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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ndy R Aug 04. 2017

하루키처럼 커피에게 말하다.

커피가 산지에서부터 우리가 마실 수 있게 되기까지의 과정은 모두 믿음에 관한 이야기이다. 이 세상은 우리의 의지와 관계없이 움직인다. 우리가 오늘 겪고 부딪히고 만나는 일은 대부분 우리의 의지와 관계없이 벌어지는 일들이다. 커피도 마찬가지이다.


우리는 커피를 처음부터 재배하기 좋은 지역과 땅을 찾아 씨앗을 심고 우리 힘으로 좋은 커피가 자라게 할 수 있다고 믿는다. 그리고 훨씬 발전된 프로세스로 가공을 하고 훨씬 더 보관에 용이하고 우수한 방법으로 생두를 옮길 수 있다고 믿으며 그렇게 되기를 애타게 소망한다.


그렇게 옮겨진 생두를 완벽한 방법을 찾아 볶는다. 그렇게 해서 최상의 상태로 커피를 볶을 수 있을 거라고 믿는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가장 성능이 좋은 머신과 그라인더로 완벽한 기술과 노하우를 가진 바리스타를 동원해 최고의 커피를 추출할 수 있을 거라고 믿는다.


왜? 그러지 못하면 불행할 것 같으니까. 하지만 우리가 그중에 그렇게 할 수 있는 일이 몇 개나 될까? 그게 전부 가능하기는 한 걸까? 우리가 커피를 대하면서 느끼는 좌절감, 상실감, 고독함은 모두 그것으로부터 비롯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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