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 An Artist

우든탬퍼 김지훈 바리스타 인터뷰

by Andy 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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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격적으로 2018 KBA 수상자를 만나봅니다. 첫 인터뷰이는 바로 라떼아트 부문의 김지훈 바리스타인데요. 온라인에서는 ‘우든탬퍼(Wooden Tamper)’라는 닉네임으로 유명하죠. 국내외 라떼아트 대회에서 수상하며 두각을 나타냈고, 특히 인스타그램에서 그가 선보이는 수많은 라떼아트 작품은 전세계 커피인들로부터 많은 사랑을 받고 있습니다. 듬직한 몸과 두툼한 손에서 완성되는 섬세한 라떼아트는 드마틱하기까지 합니다. 김지훈 바리스타와 함께 그의 라떼아트 이야기를 들어봤습니다.
우든탬퍼 김지훈 바리스타


KBA로부터 ‘추천되었다’라는 소식을 전달받았을 때 어떤 기분이었나요? 흔쾌히 응하셨나요?


뭐랄까... ‘내가?’ 라고 생각했어요. 수상자는 따로 있고 들러리 정도가 아닐까 싶었어요. 딱히 추천받을 때가 아니었거든요.

왜 그렇게 생각하셨나요?


제가 생각하기에 2014~15년 정도가 전성기였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그다음 해 정도면 추천이 들어와도 이해했을 텐데, 18년도라니 의아했죠. 다른 후보들을 보니까 더 이해가 안 되더라구요. 경쟁이 될까 싶기도 했고...(웃음).

그래서 고민이 됐죠. ‘박수치러 오라는 건가...’(웃음). 조직위원회에서 심사 때문에 이력을 보내라고 하는데도 ‘들러리한테 왜 자꾸 보내라는 건가’하면서 믿지 않았어요.

그래도 최종 후보까지 오르셨잖아요?


그때도 그랬어요. ‘내가 왜 3명에 들어갔을까?’. 한 명은 세계 챔피언, 한 명은 CNN 같은 방송에서 인터뷰하는 사람인데...(웃음). 당연히 안 될 것 같았죠. 안 그래도 스스로 침체기, 정체기. 하락세라고 느끼던 시점이었어요.

믿기지 않은 수상이었는데, 지금은 어떤 느낌인가요?


처음에는 기쁘고 흥분됐는데 지금은 아무렇지도 않아요. KBA를 아는 분들은 축하 인사를 건네시지만, 아직 모르는 분들이 많아요. KBA 트로피 사진 올린 걸 보고 ‘대회에서 우승했냐’고 묻기도 해요.


김지훈 바리스타가 운영하는 카페 우든탬퍼


커피 이야기를 해보죠. ‘커피를 해야겠다’라고 결심하게 된 계기가 있었나요?


28살에 대학교를 졸업했어요. 처음엔 웨딩플래너를 했죠. 그리고 다음 스텝으로 선택한 게 카페였어요. 쉽게 생각했죠. 커피는 머신이 알아서 뽑아주는 거고. 시원한 공간에서 편하게 커피나 뽑자... 안일했죠.


하지만 막상 들어서니 현실은?


생존이었죠(웃음). 살아남아야 했어요. 서른 넘어서 정한 길이었는데, 다시 돌릴 수 없다고 생각했어요. 살아남기 위해 열심히 일 했죠


라떼아트는 어떻게 시작하셨나요?


손님이 좋아해서 시작했어요. 여대 앞에서 일할 때 카페라떼 주문이 들어왔는데, 라떼아트로 토끼를 빠르게 그려서 뚜껑을 덮어 서빙했어요. 그 손님이 시럽 넣으려고 뚜껑을 열다가 토끼를 보고는 ‘씨익’ 웃더라구요. 그때 아~이게 라떼아트구나, 싶었어요.


‘마신다’는 의미에서 보면 라떼아트를 중요하게 여기지 않는 시각도 있어요.


맞아요. 멋있게 보이기 위해선 맛을 포기해야 하는 부분이 있는 거 같아요. 국제대회도 지금은 맛을 평가하지 않아요.


보기에는 좋지만 맛없는 커피라, 좀 갸우뚱하게 되는데요?


물론 대회처럼 화려한 라떼아트라면 맛에서는 거리가 멀 수 있어요. 하지만 라떼아트의 스트림은 굉장히 넓어요. 비주얼적으로 조금 덜 화려하더라도 맛은 충분히 낼 수 있죠. 예를 들어 하트가 잘 그려진 카페라떼가 있을 때, 하트가 잘 그려졌다는 건 밀크 포밍이 잘 됐다는 걸 말해요. 맛도 그만큼 있다는 거죠.


