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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ndy R Jun 10. 2017

김석희 내과의원

본격 내과 호러 서스펜스 대낮 스릴러

한 달 전부터 기침을 하기 시작했는데 잘 가라앉지 않아 회사 근처 병원을 다니며 꾸준히 치료도 받고 약도 먹었으나 전혀 차도가 없고 담당의사의 시큰둥한 태도가 맘에 들지 않아서 한 달 만에 병원을 바꿨다. 


웬만하면 나을 때까지 다니는 게 덜 귀찮고 치료한 이력을 알고 있으니 관리도 좀 더 해주지 않겠냐 싶었는데 전혀 아니다 싶어 바꾸게 된 것이다.


그런데 또 용하다거나 하는 곳을 찾는 일은 귀찮아서 인터넷으로 주변 검색을 통해 찾아간 곳이 다니던 병원 바로 맞은편에 있는 '김석희 내과의원' 


2층에 있는 곳인데 계단을 올라가 입구에 도착하자마자 타임머신 타고 과거로 다녀온 착각이 들었다. 지금 내가 있는 곳이 80년대인지 90년대인지 헷갈려 입구에서 3초간 멈칫했으나 용기 내어 문을 열고 들어갔다. 


는 거짓말이고 배고프고 귀찮아서 빨리 약만 타고 나올 요령으로 손잡이에 조그맣게 병원문이라고 쓰여있는 문을 밀고 들어갔다...


영화 '기담' 에서나 나왔을 법한 낡은 병원 내부의 모습. 30년 전 부잣집 거실 바닥에나 깔려 있을 꽃무늬 모양의 장판이 병원 로비에 깔려 있었고 세월의 흐름이라는 직격탄을 어찌 피했는지 접수를 받는 곳의 구조부터 병원에 걸려있는 시계와 거울까지 30년 전 병원의 모습 그대로를 재현해 놓은 듯 보였다. 페인트는 간간히 새로 칠했는지 싶었는데 문틀까지 전부 하얀색.


일흔은 족히 넘어 보이는 반백의 노인과 환갑은 되어 보이는 산전수전 다 겪어 보았을 베테랑 간호사만이 병원에 있었고 들어가자마자 곧장 날 반기며 대기자 없이 바로 진료를 보았다. 


이 반백의 의원은 3-40년은 썼을 것 같은 청진기를 가슴에 대고 숨소리를 몇 번 들어보더니 "목이 간지럽고? 콧물은 안 나고? 이렇고 저렇지? 라며 나의 증상을 단박에 알아내고는 "기관지염이야~"라고 단정.. 아니 확정.. 아니 심판... 아니 아무튼 난 기관지염이었다. 이전 병원에서는 이 말을 해주지 않았다.


진찰 완료. 처치 완료(주사도 3초 만에 맞았음. 심지어 주사 놓는다는 예고도 없었음). 처방 완료. 이 모든 과정이 1분 15초 만에 끝났다. 내가 의신을 만난 것인가? 돌팔이를 만난 것인가? 이게 꿈인가 생시인가...


3일 후에 다시 오라고 했는데... 왠지 3일 후에 다시 가면 저 모습 온 데 간데 없이 신식 병원으로 떡~하니 바뀌어 있을 것 같은 느낌이 왔다. 분명 내가 신기루를 본 것이 확실하다는 믿음이 마음속에 강하게 자리 잡으면서 드는 생각이 나중에 다시 갔는데 진짜 없으면 어쩌지? 아니 없을 거야. 그런데 만약 있으면 어떡하지? 다시 들어갈 수 있을까?


그리고 약국에서 처방받은 이 약은 먹어도 되는 것인가? 약은 맞는 건가? 노란 알약은 왜 이렇게 개수가 많은 거지? 내가 맞은 엉덩이 주사는 뭐였을까? 자고 일어났더니 엉덩이가 비욘세처럼 변하기라도 하면 어쩌지? 그것도 아니면 내가 미스터리 호러 소설을 너무 많이 읽은 탓인가?


머리가 이상해지기 딱 좋은 날씨다.  


#

곁다리: 궁금해서 의원님(왠지 이분은 의원님이라는 호칭이 어울릴 거 같았음)께 몇 년이나 된 병원이냐고 여쭤보았다. 오래되었다는 말만 해주셨다. 처방전을 받아 나오면서 슬쩍 다시 간호사에게 여쭤보니 속삭이듯 이 자리에서 34년째 단 한 번의 리모델링도 없이 운영 중이며 내과를 기가 막히게 잘 보신다는 얘기를 꼭 점쟁이 소개해주듯이 덧붙이셨다. 


그리고 처음에 이름과 주민번호, 그리고 전화번호를 메모지에 쓰라고 해서 썼는데 문득 불안한 생각이 머리를 스치는 것이 혹시 나중에 아무도 몰래 이 두 노인에게 납치돼서 이 병원 지하 어딘가에 연구실 비슷한 곳에서 내장이 모두 꺼내지고 팔, 다리, 그리고 머리가 잘려 연구용으로 쓰이다가 드럼통 한가득 시멘트와 함께 심해로 버려져 찾지도 못하게 될지도 모르겠다는 한심한 생각을 하면서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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