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절함을 요구하는 사회, 그리고 간절할 수밖에 없는 사람들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한 심사위원이 참가자를 탈락시키며 말했다.
"당신에게선 간절함이 느껴지지 않아요"
비슷한 실력의 참가자 둘을 놓고 저울질하다 마지막으로 갖다 댄 심사의 잣대는 간절함이었다.
간절함을 요구하는 사회. 그리고 간절할 수밖에 없는 사람들
한해 570회의 박람회가 우리나라에서 열린다. 박람회는 참가 업체와 구매자의 연결을 통해 직간접적 매출의 발생, 관련 종사자에게 산업의 동향 제공, 나아가 해당 산업의 증진을 위해 개최된다. 평균 173개의 업체가 박람회에 참가하는데 대부분은 판로개척과 당장의 매출 계약을 기대하고 참가하게 된다. 매우 간절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과연 박람회 참가는 업체에게 유의미한 일일까? (모터쇼와 같은 몇몇 대형 인증 전시회는 논외로 한다.)나 역시 박람회에 참가해본 경험이 수차례 있다. 내 경우의 답은 "Apsolutely No"다. '광고효과를 얻을 수 있지'라고 한다면 그냥 페이스북에 광고를 집행하는 게 훨씬 낫다. 몇 차례의 희망고문과 자금/인력 낭비를 거쳐 박람회에서 내가 얻은 것은 다시는 박람회에 참가해선 안된다는 '확답'이다. 한해 우리나라에서 열리는 박람회는 2014년 기준 총 570회이다. 이중 22%인 127회가 서울의 코엑스에서 열린다. 일 년은 365일이니 코엑스는 3일에 한 번꼴로 박람회를 열고 있다. 박람회에 참가해본 업체는 알겠지만 대략 이틀 정도만에 모래성이 만들어지고 하루만에 철거된다. 당연히 완성도가 높지 않으며 완성 되지도 않는다. 박람회 오픈 후에도 공사가 마무리되지 않거나 제품이 들어오지 않은 부스가 수두룩 하다. 매출은 그렇다치고 안전사고는 어떻게 할 것인가? 놀랍게도 이곳에서 안전사고가 발생하면 전시 주최사는 해당 전시관의 업체 등록이 무효화된다. 더이상 할수 없다는 뜻이다. 우리나라에서 570회나 박람회 열만큼 증진시킬 산업이 많은가?
간절할 수밖에 없는 사람들, 간절함으로 이익을 취하는 사람들
기업에서 1억짜리 프로젝트를 발주한다. 기획사에서 경쟁 PT와 물밑작업을 통해 프로젝트를 수주했다. 자 이제 할 만큼 했으니 비딩을 통해 병이 될 업체를 찾는다. 대형 에이전시는 경쟁 PT와 물밑작업을 통해 7,000만원에 이 일을 따간다. 자 이제 마진이 크지 않으니 PM만 하고 다시 비딩을 통해 정이 될 업체를 찾는다. 소규모 에이전시는 경쟁 PT와 물밑작업을 통해 3,000만원에 이 일을 따간다. 자 이 일은 애당초 내부에서 소화할 수 없었으니 비딩을 통해 무가 될 프리랜서와 스튜디오를 찾아 협업한다. 자 이제 제작 실무자들은 열악한 환경에서 그들의 고혈을 짜내기 시작한다.
1억이 투입된 프로젝트는 갑을병정무를 거쳐 실예산 3,000만원+ 간절함 7,000만원으로 Kick off 된다. 그리고 결과가 당연히 만족스러울 수 없는 기업에서는 다음번에는 5,000만원에 프로젝트를 발주하게 되고 모든 업체는 또다시 울며 겨자먹기로 비딩에 뛰어들 것이다. 매우 간절하기 때문이다.
사라진 현금 7,000만원. 그리고 그것을 대신하는 간절금 7,000만원
열정페이로 대학시절 경험을 쌓다가 사회에 발을 딛는 순간 또 다시 간절페이와 맞닥뜨린다. 그 조차 거부한다면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처럼 더 간절한 사람에게 기회는 돌아간다. 여기까지는 그나마 아름다운 case. 간절페이 시스템은 잠재적 범죄를 동반할 수 있다. 인분 교수 사건, 연예기획사 연습생 성접대 사건은 돈을 주는 자(권력을 가진 자)가 돈을 받는 자의 간절함을 악용한 간절페이의 폐해이다. 이 같은 간절페이 시스템은 대부분의 조직에서 작동하며 그로 인해 구성원은 잠재적 범죄에 노출 된다. 또한 부당함은 보상심리를 강력하게 작동시켜 피해자를 한순간에 피의자로 바꾸기도 한다.
취재를 나온 기자가 도로 위를 질주하는 레커차 운전자에게 마이크를 들이밀며 묻는다.
"지금 이거 범법행위인 거 아십니까?"
"어쩔 수 없어요. 나도 먹고살아야죠."
이들에게 성공이 간절한 것은 부당함을 벗어나는 유일한 길이라고 생각하기 때문
행복-성공-돈의 관계를 명확히 정의해봐야 한다. 집요하게 '왜'라는 질문을 해나가면 결코 이 셋은 연결되어 있지 않다. 당연하지 않다는 말이다. 행복은 좇는 것이 아니라 나란한 것이다. 나중이 아니라 지금 행복한 것이 우리가 이야기하는 행복한 삶일 것이다. '지금 행복하지 않은 것이 돈이 없기 때문이고 돈을 벌려면 성공을 해야 하고 성공하면 행복할 것이다.' 라는 공식은 온갖 비약과 오류의 결정체이다. 이 공식이 부모 세대에게 용인되었는지는 몰라도 우리 세대에는 결코 맞지 않다. 그래서 우리는 다시 질문해봐야 한다. 나중이 아닌 지금 행복하려면 무엇을 해야 하는지.
간절함이 느껴지지 않아 탈락한 참가자는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노래를 부를 때가 가장 행복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