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첫 미술 식당.
작년 12월 출장으로 인해 건너뛴 터라 새롭게 시작된 한 해가 미술 식당 운영에 있어서는 부담이었다. 결국 운영자를 뽑기로 했고, 우리는 마침내 미술 식당에 꼭 맞는 분과 뜻을 함께 하게 되었다. (어쩌면 나보다 미술 식당에 더 잘 어울리는 듯) 첫 시작을 조금 의미 있게 하고 싶어 주변 지인들의 도움을 받아 티 테이스팅 파티를 기획했다. 공간(카페)을 흔쾌히 빌려주시고 손수 음식까지 준비해주신다는 홍대표님, 단골에게 홍보 역할을 톡톡히 해준 케이디, 그리고 케이디의 지인을 통해 멋진 와인 셀렉까지. 여러모로 모두의 관심과 도움으로 2015년 첫 미술 식당이 문을 열게 되었다.
브런치 후 전시 관람이 원칙이나 이날 만큼은 파티를 위해 전시를 먼저 보게 되었다. 서울시립미술관의 아프리카 나우전. 4명의 새로운 참석자를 포함해 6명이 전시를 관람했다. 새해 첫 미술관으로 서울시립미술관을 결정한 이유는 얼마 전 접한 인터뷰 기사 때문이었다. 최근 이 미술관의 변화는 개인적으로 매우 흥미롭고 긍정적이라 생각해 관심 있게 지켜보고 있었는데, 인터뷰에서 유명 전시 커미셔너라는 분은 그렇지 않으셨나 보다. 블록버스터 전시 개최를 미술의 대중화로 포장해 최근의 시립미술관의 운영 행태를 비난하듯, 아니 비난하고 있었다. 매 전시마다 다양한 작가를 소개하고 실험적 시도를 하고 있는 서울시립미술관은 공공미술관으로서의 사명과 의무를 다하고 있고 나아가 미술의 대중화에 매우 근접한 노력이라 보인다. 이 기사에 대한 코멘트를 적자면 너무나 길어지므로 이쯤 하고… 그리하여 약간의 반발심에 더해, 아프리카 나우 전에 대한 지인들의 호평이 있었기에 첫 미술관으로 선택하게 되었다.
전시는 기대만큼이나 볼거리가 풍성했고 의미 있었다. 심미적인 부분에서의 만족도 만족이지만 전시를 풀어나가는 방법과 메시지 전달을 위한 공간 활용이 재미있다. 예를 들면, 유럽의 한 미술관인듯한 공간에 아프리카 작가들의 작품을 걸어둔 것. 탈식민주의라는 메시지를 역설적으로 보여주는 듯 재미있게 다가왔다. 그 외에도 작품 자체의 컬러와 소재들도 하나하나 뜯어보면 재미가 있어서 그 전시 커미셔너라는 분이 와서 좀 봤으면 좋겠는데 그분은 대중이 아니니까 패스.
전시 관람 후, 1층 카페에서 어찌나 심도 깊은 이야기를 나누었던지... 전시에 관한 이야기에서부터 미술계의 현실과 문제에 대한 논문스런 이야기들을 나누다가 급기야 한국의 경제성장에서의 문제점까지 도출이 되어 급하게 토론을 마무리했다. 처음 보는 사람들과 하나의 주제를 가지고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대화하다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밥 타임을 놓치고 말았다.
역삼동에 위치한 아리아떼. 간판도 없이 대로변에 숨어 있는데 문을 열고 들어서면 곧장 힐링의 기운이 느껴진다. 남자들이 우르르 들어갈 수 없을 것만 같은 분위기이므로 주의하는 것이 좋다(물론 그럴 일 없겠지만). 플라워 카페라는 콘셉트처럼 덩굴식물과 꽃들이 만발해 있고 허브향이 공간을 채운다. 한껏 우아한 곳에서 미술 식당의 첫 시작을 함께하니 올 한 해는 내내 우아할까 보다. 서먹한 분위기를 없애고자 입장하시는 분들께 웰컴 주를 나눠드리고 한해의 키워드(?)가 될 위시카드를 나눠드렸다. 난 Courage. 올해도 용기를 내어보자.
각자 테이블에 앉아 미리 준비된 음식과 함께 허브티를 하나씩 시음하며 소소한 이야기들을 나눴다. 왁자지껄한 파티가 아니어서 좋다. 미술에 대한 이야기, 살아가는 이야기, 하고자 하는 일에 대한 이야기... 맛있는 음식과 향기로운 분위기는 사람들을 행복하게 만든다. 그렇다면 이곳은 맛집이다. 준비해 온 와인이 거의 다 소진될 만큼 티파티와 와인파티의 경계에 서서.... 뭐 아무렴 어때. 즐거웠으니까.. 미술 식당에서 만큼은 모두 오늘처럼 행복하길.
파티가 끝나갈 무렵, 우연히 이곳에서 모임을 가지는 한 무리를 만나게 되었다. 모임 이름이 '미술관의 일요일'.... 하하. 인생은 여행과 같다지. 가고 가고 가다 보면 새로운 사람에 즐거워지고 때론 우연한 기회들이 우릴 맞는다. 모임 운영자님과 연락처를 교환하고 또 함께 할 만남을 기약했다.
일이 놀이가 되고 놀이가 일이 되는 환상은 누구에게나 찾아오진 않는다. 나 역시 아직 그 환상 속에 머무는 것은 아니다. 다만 내가 하고자 하는 방향에 내 즐거움이 교차되어 있고 그 방향은 누구의 의지가 아니라 온전히 내 뜻으로 만들어 간다. 그러니 내 일이 즐겁지 아니할까. 환상 속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