그림으로 맛 이상의 즐거움을 줄 수 있는 수준부터 보는 즐거움과 맛을 동시에 전할 수 있는 수준까지, 조절하기 나름이라고 봐요. 사실 라떼아트를 한다는 건 스티밍, 밀크 포밍에 전문성을 갖춘다는 거예요. 이런 능력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 만드는 커피라면, 충분히 맛에서도 차이를 줄 수 있죠. 그러니까 ‘맛있는 라떼아트’는 충분히 가능해요.


그럼 라떼아트는 어떻게 접근해야 하나요?


저는 가니시(Garnish)라고 생각해요. 없어도 괜찮지만 있으면 좋은 것. 커피에 카페라떼가 더해지면 더 매력적으로 변해요. 손님에게 음료와 함께 전할 수 있는 서비스 중 하나인 거죠. 할 수 있는 서비스라면 하는 게 맞지 않을까요?. 오히려 ‘왜 빼는지’ 묻고 싶기도 하구요. 간단한 패턴이라도 손님들한테 즐거움을 줄 수 있는 요소인데... 라떼아트를 너무 빡빡하게 볼 필요는 없지 않을까 싶어요.

모 브랜드의 컵을 모으다 보니 어느 새 벽면을 가득 채웠다는 머그잔들

스팀된 우유를 잔에 붓고 있는 김지훈 바리스타

앞에서 본인이 하락세라고 이야기를 하셨는데, 그만큼 실력 있는 바리스타들이 많이 등장했다는 이야기일까요?


맞아요. 실력 면에서 본다면 엄청나게 상향됐어요. 라떼아트는 시각적인 요소가 크잖아요? 인스타그램 같은 채널에서 보면 정말 ‘와’하게 만들어요. 그거 볼 때면 이 자리를 온전히 유지하기 힘들겠구나, 싶죠.


제가 청소년 라떼아트 대회 심사위원도 하고 있어요. 이미 올해 전반기 대회를 치렀는데 굉장히 놀랐어요. 아마 6-7년 전이였다면 국내 대회 상위권 수준 정도는 될 것 같았어요.


실력자들이 계속 등장하고 있다는 얘긴데... 그럼 국내 라떼아트의 미래는 밝을까요? 어떻게 전망하시나요?


테크니컬에서는 엄청나게 성장한 거 같아요. 하지만 거기까지라는 게 조금 안타까워요. 사실 라떼아트는 자기 재능과 노력이 받쳐주면 3개월 정도면 대회 우승이나 상위권 랭크도 가능하다고 봐요. 중요한 건 스킬을 응용해서 자기만의 것을 만드는 거죠.


자기만의 것이란 게 어떤 거죠?


디자인을 ‘창작’하는 거예요. 어느 정도 스킬이 쌓였을 때, 대부분 모방하는 단계에서 멈춰요. 새로운 디자인을 만들어 내는 일이 쉽지는 않거든요. 그리고 모방만 하더라도 주변에서는 박수를 쳐주니까 도전할 필요성을 못 느끼는 것 같아요. 스스로 라떼아티스트라고 부르지만 진짜 ‘아트’는 하지 않는 셈이죠.


의미는 알겠는데, 라떼아트 디자인을 창작한다는 게 잘 떠오르지 않네요. 좀 더 쉽게 설명해주세요.


미술로 설명한다면 일종의 ‘화풍’이라고 할 수 있어요. 누가 봐도 ‘이건 000의 스타일이구나’ 하는 거죠.


그렇다면 ‘우든탬퍼’의 화풍이 궁금해지는데요. 짧게 소개해주신다면?


라떼아트에도 여러 방식이 있는데, 저는 에칭을 주력으로 해요. ‘무조건 귀여워야 한다’가 제 디자인의 포인트예요. 귀여움은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거든요. 누구나 좋아하니까요. 동그라미를 그려 넣으면서 시작해 귀엽게 마무리하는 게 제 스타일이에요.

김지훈 바리스타의 에칭 디자인 중 대표작이라고 할 수 있는 '고래'

라떼아트에서 창작은 왜 중요한가요?


아티스트라면 창작에 대해 고민하고 씨름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결국 유명해진 작곡가, 라떼아티스트들은 그들만의 개성이 녹아난 작품 때문에 주목받는 거잖아요? 모방만 반복하는 사람이라면 라떼아트 테크니션이 맞지 않나 싶어요.


지금 우리나라 수준이라면 창작을 해야 하는 수준이라고 보시나요?


맞아요. 창작이 가능한 수준이라고 봐요. 2년 전까지 라떼아트를 가장 잘하는 국가는 한국이었어요. 특히 인스타와 같은 채널에서는 반응이 폭발적이었죠. 테크니션의 시대였어요. 기술이 워낙 뛰어났으니깐요. 한 잔 안에 로제타를 몇 개씩 정교하게 채워 넣기도 하고...


