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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ndy R Jan 09. 2017

세월호 1000일의 기억 잊힐까 봐 두렵다.

천일동안 아이들은 돌아오지 않았다.

천일이 넘도록 돌아오지 못한 아이들이 있다. 누군가는 아직도 그 얘기냐 지겹다고 경멸의 눈초리를 보내기도 하고 누군가는 결국 네 마음 편하자고 코스프레하는 거 아니냐며 비웃기도 한다.


가방에도 달고, 옷에도 달고 손목에도 달고 여기저기 아무리 달아보아도 아이들이 살아서 돌아오지는 않는다는 것을 알고 있다. 또 2014년 4월 16일 이후 새겨진 어른으로서의 죄책감과 무기력하고 무심했었던 사실이 사라지지 않는다는 것도 잘 알고 있다. 죄책감 따위를 벗어보려고 이렇게 지내는 것이 아니다.  


다만 먹고살기 바쁘다는 핑계로 자꾸 잊고 지내는 것이 미안하고 두렵다. 나도 언젠가는 죽을 테고 저 세상에 가면 만날 수도 있는데 그 앞에서 뭐라고 할 수 있을까... 엊그제가 1000일 행사날이었는데 나는 또 그걸 잊었다. 고개를 들 수가 없다. 나는 죽일 놈이다.


지난 주말 광화문에서는 세월호에서 살아남은 아이들이 3년 만에 사람들 앞에서 입을 떼었다. 오죽할까... 한 반의 친구들이 갑자기 모두 사라졌었는데... 담담하게 자신들이 준비한 이야기를 하는 아이들의 모습이 대견하기도 했지만 그 안의 품고 견디고 있을 고통이 고스란히 나에게도 전해져 왔다.


오늘도 누군가의 기억에 도움을 받아 내 기억도 꺼지지 않고 이어가고 있다. 잊지 않기 위한 노력일 뿐인데도 이렇게 어렵고 쉽사리 망각의 바다에 빠지는 걸 보니 나란 인간은 정말 한심한 존재다.


그래도 세월호와 아이들을 잊지 않기 위한 내 노력은 계속될 것이다. 그 각오로 또 하나의 리본을 잘 보이는 곳에 걸어둔다. 만약 또 잊으면 또 하나 걸고, 그렇게 계속 기억의 끈을 놓지 않고 살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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