색한 인사보다는 친지분들이 우리 집을 찾아준 듯 반가움이 크다. 신기하지. 새해인지라 게스트 하우스 임에도 가족 손님들이 두 팀이 있다. 나와 같은 사람(홀로 여행객)들이 많을 거라 생각하고 찾았기 때문에 의아하기도 하다. 아직은 서로 인사만 나눠 거실에는 약간의 어색한 공기가 채워져 있다. 낯선 공간에서 익숙한 사람들에게 메일을 썼다. 한 해 동안 고생해준 사랑스러운 학생들에게 고마움의 마음을 전하는 글. 어느 순간 비즈니스 관계로 채워진 나의 연락처와 SNS. 그 와중에 학생들과의 수업은 단비 같은 만남이었다. 고마운 친구들.


어느덧 저녁이 찾아왔고, 이곳을 찾은 모든 게스트가 한자리에 모였다. 적당한 어색함이 나쁘지 않았지만 두툼한 바비큐 한 점과 알싸한 와인 한 모금에 분위기는 흡사 새해 여느 가족 모임인 듯 화기애애 단란하다. 참 신기하지. 4살 아이부터 부모님 뻘 되는 어르신들, 그리고 또래 친구들. 테이블에 둘러앉은 사람들을 보니 어쩌다 '또 하나의 가족'이 만들어졌을까. 노란 조명과 왈츠가 어우러지니 국적 없는 어느 나라에 와 있는 듯하다. 서로의 말에 진심으로 귀기울이며 사는 이야기를 듣는다. 내가 살아가는 방식은 75억 분의 1밖에 되지 않는데 전부가 되기도 한다. 다른 사람들의 살아가는 이야기는 그래서 소중하고 귀한 경험이 된다. 조용한 호텔방에서는 얻을 수 없는 것들.


3.

2.

1.

짠.

찐한 럼주 한잔을 들이켜며 낯설고 익숙한 새해를 맞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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