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웨이브 유승권 로스터 인터뷰
근대 과학이 발달하기 이전, 인류의 역사에는 연금술이 있었습니다. 당시로써는 굉장히 신비한 일이었지만, 지금 기준에서는 마술이나 미신 정도에 불과했죠. 커피 역시 연금술의 시대가 있었습니다. 같은 커피라도 누가 볶고 내리냐에 따라 전혀 다른 커피가 탄생한다고 여겨진 것이죠. 매번 결과가 달라지는 로스팅은, 일종의 판타지였는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온, 오프라인으로 커피에 대한 정보가 쏟아지고 과학적이고 논리적으로 접근하려는 시도가 전 세계적으로 이어집니다. 특히 스페셜티커피를 기치로 하는 이른바 ‘제3의 물결’은 로스팅에 대한 새로운 관점을 제시합니다. 서론이 길었습니다. KBA 두 번째 인터뷰 주인공은 뉴웨이브 커피로스터스의 유승권 로스터입니다. 커피의 ‘뉴웨이브’를 꿈꾸며 다양한 시도를 이어가는 ‘가능성의 연금술사’. 그의 이야기를 들어보시죠.
KBA로부터 ‘추천되었다’라는 소식을 전달받았을 때 어떤 기분이었나요? 흔쾌히 응하셨나요?
기뻤습니다. 많은 분들이 저를 로스터로서 주목하고 있다는 게 느껴졌거든요. 물론 기쁜 마음으로 응했어요.
그럼 그전까지는 로스터가 아닌 다른 포지션으로 인식됐나요?
그런 건 아니에요. 사실 우리나라에 쟁쟁한 로스터들이 많잖아요? 그중에서도 콕 집어서 제가 뽑혔다는 게 특별했던 거죠. 그 전까지 유승권은 과거 브루어스 컵(KBrC) 수상이나 커핑으로 알려진 부분이 있었던 거 같아요.
그런데 사실 제가 좋아하는 건 로스팅이고, 저는 로스터라고 생각하거든요. 이번 수상이 꼭 ‘‘너 로스터 맞아, 맞아’라고 사람들이 동의해준 것 같은 느낌이랄까요. 제가 추구하는 방향을 인정받았던 게 아닌가 싶어요.
로스팅에 대한 특별한 존재감을 갖고 싶으신 것 같아요.
맞아요. 커퍼도 좋지만 하나만 고른다면 로스터로 인정받고 싶었어요. 어차피 전문성은 하나만 들이미는 거 아닌가요?(웃음). 롤렉스에서 선글라스 만들고 정장 만든다고 알아주진 않잖아요. 요즘 경계를 넘나들기도 하지만, 커피는 영역에 대한 구분이 철저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런 의미에서, 누가 추천했는지 정말 궁금해요(웃음).
‘기쁜 마음으로 응했다’고 하셨는데, KBA는 그 전부터 알고 계셨던 건가요?
네. 1회 때 ‘올해의 바리스타’로 선정됐던 도형수 바리스타와 친한데, 행사에 대한 내용은 사전에 들어서 알고 있었어요. 협회 중심 행사가 아니라는 게 새로웠고, 지난 1회 행사 수상자들의 면면을 보니 좋아 보이더라구요(웃음).
투명성, 공정성에 대한 부분 신뢰감이 있었어요. 수상했을 때 프릳츠 커피 컴퍼니의 김도현 로스터가 꽃다발을 전해주셨는데, ‘상 받을 만 하시다’는 이야기도 해주시더라구요. 굉장히 고마웠어요. 서로 인정하고 존중해준다는 느낌이랄까요. 그래서 다음 날 커피 한 봉을 선물로 드렸죠(웃음).
당시 수상 소감을 이야기하셨지만 시간이 지난 지금은 또 어떤 느낌인지 궁금하네요.
수상은 생각하지 않았는데 어안이 없었어요. 많은 분들이 뉴웨이브 매장을 방문 축하해 주셔서 수상을 실감했죠.
