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의 인연
안녕 학생들.
개강을 앞둔 오늘, 바람은 차지만 햇살만큼은 봄이 당장이라도 올 것 같은 기대감을 갖게 하는구나. 3.1절... 휴일이 무색하게 너희의 마음은 휴식하지 못했을 것도 같네. 길고도 짧았던 방학을 어떻게들 보냈는지 모르겠구나. 학교를 마치고 내 인생에 더 이상 ‘개강’이란 단어는 없어졌는데 문득 내일이 되면 너희들이 으레 학교에 가는 것처럼 나도 그곳에 함께 있었으면 좋겠다란 생각이 들었단다. 너희와 함께 수업을 할 때도, 끝난 지금도 나는 너희들에게 가르침보다는 나눔을 줄 생각이야. 그게 맞지
살아가면서 나의 의지와 상관없이 혹은 의지로 인해 마주치는 사람이 수천만 명이 될지도 모르는데, 그중에 내가 뜻 밖에 선택한 결과로써 너희를 만났고 1년을 함께 했으니 얼마나 특별한 인연일까. 학교는 그저 인연을 만나게 해 준 장소에 불과하니 수업이 끝났다고 인연이 끝난다면 너무 슬픈 일인 것 같아.
나는 어느 때 보다 열심히 살고 있단다. 우리 팀이 함께 만든 꿈은 억 리 밖에 있어 보이지도 않지만 그곳을 향해 가고 있다는 사실이 나를 하루하루 기쁘게 한단다. 꿈이 있고, 가고 있고, 함께할 사람이 있다는 것. 이 세 가지면 행복할 이유로 충분한 것 같아. 닿게 될 테니까.
살면서 마주치는 게 아름다운 인연뿐이라면 얼마나 좋겠냐마는 그렇지는 않구나. 어디서부터 잘못된 건지도 모를 만큼 혼란스러운 사실들이 우리 앞에 나타나네. 하루하루 다짐을 하며 살아내 보지만 시간이 지나 뒤돌아보면 다시 제자리일 때도 있지. 그땐 다시 앞을 보자꾸나.
상상해볼래? 만약 1년 동안 내가 해야 할 일들을 몽땅 모은 보물 꾸러미를 누군가에게 가져가서 “자 이걸 줄 테니 그것을 내놓으시오”라고 한다면. 너희는 그 소중한 보물 꾸러미를 주고 무엇을 얻고 싶니.
보물 꾸러미를 만들어보면 좋겠다. 1주일짜리 말고 1년짜리 말이야. 앞으로 2년, 5년, 10년.... 점점 더 큰 보물 꾸러미도 만들어 갈 수 있을 것 같아. 그러다 보면 누구랑 같이 만들지도 고민해볼 수 있을 것 같고 누구에게 가져갈지도 생각해보게 될 것 같구나. 만약 누구에게도 가져갈 수 없다면 실망하지 말고, 포기하지 말고 나에게 가져올래? 얼마나 고민하고 노력했을지 나는 아니까 네 이야기 들어줄게. 그리고 도움을 줄 수도 있을 것 같아.
바쁜 와중에 너희들과 수업했지만 수업 날이 기다려 질만큼 즐거웠단다. 봄에 만났고 다가오는 봄에는 함께 하지 못하지만 여전히 만나면 즐거울 소중한 인연이지. 인연은 보물과 같지만 보물처럼 넣어두기만 하면 안 된단다. 또 만나자꾸나.
쌤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