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문에 질문하다.

트레바리 아트씨, <비비안 마이어_나는 카메라다> 토론 후기

by 르코

"예술작품으로서 인정되는 사진의 범위(촬영, 인화)는 어디까지라고 생각하세요?"

"저는 질문을 조금 바꿔야 된다고 생각해요. <사진의 범위는 어디서부터 인가?>로 말이죠."


트레바리 아트씨의 첫 시즌, 첫 모임. 우리는 존 말루프의 <비비안 마이어_나는 카메라다>를 읽었고, 동 작가가 연출한 <비비안 마이어를 찾아서>라는 제목의 다큐 영화를 감상했다. 그리고 한 곳에 모였다. 17명이 말이다. 예술 비평가도 아니고 예술을 전공한 사람들도 아닌, 단지 예술이 궁금한 사람들 17명이 모였다. 나에게는 이 순간이 감동이고 행복이다. 예술이 업이 아닌 사람들이 예술을 이야기하기 위해 이 귀한 주말을 반납하지 않았나. 이들의 시간이 헛되지 않도록. 잘 해보기로.


<북 토크 1>

왜 자신의 사진을 공개하지 않았을까?

비비안 마이어는 예술가인가?

비비안 마이어의 작품이 세상 밖으로 나온 것에 대한 당신의 생각은?


"비브는 자신의 작품을 공개하지 않았던 게 아니라 그 방법에 있어 서툴렀던 것이라 생각해요. 스스로 예술가라고 여기고 있었다고 봐요."

"비비안 마이어가 예술가 인지 아닌지에 대해 우리가 정의 내리는 것이 맞을까요? 예술가라는 명칭은 누가 붙여주는 걸까요. 과연 우리가 흔히 말하는 예술가들이 스스로 예술가라고 인지하고 작품 활동을 했을까 싶기도 해요?"

"그럼 예술가의 정의는 무엇일까요? 누군가가 인정을 해줘야 예술가인 건가요?"

"예술가를 정의하기 이전에 예술의 정의는 뭘까요? 인스타에서 찍은 사진들은 예술이 될 수는 없는 건가요? 누군가(비평가 혹은 대중) 작품에 대해 비평을 하고 인지도가 쌓여야 예술작품으로서 인정이 되는 걸까요?


미스터리 포토그래퍼, 비비안 마이어는 끝내 스스로 작품을 공개하지 않은 채 죽음을 맞이 했고, 사후에 존 말루프에 의해 알려진 사실들은 우리에게 <과연 예술가는 누가 만들어내는 것인가>에 대해 많은 질문을 던지게 했다. 편집광적인 일생을 산 그녀에게 과연 예술가라는 타이틀이 어울리는 것인지, 혹 그렇다면 그것은 어떤 과정으로 사회적 동의를 얻게 되는지에 대해 많은 이야기들이 오갔다.

'이 토론의 풍경이야말로 가장 순수한 형태의 예술 비평이고 우리가 예술을 즐기기 위한 시작점이 아닐까.' 감상에 젖지 마시라. 감동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북 토크 2>

예술로서 사진의 범위(촬영, 인화)는 어디까지인가?

예술은 관객이 필요한가?


"프린트물을 볼 때 조명도 매우 중요해요. 조명에 따라 색감이 확연히 바뀌잖아요. 그렇다면 조명도 예술의 범위에 포함이 되어야 할까요? 어디서든지 해석이 들어갈 수밖에 없다고 생각해요."

"저는 질문을 조금 바꿔야 된다고 생각해요. <사진의 범위는 어디서부터 인가?>로 말이죠."

"작품이 관객과 만나는 순간이 예술이 되는 시점이라고 생각해요."

"온전히 예술가의 의지입니다. 표현 자체로도 예술이 될지 관객을 통해 완성될지는 말이죠."

"나무가 쓰러졌는데 그것을 아무도 보지 못하면 그건 나무가 쓰러진 것일까요?"


아름답다.

책에서 한 발짝 뒤로 나와 예술에 대한 토론을 이어가는데 이들은 이제 막 말문이 트인 사람들 마냥 논쟁을 벌였다. <북 토크 1>에서 제한되었던-책과 영화의 내용에서만 토론하기로 했기 때문에-'예술'로 범위가 확장되자 조금 더 많은 질문들이 이어졌다. 질문들이 이어졌다? 그랬다. 토론자들은 어느새 질문을 던지고 있었다.


직장생활 한지 얼마 안 되었지만 스스로에게 제일 많이 했던 질문은, 또 남들에게 제일 많이 들었던 질문은 "그래서 결론이 뭔데?"였습니다. 지난주 토요일, 예술은 무엇인가, 예술가는 어떤 사람인가, 어디까지가 예술의 범위인가 등의 답 없는 질문들을 함께 고민하며.. 제가 왜 아트씨에 왔는지, 왜 예술에 관심을 갖고 싶은지 약간의 실마리를 찾은 것 같았습니다. -지대형님의 모임 후기 중 발췌

답을 찾는데 너무 익숙해져 있는 것 같다. 그 답조차도 사회적 통념의 범주에 갇힌 "보기"가 있는 경우가 많다. 좋은 질문을 던져야만 좋은 답을 얻을(만들) 수 있다. (답은 찾는 것이 아니라 만드는 것이라 생각한다. 왜냐하면 답을 찾으려면 결정이 오래 걸리지만 답을 만든다고 생각하면 결정이 빨라지기 때문이다.) 좋은 질문을 던지고 문제를 발견하는 것은 결국 우리의 삶을 의미 있는 방향으로 이끌 것이라 확신하고 예술은 그러한 경험을 더욱 깊이 있게 만들어주기에 충분할 것이다. 가령 이런 질문들로.


"당신은 질문하며 살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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