2년 전에는 그랬는데, 지금은 어떤가요?

지금은 라떼아트의 주도권이 중국으로 넘어갔어요. 중국은 예전부터 꾸준히 모방을 해왔어요. 그런데 어느 정도 수준이 이르면서 자기들만의 패턴과 기술을 만들었죠. 우리나라는 테크닉에 너무 집착한 게 아닌가 싶어요.


사실 이러한 흐름을 본다면 가장 처음에는 일본이 있었어요. 라떼아트 강국이었죠. 하지만 어느 순간 정체되기 시작했고 우리나라가 그 뒤를 쫓아간 거였죠. 이제는 우리가 일본의 수순을 밟고 있구요.

원형을 기본으로 귀여운 콘셉트가 김지훈 바리스타의 스타일이다

에칭을 하려고 하는 김지훈 바리스타

현재 본인은 어떤 상태인가요?


사실 저도 창작이 끊긴 지 오래됐어요. 앞에서 전성기가 아니다, 라고 이야기한 이유도 사실 이것 때문이구요. 스스로 이러한 상황을 너무 잘 알고 있으니깐 선뜻 상 받기가 어려웠던 것도 있었어요.


본인에게 너무 엄격한 거 아닌가 싶은데...


저는 노력형보다는 재능형 인간이라고 생각해요. 무언가를 분석하려는 성격이 강하거든요. 사람을 만나더라도 빠르게 파악하는 편이고 라떼아트 할 때도 패턴을 빠르게 이해하죠.


그러면 자신을 판단하는 것도 빠르겠어요.


맞아요. 스스로 뭘 잘하고 못하는지 잘 알고 있죠. 재능과 함께 노력이 뒤따라야 할 텐데, 그만큼 노력하지 않는 것도 있고...


창작이 끊긴 지 오래됐다고 하셨는데, 창작에 대한 부담이나 고민 때문일까요?


네. 제가 만들어내는 패턴이 없어지고 있었어요. 흥미도 떨어졌죠. 2015년부터 작년까지, 3년 정도가 침체기였어요.


작년이라면 최근이네요.


맞아요. 사실 지금도 극복하는 중이에요. 2015년에 개인적으로 어려운 일을 겪으면서 방황이 시작됐죠. 그래서 국내 활동을 접고 해외 활동에만 전념했는데 2016년 10월 커피페스트 대회에서 트로피를 따기 전까지가 가장 슬럼프였어요.


그렇게 트로피를 따고 국내로 들어왔는데, 커피 업계에서 제가 어느새 잊혀 있더라구요. 서른부터 시작한 커피였어요. 예상보다 빠르게 유명해졌고, 예상보다 빠르게 잊힌 거죠(웃음).


그때 기분은 어떠셨나요?


벽이 느껴지더라구요. 이제는 제가 범접할 수 없는, 도저히 넘을 수 없는 세계가 된 것 같았어요. 비슷한 시기에 시작했던 사람들은 계속 성장하고 성과를 내는데 저만 정체되고 뒤쳐지고, 잊혀지는... 저의 주 수입원이 라떼아트 교육인데, 작년 4월에는 그 수업마저 없더라구요(웃음). 커피를 그만둬야겠구나, 싶었죠.

푸어링 방식으로 디자인 중인 김지훈 바리스타

그 벽이 꼭 넘어야 하는 벽이었나요? 돌아서 다른 길을 갈 수도 있었을 텐데 말이죠. 어떻게 극복했나요?


가장 힘들 때 후쿠오카를 가게 됐어요. 습관처럼 항공권을 검색하다가 최저가 항공권을 보게 된 거죠. 없는 돈 모아서 떠났어요. 마침 후쿠오카에 아는 바텐더 친구가 있었거든요. 세계 대회에서 만난 인연이었어요. 바텐더인데도 라떼아트를 잘했어요.


낮에는 시내를 돌아다니다가 밤이면 그 친구를 만나러 갔어요. 매일. 손님이 없을 땐 친구와 대화하고 손님이 오면 일하는 걸 지켜보고. 그게 전부였죠. 그 친구가 일하는 걸 보는데 궁금해지더라구요. 저렇게까지 하면 힘들지 않나? 그래서 마지막 날 물어봤어요. ‘매일 밥도 제대로 못 먹고 12시간씩 일하고, 술 취한 사람들 상대잖아. 그거 힘들지 않아?’라구요. 그랬더니 ‘난 괜찮다. 그냥 이게 내 삶이고 무엇보다 즐겁다’고 대답하더라구요. 그때 머리가 번쩍였죠. 제가 카페를 하려고 했던 이유도 그거였거든요.