좀 이상한 질문이지만, 수상을 생각도 않으셨다면 시상식은 왜 참석하셨나요?
불러주시니 갔어요(웃음). 후보 중에 아는 사람들이 많아서 같이 박수라도 쳐주자, 그런 마음이었죠. 상을 받겠다는 생각은 전혀 안 했어요.
사실 제가 나이가 좀 있는 편인데, 마흔이 불혹이라는 걸 요즘 느끼는 거 같아요. 상을 받고 주목받는 게 좀 부담스럽다고요. 물론 아예 없는 건 아니지만(웃음). 플레이어로, 주인공으로 주목받는 것보다는 옆에서 박수 쳐주고 그 사람을 인정해주는 게 더 어울리는 거 같아요. 마음이 편해졌죠. 경쟁해서 반드시 상대방을 이기고, 1등을 해야 한다, 이럴 필요가 없다는 걸 알게 된 거 같아요. 눈치 보는 게 빨라졌다고 할까요?(웃음)
만약 다음에 다시 한번 추천받는다면 어떤 분야에 도전해보고 싶으신가요?
다시 추천을 받는다고 해도 로스팅에 도전하고 싶어요. 제 포지션은 로스터이니까요.
로스팅에 집착(?)하시는 이유가 있나요?
로스팅을 오래 해보니깐 로스팅처럼 어려운 것이 없더라구요. 사실 브루잉은 3개월 정도 집중해서 훈련하면 일정 수준 이상 달성할 수 있는 거 같아요. 물과 커피의 비율(Ratio), 그라인딩 입자 크기, TDS 등 각종 수치와 장비로 어느 정도 기준이 잡혀 있으니까 연속성을 가지고 재연성을 유지하는 것이 가능해요. 인과관계가 명확해요. 심지어 자동화도 됐고요. 그런데 로스팅은 딱히 답이 없어요. 현상을 해석하는 능력이 생길수록 풀어야 할 숙제가 너무 많아져요.
로스팅에 빠지게 된 계기라고 해야 할까요? 로스팅은 어떤 매력이 있나요?
로스팅하는데 아로마가 계속 바뀌더라구요. 신기했죠. 오렌지 같은 향만 계속 나면 모르겠는데, 났다가 없어지고, 그러다가 너트 향도 나고, 또 복잡하게 뒤섞여서 여러 향이 나더라구요. 이걸 뭐라고 말하고 싶었는데 입에서만 맴돌고 말은 못 하겠고... 특이했어요. 처음 경험했던 로스팅이 저한테 큰 인상을 심어줬던 거 같아요.
그런데 물어봐도 다들 대답을 잘못하거나 대답이 다 달랐어요. 논리적으로 맞지 않으니 들어도 설득도 안 됐구요. ‘니가 아직(?) 어려서 그렇다, 정성이 부족해서 로스팅이 안 되는 거다’ 이런 식이었죠(웃음).
당시에는 특별한 계획이 있었던 건 아니었고, 그저 ‘로스팅을 잘하고 싶다’라는 마음만 계속 들었어요. 그게 지금까지 올 수 있었던 동력이 됐던 거 같아요.
성격이 분석적인 스타일인가요?
B형이에요(웃음). 논리적으로 딱 떨어지는 게 좋아요. 수학도 좋아했고... EBS에서 하는 물리학 강의나 CSI 같은 드라마 좋아해요. 역학관계 조사하고, 이해하는 거 있잖아요.
그런 성격이 로스팅에 대한 궁금증, 더 알아야겠다는 호기심을 자극했겠어요.
제가 일본어 학과를 나왔어요. 커피 강의를 위해 여기저기 기웃거리다 보니 강의 자료 중에 일본어로 설명하는 그림이 많더라구요. 그래서 일본어책이라는 걸 알았고, 서점으로 뛰어가 해외 서적 코너에서 같은 책을 찾았어요. 블로그 초창기에는 그런 책들을 번역해 많이 공유했죠.
방법을 스스로 찾아가신 거네요.
