겸손한 것들의 변주

고암 이응노 생가 기념관

by 르코

보리밭길 가로질러

연꽃 다리 건너고

친절히도 명찰 단 들꽃들 지나면

미술관이 앙증맞게 앉아있다.


전희의 아름다움에 밀릴까 걱정이 될법도 한데

작품의 굴곡진 역사를 담담히 품으려고

미술관을 이다지도 겸손하게 지어놓았다.


감정 놓칠세라 부단히 담고는 있지만

아름다운 것들이 차고 넘친다.


그것들 잡아두려고 자리 잡고 앉아

썩 어울리지 않을 노트북을 꺼냈다.

투다투다.투다.투구다.

새소리에 얹으니 비트감이 썩 괜찮다.

문득 새소리가 점점 커진다.

두리번거리다가

믿기지 않겠지만, 나도 믿을 수 없었고

갑자기 보리밭 가운데로 사내 하나가 불쑥 솟아

오카리나를 불고 있다.

마그리트!

하늘에서 사람비라도 내려준겁니까


고암 이응노 선생이 살았던 곳

툇마루에 앉아서

겸손한 것들을 변주를 듣고 있자니


이곳은 초현실인게다.


이응노 생가의 툇마루. 선생이 앉았을 법한 적당한 곳에 틀어 앉아 글을 쓰고 있자니 기분이 뭉게뭉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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