어떤 이유 때문이었나요?


손님들이 제가 그린 라떼아트를 보며 즐거워하는 거였어요. 사진도 찍고 말이죠. 제가 에칭을 고집하는 이유도 손님들이 좋아하기 때문이에요. 생각해보니 예전에는 즐겁게 라떼아트를 했더라구요. 가게 간판에서 영감을 받아 그림도 그리고...


그럼 왜 그런 즐거움이 없어졌을까요?


모든 게 대회 중심으로 이뤄지다 보니 기대에 부응해야 한다는 압박이 컸던 거 같아요. 커피가, 라떼아트가 너무 일처럼 느껴졌던 거죠. 그러니 매장은 중요하지 않았어요. 어떤 때는 닫은 날이 더 많았을 정도였으니까요.


결국 그 친구의 한 마디에 잊고 있었던 그 마음이 떠올랐어요. 돌아와서는 바로 매장을 열고 손님들을 만났어요. 그러면서 슬럼프를 벗어나기 시작했죠. 사실 딱 잘라서 극복했다고 말할 순 없어요. 습관이란 게 무섭잖아요(웃음)? 과거의 습관을 이기는 과정이에요. 여전히 ‘기술을, 패턴을 만들어야 해’라는 부담이 몰려와요. 그럴 때마다 작년 4월의 그 날을 기억하죠.


프로라면 부담은 숙명 같은 게 아닐까요?


그걸 내려놔야 하는 때가 아닌가 싶어요. 저의 역할과 위치를 다시 생각해보는 거죠. 예전에는 후배들을 계몽하고 새롭고 대단한 무언가를 보여줘야 한다는 역할이라고 생각했어요. 선구자, 선배가 돼야 한다는 생각이 강했던 거죠.


그런데 지금은 그런 후배들도 그만큼 성장했어요. 이제는 그들도 그들만의 몫을 할 수 있고, 또 그렇게 해야 한다고 생각도 하구요. 자꾸 그런 부담에 사로잡히니까 능력 이상의 것을 발휘하려고 했나 봐요. 교육할 때 늘 했던 말이 ‘대회 나가면 그 순간을 즐겨’였는데, 어느 순간부터 제가 즐기지 못하고 트로피에 집착하고 있더라구요.

한때 그를 사로 잡고 있었던 대회의 흔적들, 지금은 마음의 부담을 한결 덜었다

지금까지도 그랬고, 앞으로도 하게 될 커피인데요. 그 원동력은 무엇인가요?


앞에서도 이야기했지만 저한텐 ‘손님’이에요. 슬럼프에 빠졌던 것도 결국 손님을 만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물론 너무 많이 몰려오셔도 곤란하겠지만요(웃음).


언젠가 꼭 도달하고 싶은 ‘커피의 이상향’ 같은 게 있으신가요?


그런 건 전혀 없어요. 다만 나중에 수십 년이 지나서 라떼아트에 대한 공로상 같은 건 받고 싶어요. ‘명예의 전당’에 오른 선배님들처럼요. 라떼아트를 이야기할 때 기억되고 싶은 존재가 되고 싶어요.


공로는 무언가를 기여했다는 거잖아요? 구체적인 목표가 있나요?


이름을 남기고 싶지는 않아요. 예전에는 그런 마음도 있긴 했지만(웃음). 대신 지금은 패턴을 남기고 싶어요. 로제타, 튤립, 하트처럼 말이죠. 누가 만들었는지 몰라도 돼요. 누구라도, 라떼아트를 한다면 꼭 사용하는 그런 패턴을 만들어냈으면 좋겠어요.


한 번은 어떤 세미나에서 라떼아트 강의를 하는데, 제 디자인을 소개하더라구요. 잘 그린 그림이라고 꼽은 건데 그때 기분이 좋았어요. 뿌듯했죠. 사실 예전에는 제 디자인 무단으로 쓴다고 싸운 적도 있었어요. 강사라면 본인이 직접 그려라, 이러면서요. 이제는 명예롭다고 생각해요(웃음).


마지막 질문입니다. 먼저 시작한 사람으로서 이제 ‘커피’를 꿈꾸는 사람들에게 응원과 격려의 메시지 부탁드려요.


커피를 업계에 뛰어들 때 모두 초심이 있을 거예요. 그게 무엇이든 말이죠. 초심을 잊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초심을 지키면서 함께 행복해집시다.


>카페 우든 탬퍼

-주소: 서울 강서구 강서로 29길 11

-우든템퍼 홈페이지: http://woodentamper.wixsite.com/woodentamper

Interviewer: Editor 강승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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