운이 좋았던 거 같아요(웃음). 한계는 있었어요. 책을 읽으면서 공부하다가도 더는 설명이 안 되는 부분이 있었거든요. 그러던 중에 당시 보헤미안에서 근무하고 있던 서필훈(현 커피리브레 대표이자 1회 KBA 로스팅부문 수상자) 씨를 통해 큐그레이더(Q-Grader)를 알게 됐어요. 미국 SCAA(스페셜티커피협회, 현재는 유럽과 함께 SCA로 통합)에 대한 관심이 커졌죠.
큐그레이더는 어땠나요?
교육과정이 체계적이었어요.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알았어요. 인과관계를 이해하는데 필요한 개념을 알았어요. 샘플 로스팅이 왜 필요하고, 커피에서 왜 이런 아로마가 나는지, 또 에스프레소와 브루잉 로스팅은 왜 달라야 하는가 등등... 그동안 알고 싶은 것들을 알게 된 거죠. 그전까지는 누구도 설명하지 못했던 내용이었어요.
커피는 분명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래야 뭘 하고 싶은지도 명확해지니까요. 우리나라에서는 ‘커피는 기호 식품’ ‘자기만의 커피를 하는 거니까’라는 식으로 어물쩍 넘어가는 경향이 있는데, 특히 QC(Quality Control)로 접근할 때는 항목에 따른 기준점을 명확하고 정확히 가져가야 한다고 생각해요.
흔히 커피에서 변수를 다루는 과정을 일종의 연금술처럼 표현하는 경향이 있는 것 같아요. 특히 로스팅은 새로운 향미를 창조해낸다는 오해를 사기도 하는데요. 로스팅은 어떤 관점에서 접근해야 하나요?
커피는 플레이버(Flavor)예요. 그래서 플레이버에 대한 개념을 갖고 있어야 하는데 사실 우리나라에는 정확히 번역할 수 있는 단어가 없어요. 의역하다 보니 오역을 하게 되죠. 여기서 문제가 발생한다고 생각해요. 예를 들면 우리는 플레이버를 ‘맛과 향’으로 번역하잖아요? 이 ‘맛과 향’을 다시 영어로 번역하면 ‘Taste and Aroma’가 되는데, 플레이버(Flavor)라는 단어가 사라지는 거죠.
만약 로스터가 커피에서 오렌지나 레몬 같은 시트러스 계열의 아로마를 느꼈다면 그 커피에는 구연산이 있어야 해요. 청사과나 청포도와 같은 아로마를 느꼈다면 사과산이 있어야 하고, 내추럴 커피에서 건포도나 건자두, 건체리처럼 말린 과일의 아로마를 느꼈다면 초산이 있어야 해요. 이런 인과관계를 잘 이해하면 자신이 원하는 로스팅에 대한 관점이 생기게 돼요.
근거 없는 향은 나지 않는다는 거군요.
맞아요. 게이샤 커피가 왜 비싸냐면 재스민(Jasmine) 향과 같은 섬세한 꽃(Flower) 계열의 아로마가 선명하기 때문이에요. 기존의 커피에서 잘 느낄 수 없었던 아로마, 새로운 플레이버가 나온 거죠. 인도네시아 만델링이나 브라질 옐로우 버번, 콜롬비아 카투라 같은 커피에서는 그런 아로마가 없으니 플레이버도 나올 수 없죠.
앞에서 ‘숙제’가 많아진다고 하셨는데, 어떤 숙제인가요?
로스팅의 개념들을 스탠다드화 하는 건데요. 로스팅을 어떤 식으로 풀어가야 하는지, 감을 못 잡는 분들이 많아요. 언더(Under Developed)나 베이크(Baked) 같은 로스팅 디펙트에 대한 개념은 물론이고, 가장 기초적인 플레이버 개념조차 모르는 경우가 일반적이죠. 이러한 것들을 명확하게 정의하면서 로스팅 이론의 바탕을 세우는 거예요. ‘유승권 로스터가 이렇게 얘기했잖아’처럼요(웃음). 저의 로스팅 이론이 인용되기를 바라요.
