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클럽 멤버들과 함께한 2박 3일간의 제주 여행
지잉, 지잉, 징징지잉. 여행 당일 아침. 쉴 새 없이 카톡이 울려댄다. 조금 과장해서, 실시간 방송 중계라도 하듯 메신저로 서로의 위치와 상황을 전파하고 있었다. '휴대폰 없었으면 제주에 올 수 있겠어?'라는 생각이 스쳤지만... 여행이면 자고로 들떠야 제맛이지. 멀리, 서울에서 오는 친구(내가 활동하는 북클럽, 트레바리의 멤버)들을 맞이 하기 위해 새벽부터 쉴 새 없이 분주한 내 움직임에 지잉, 지잉, 징징지잉 장단이라도 맞추는 듯 우리는 여행의 설렘을 따로 또 같이 함께 했다.
피켓이라도 들고 갈걸 그랬나. 서울에서 한 달에 한번 점잖게 토론하던 멤버들을 제주, 그것도 (설렘의 상징인) 공항에서 맞이하니 반가움이 그득했다. 어디 돈만 있다고 떠날 수 있는 게 여행이던가, 젊은 청춘 8명이 한데 모여 여행을 떠난다는 건 기꺼이 서로에 대한 기대와 배려가 알맞게 버무려진 결과 이리라. 반갑습니다. 제주에 오신 것을 격하게 환영합니다. 이제 나를 따르라. 요.
뜻밖의 숙소_토리코티지 일광 전구
단언컨대, 제주 하늘 아래 8명이 묵기에 이보다 더 좋은 숙소는 없다. 앞으로 토리와 세렌디피티 제주는 멋진 프로그램들을 함께 하기로 결의(?)함으로써 가오픈 기간임에도 우리는 이 아름다운 공간의 뜻밖의 첫 손님이 되었다. 여행 프로그램은 공간을 정하고 그곳에 맞게 기획을 해야 좋다. 숙소 2개 동, 식당 1개 동으로 이루어진 토리의 공간은 멤버들이 불편함 없이 숙박하고 파티를 즐기기에 최적의 장소다. 풀까지 있으니 이건 뭐 반칙. 의도치 않았지만, 아름다운 비율로 남녀가 모집이 되어 숙소 1개동씩 나눠 짐을 풀었다. 식당동과 풀에서는 이제 제주제주 낭만낭만한 파티들이 열릴것이라. 빠밤.
뜻밖의 파티 첫 번째_8월의 크리스마스
짐을 풀고 식당에 모여 앉아 저녁 준비에 대해 이야기했다. 두 팀으로 나뉘어서 팀별로 장을 본 뒤 요리하겠노라 하고 메뉴를 정하기 위해 이번 파티의 컨셉을 알려주었다. "이번 파티의 주제는 크리스마스입니다." 햇빛이 뙈앙뙈앙 내리쬐던 한여름의 제주에서 느닷없이 울려 퍼지는 재즈 캐럴, 노랑 조명과 촛불이 어둠을 녹이고, 빨강과 초록의 아름다운 보색들이 빛난다면. 이 밤은 분명 크리스마스인게지.
투박하지만 산해진미 부럽지 않을 파티상이 차려졌다. 빨강 초록의 꼬치, 브로콜리와 방울토마토로 만든 크리스마스 트리, 그리고 치킨 바비큐까지. 언젠가 크리스마스가 빨리 오길 바라던 그 간절함이 조금은 채워지는 순간이었다. 풀장에서 이어진 2차전. 풀파티는 나를 비롯한 모두의 정신줄을 놓게 할 만큼 격정적이고 낭만적이었으니 쉿. 비밀이다.
뜻밖의 파티 두 번째_미장센, 비비안 마이어
여행 전, 참가자들에게 비비안 마이어의 작품 이미지를 주며 말했다. "여기 사진들 중, 마음에 드는 사진을 골라서 사진 속 인물처럼 옷을 챙겨 와 주세요. 드레스 코드입니다." 어색어색, 주저주저할까 걱정했건만 이내 단톡방으로 자신이 고른 사진들이 올라왔고 뭐가 어울리네 마네, 이야기 꽃을 피웠다. 그렇지. 여행지니까 그깟 부끄럼 따위 내려놓자고요. 둘째 날 저녁, 미장셴 파티가 시작되었다. 다들 한 컨셉하는 드레스를 입고서 파티장으로 입장했다. 빨간 롱 드레스와 은색 구두, 클러치를 든 여인은 당연히 주인공이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루이 암스트롱의 음악이 귀에 착착 감기니 어찌 어색할쏘냐, 프랑스에서 공수해 온(멤버 중 한 분이 프랑스 여행에서 바로 오시는 엄청난 열정을 보여주셨다.) 샴페인 한잔씩 들고서 하하호호 이야기 나누며 그럴싸한 사진들을 찍어댔다. 언제 이런 짓(?)을 해봅니까. 제주니까. 뜻밖의 파티니까 해보는 거지요. 미장셴 파티인 이유는 우리가 비비안 마이어의 다큐영화를 함께 보기 때문이다. 작가의 사진 속 인물이 되어 작가의 생애를 담은 영화를 보는 건, 아마도 매우 특별한 경험일 것이다. 그렇게 '연출된 장면, 미장셴'처럼 우리는 1950년대로 돌아가 그 시절을 살아간 작가의 일생을 함께 관람했다. (무비 토크를 진행하려고 했으나 시간이 너무 늦어버려 그건 다음 기회에.)
신나는 음악을 들으며 숲길을 달렸고, 정원이 아름다운 미술관에서 인생에 대해 생각해봤고, 창이 아름다운 카페에서 가족사진을 찍었고, 크래프트 비어 브루어리에서 알싸한 맥주 한잔을 들이켰고, 밤바다에서 세상 신난 얼굴로 불꽃놀이를 했다. 우리는 2박 3일 동안 청춘을 아름답게 보내고 있다는 적극적이고도 매력적인 신호를 제주 하늘에 끊임없이 보냈다.
함께해준 분들에게 전하는 고마움의 말.
첫 프로그램이라 많이 부족했습니다. 그 부족함, 웃음으로 메워 주셔서 고맙습니다. 깊은 이야기들을 나누지는 못했지만 평소 알지 못했던 새로운 모습과 마음들을 많이 보았기 때문에 충분히 친구가 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돌아가고 나니 함께한 기억이 너무 많아 잠시 쓸쓸하기도 했지만, 다시 만날 테니 기분 좋은 마음으로 일상으로 돌아갑니다. 제주는 언제나 옳고 여전히 아름다울테니... 그래요. 또 함께 해요.
*<트레바리_뜻밖의 여행>은 트레바리 멤버만을 위해 세렌디피티 제주에서 특별히 기획한 프로그램입니다.
세렌디피티 제주는 제주 곳곳에서 여행자를 위한 파티를 열어 건강하고 유쾌한 네트워킹 문화를 만들어 나갑니다. 여행지에서 뜻밖의 일을 맞이한다면 당신의 여행은, 그리고 일상까지도 좀더 의미있는 변화들로 채워질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