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눈 화살

by 르코

앞서가던 오토바이 한 대가 균형을 잃더니 바닥에 그대로 고꾸라졌다. 내동댕이 쳐진 운전자는 그 자리에 쓰러져 움직이지 않고 있는 상황. 서둘러 차를 세우고 비상 깜빡이를 켜둔 채, 운전자에게 달려가는데 다리가 떨려온다. 의식이 있는지 확인 후 바로 핸드폰을 꺼내 1.1.9. 를 차례로 눌렀다. 난생처음 119 신고를 했고 다리의 떨림이 어느새 손에 까지 전해져 온다. 평소 나답지 않게 두서없이 상황을 설명하고 사고 위치를 알렸다.

퇴근길 체증으로 그리 빠르지 않은 일반도로에서 배달 오토바이가 차선을 무시하고 달리다 앞 차를 살짝 부딪히며 균형을 잃고 쓰러진 사고. 뒤따르던 나와 옆 차선의 차가 안전을 위해 뒤차를 막아섰고 앞서가다 부딪힌 차의 운전자는 영문을 모르는 쿵 소리에 당황하여 차에서 내려걸어오고 있었다.

남자 한분이 느릿느릿 다가오더니 묻는다.

"신고했어요?"

"네, 방금 119에 신고했어요."

"경찰에 신고했냐구요."

"네? 아니요. 경찰은 안 했는데..."


구급대가 오는 동안 나는 계속 오토바이 운전자의 의식만 확인할 뿐, 어떤 일도 할 수 없었다. 어느새 사람들이 길가에 모여 서서 수군대며 상황을 지켜보고 있었다.


잠시 눈을 감았다가 떴을 때는 눈앞이 온통 하얀색이었다. 정신을 차리고 보니 케케 한 냄새가 코끝을 자극하고 주변은 온통 산산조각 난 파편들 뿐이었다. 다행히 사고가 났다는 걸 알아차리는 데 그래 오래 걸리지 않았다. 서둘러 차를 빠져나와 안전한 곳으로 피해 서서 사고가 난 곳을 바라봤다. 새벽 3시 40분. 서울을 빠져나가는 요금소에 내 차가 전복된 채 끼여 있었다. 톨게이트 직원으로 보이는 여성이 달려오더니 몸 상태를 묻는다. 그리고 이어진 대화는 평생 잊혀지지 않는다.

"보험사에 전화하셨어요?"
"아직이요... 제 핸드폰이 차에 있나 봐요. 대신해주시면 안 될까요."
"저는 들어가 봐야 해서 안되고요. 얼른 차에서 핸드폰 꺼내오세요"
"저길 들어가라고요? 저는 지금 저기서 살아 나온 사람이라구요"
"아니. 빨리 레커차를 불러야 저 차를 뺄 수 있잖아요. 얼른 통행 재개해야 돼요"

뒤이어 온 경찰은 내게 음주 운전인지 묻기 바빴고 직원들은 새벽녘에 터진 사고에 불만 어린 표정으로 일사불란하게 사고 현장을 수습했다.
늦겨울의 추운 새벽. 나는 사고가 났다는 사실보다 어쩌면 더 위험한 사실을 목격하고 있었다.

다행히 사고가 잘 수습되고, 돌아오는 차에서 나는 그때의 경험을 다시 떠올릴 수밖에 없었다. 저만치 서서 수군대며 구경하는 사람들. 차가 막힌다며 클락션을 울려 대는 사람들. 자신의 일이 가장 우선인 사람들. 그중 나를 가장 슬프게 하는 건, 쓰러진 오토바이를 보고 차에서 내리는 위급한 순간 내 머리를 스친 생각이었다.


'누가 먼저 내리지 않을까?'


모두 다 화살을 겨누고 있다. 화살을 많이 든 사람에게 분노하지만, 모두 화살을 겨누고 있다는 사실은 변함이 없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