그런 작업이 필요는 하지만 상당히 어려운 일이지 않나요?
그렇긴 한데, 나이가 좀 드니까(웃음), 다른 생각 안하고 로스팅 자체에만 집중하게 되더라구요.
개념 없이 로스팅할 때 어떤 문제가 발생하나요?
흔히 에티오피아, 콜롬비아는 다르게 볶아야 한다고 하잖아요? 왜 그래야 하냐고 물으면 답을 제대로 못해요. 개개인들이 1950~60년대부터 로스팅을 시작했다면 체계가 있기 마련인데, 그런 게 없다는 게 더 이상해요. 로스팅도 산업이거든요. 결국 체계가 없다는 건 ‘제각각 볶는’ 거죠. 이유와 행동이 맞아야 하는데 그렇지 않아요. 내가 표현하고 싶은 커피를 어떤 식으로 구현해야 할지, 예를 들어 어떤 프로세스를 선택해야 내가 원하는 플레이버가 표현되는지 이유와 근거를 알아야 해요.
그러면 로스팅은 어떻게 접근해야 하나요?
흔히 로스팅에는 변수가 많다고 해요. 산지, 품종, 스크린 사이즈, 프로세스 같은 거죠. 이 많은 걸 그때마다 계산해야 한다는 건데, 사실 계산이 안 돼요. 게다가 커피는 농산물이라서 상태가 매년 달라지잖아요. ‘신은 주사위 놀이를 하지 않는다’라는 말처럼 변수만을 갖고 확률적으로 로스팅을 제어하거나 해석하는 건 거의 불가능하다고 생각해요.
좀 어려운 것 같은데, 자세히 설명해주세요.
예를 들어 다양한 블록이 있고 이걸 조립하려고 할 때, 설계도 없이 블록만 보면서 완성하려고 하는 것과 마찬가지예요. 그래서 ‘로스팅은 어렵다’고만 하죠. 접근이 잘못됐어요. 완성된 결과물을 먼저 그려놓고 거기에 맞는 블록을 골라서 조립하는 게 더 나은 결과물을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해요.
만약 다르게 로스팅을 해야 한다고 하면 왜 그렇게 해야 하는지 이유를 알아야 하고, 중심을 잡아줄 기준이 필요한 거죠. 많은 로스터들이 이러한 기준으로 산지, 품종, 밀도, 수분, 스크린 사이즈 등을 이야기 하지만 사실 절대적인 기준은 없다고 봐요.
두 가지 브라질 커피를 보죠. 하나는 밀도가 높고 수분이 10%이고, 다른 하나는 상대적으로 밀도가 낮고 수분이 10. 5%예요. 그럼 이 두 가지 커피를 어떤 기준에 맞춰 로스팅해야 할까요? 이런 변수만으로는 알 수 없어요.
그러니 제각각 로스팅 프로파일을 만드는 것보다 하나의 프로파일에 맞추어 로스팅하는 게 더 효율적이에요. 산지의 로스터들은 샘플 로스팅 할 때 밀도와 수분, 디펙트 같은 물리적인 부분을 확인하지만 지역이나 품종, 프로세스에 따라 다르게 로스팅하지 않아요. 그런 것과 같아요. 만약 로스팅을 각각 다르게 했다면 추출도 다르게 해야 하지 않을까요?
결국 어떤 기준에서 볶아야 하는지, 그걸 정확히 파악해야겠네요.
원하는 바를 정확히 표현할 줄 모르고 두루뭉술한 경우가 많아요. 개념이 명확하지 않기 때문에 생기는 문제라고 생각해요.
그럼 유승권 로스터님은 어떤 기준에서 로스팅 하시나요?
크게 두 가지예요. 일단 아로마와 신맛 그리고 단맛을 기준으로 이것과 어울리는 엔지매틱(Enzymatic, 생두의 유기반응에 의해 생성되는 향)과 슈가브라우닝(Sugar Browning, 로스팅 중 갈변반응에 의해 생성되는 향)을 선택해요. 이런 커피는 브루잉이나 싱글 에스프레소 적합하죠. 하지만 밀크 베리에이션과는 어울리지 않아요.
그래서 단맛과 쓴맛 그리고 바디를 또 다른 기준으로 잡아요. 이것과 어울리는 슈가 브라우닝과 드라이 디스틸레이션(Dry Distillation, 생두에 가해지는 열로 인한 중화현상에 의해 생성되는 향)을 선택하죠. 밀크 베리에이션, 에스프레소 블렌딩에 적합하죠. 이런 기준을 세우고 커피를 선별해 로스팅해요.
최근에 있었던 커피 인생 중 가장 극적인 순간이 있었나요?
2017년이었는데, 상해 호텔렉스에서 열린 커피 엑스포를 보고 대륙의 스케일에 많이 놀랐어요. 그동안은 국내 시장에만 집중했었는데, 그때 해외 시장으로 눈을 돌리게 됐죠. 그래서 제가 쓴 ‘로스팅 크래프트’를 영문판으로 만들어 아마존과 E-book 스토어에 등록해놨어요.
그전까지는 해외시장에 대한 생각을 못 하셨나요? 막연하게 진출해야겠다는 생각 외에도 도전해볼 만 하다, 이런 생각은 안 하셨나요?
네. 그런 생각은 많이 안 했어요. 자신감도 없었구요(웃음). 그런데 중국은 커피 산업에 있어선 후발주자잖아요? 중국 사람들 테스트를 통과하면서 ‘통하는구나’ 싶었어요. 대화를 해보면 이 사람들이 커피에 열정이 있고 노력을 쏟고 있다는 게 느껴지기도 했구요. 제가 좋은 모델이 될 수 있겠다, 기대감이 생겼죠.
해외로 눈을 돌리기까지 국내 커피 시장의 변화도 영향을 끼쳤을까요? 최근 느끼는 우리나라 커피 시장, 로스팅 또는 커피 제조 분야는 어떤가요?
대기업들의 RTD(Ready To Drink, 캔 커피 등) 공급이 많아지면서 아무래도 유통으로 많이 접근하는 거 같아요.
RTD 제품이긴 하지만 크게는 커피의 저변이 넓어진다고도 볼 수 있는데, 일반 카페들에겐 어떤 영향을 미칠까요?
대중들은 아직도 스페셜티커피를 모른다고 봐요. RTD 제품들과는 물량 싸움이 안 되고, 가격이 비싸기도 하고... 문제는 이런 대중들이 다음 단계인 로스터리 카페나 스페셜티커피로 넘어와야 하는데 RTD 제품들이 가로막고 있지 않나, 싶네요.
그래서 요즘은 COE 커피 쓴다는 얘기 잘 안하고, 캡슐커피 같은 제품에 더 많은 관심을 갖고 있는 것 같아요. 일반 유통 라인으로 들어가려는 노력도 많은 거 같구요.
이런 변화가 아쉽기도 할 것 같은데요.
많이 아쉽죠. 하지만 흐름은 어쩔 수 없어요. 우리가 대기업도 아니고 제가 대단한 영향력이 있는 인물도 아닌데요(웃음). 흘러가는 대로 놔둬야 해요.
대중의 니즈를 반영하는 방법은 꼭 원두가 아니어도 좋다는 생각이에요. 뭐든 대응할 수 있는 실력과 능력을 키워서 보여주는 게 필요한 것 같아요. 앞으로 생존을 위한 전략적 포지션이 되지 않을까, 싶어요.
마냥 손 놓고 있을 순 없을 것 같은데... 이런 변화에 어떻게 대응하실 생각인가요?
그래서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려고 해요. 전자책도 그런 일환 중 하나였어요. 살펴보니 로스팅과 관련된 책이 세계적으로도 잘 나오지 않는 편이에요. 좋은 기회라고 생각해요. 물론 아직 판매량은 적지만 구매하는 국가가 다양해요. 공감대가 있다는 거니까 긍정적으로 봐요. 조급하게 생각하지 않아요. 때가 되면 연락 오지 않을까요(웃음)?
로스터로서 자신을 평가해본다면 몇 점을 주시겠습니까?
100점 만점에 50점? 로스팅은 해도 해도 모르는 게 너무 많아요.
아직 절반 밖에 안 됐으면 언제쯤 100점이 될 수 있을까요?
시작이 반이니까, 50점인 건데... 모르겠네요. 인생을 여든까지 보면 아직 35년 남았으니...(웃음).
‘나는 재능형 vs 노력형’, 어디에 가깝나요?
저는 노력형이라고 생각해요. 끝없는 연습만이 실력을 쌓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죠.
로스팅 분야에서 재능이 있다면 어떤 능력일까요?
감각적인 부분일 것 같아요. 향을 표현하는 데 뛰어난 거죠. 그런 사람들은 유니크하게 표현하는데 누구나 쉽게 공감할 수 있게 해요. 교육하다 보면 그런 걸 잘하는 사람들을 종종 보는 거 봐요. 로스팅할 때 오렌지 향이 나면 커핑 할 때도 나야 하는데, 이런 인과관계를 파악할 때 확실히 도움 되죠.
로스팅이라는 범주에서 볼 때 로스팅 연습이란 무엇인가요? 어떤 부분을 중점적으로 훈련해야 하나요? 훈련 비법 같은 게 있다면 짧게 소개 부탁드립니다.
재현성이 중요해요. 결국 상품(Product)이니까요. 커피를 콘셉트대로 똑같이 볶아내는 것, 이게 중요하죠. 물론 행동을 기계적으로 반복하는 게 아니에요. 로스팅은 아트&사이언스의 영역이니까요. 여기서 아트는 바로 ‘플레이버’를 뜻하구요.
로스팅이 싫었던 적은 없었나요?
없었어요. 물론 사용하는 로스터기가 15kg인데 1t을 볶아야 하는 건 싫지만(웃음) 업이니깐 받아들여야죠. 저한테 로스팅은 놀이나 도전 같은 거예요. 일반적인 일과는 다른 성격이에요. ‘당신 이거 할 수 있겠어?’ 하면 ‘한 번 해볼게’ 하면서 연구해보는 거죠. 그리고 그 생각대로 시도했을 때 되면 희열을 느껴요.
결국 좋아하는 일을 하는 게 중요한 거 같아요. 누가 뭐라고 해도 내가 좋아하는 일을 굳이 설명하거나 이해시킬 필요가 없으니까요.
KBA 이후 본인의 커피, 생활에 있어서 달라진 점이 있나요?
지난 커피 엑스포 때 수상한 걸 보시고 매장을 방문하시는 분이 부쩍 늘었어요. 전에는 접촉이 없었던 커피 유통업체에서 커피 관련 문의도 조금씩 늘어나고 있구요.
언젠가 꼭 도달하고 싶은 ‘커피의 이상향’이 있나요?
영국의 스퀘어마일(Square Mile)dlsk 미국의 윌리엄 부트(Willian Boot)처럼 나라마다 로스팅을 대표하는 브랜드나 인물들이 있잖아요? 한국을 대표하는 로스터가 됐으면 좋겠어요.
마지막 질문입니다. ‘커피’를 꿈꾸는 사람들에게 응원과 격려의 메시지 부탁드려요.
커피를 단순히 음료로만 보지 마시고 관계성과 연속성으로 바라봤으면 좋겠어요. 커피라는 생태계를 잘 이해할 수 있거든요. 하나의 영역을 이해하게 되면 다음 스텝을 알 수 있어요.
뉴웨이브라는 말은 ‘새로운 물결’이라는 뜻이에요. ‘다음엔 뭘 해야 되지?’ 라는 질문에 '그다음'을 제시하는 거죠. 전자책을 출판하고 해외 콘퍼런스에 참여하는 것도 해외 네트워크를 만들고 확장하려는 시도 중 하나예요. 뉴웨이브 역시 연속성과 관계성을 갖고 도전하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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