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모스커피 전주연 바리스타
2018 KBA 수상자 마지막 인터뷰입니다. 그 대미를 장식할 주인공은 ‘올해의 바리스타’로 선정된 모모스커피의 전주연 바리스타입니다. 수년간 국가대표 바리스타 선발전에서 파이널 리스트에 올랐을 뿐 아니라, 지난 대회에서는 1위를 차지하면서 국가대표로 세계 대회에 서기도 했습니다. 무대 위에서 만나는 그는 마치 커피를 하기 위해 태어난 사람처럼 완벽해 보입니다. 하지만 그는 자신을 ‘백조’ 같다고 합니다. 물 밑에서 쉼 없이 발을 놀리는 백조처럼, 무대 뒤에서 긴장과 불안과 싸워가며 끊임없이 노력할 뿐입니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할 수 없을 것처럼 말이죠. 바리스타 전주연과 그의 든든한 버팀목인 모모스커피 이야기, 시작합니다.
KBA로부터 ‘추천되었다’라는 소식을 전달받았을 때 어떤 기분이었나요? 흔쾌히 응하셨나요?
당연히 너무 기뻤어요. 국내에 정말 많은 바리스타가 있는데, 저를 생각하고 제 이름을 적어 주셨다는 게 얼마나 감사했는지 몰라요. 지난해에 이어서 다시 후보에 올라 너무너무 기쁘고 영광스러웠어요.
조금 가벼운 이야기인데요. 국내 대회에서 꾸준히 순위권에 오르셨지만 우승까지는 여러 번 도전한 끝에 거머쥐셨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본다면 KBA도 작년에 이어서 두 번째(?)로 수상하셨구요(하하). 원래 ‘한 번에’ 스타일인데 유독 커피에서만 고배를 마시는 건지 궁금하네요.
그러고 보면 뭐든 한 번에 된 적이 없었던 것 같아요. 문제를 풀다가 답을 찍었을 때도 맞춰본 적이 없었어요. 뭐든 항상 노력해야지만 원하는 결과를 얻었던 것 같아요. 커피만 그런 게 아니라 제 삶이 그랬던 건데, 이게 좋은 건지 나쁜 건지(웃음)...
경연을 해서 수상한 게 아니기 때문에 상을 받는 느낌이 다를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네. 아무래도 대회는 성취감과 기쁨을 느끼는데, 이번 KBA 수상은 한 해를 되돌아보게 했던 거 같아요. 부족했던 부분을 반성하게 되고 다짐도 새로 하게 되더라구요.
어떤 다짐이었나요?
더 많은 사람과 소통해야겠다, 더 많은 것을 나눌 수 있도록 부지런히 공부하고 그런 자리를 만들어야겠다, 고 다짐했어요.
만약 다음에 다시 한번 추천받는다면 어떤 분야에 도전해보고 싶으신가요?
좀 더, 오랜 시간이 지나서 ‘명예의 전당’ 자리에 한 번 서보고 싶어요(웃음).
전주연 바리스타님이 ‘커피를 해야겠다’ 결심하게 된 특별한 계기가 있었나요?
제가 커피를 할 수 있었던 건 모모스와 이현기 대표님과의 인연 때문이에요. 사실 ‘커피를 해야겠다’라는 생각보다 그냥 이 사람들(이현기 대표, 박정수 부대표, 정주은 실장)과 함께라면 뭐든 할 수 있겠다, 생각했었죠. 만약 모모스 식구들이 갑자기 다른 사업을 해보자고 한다면 저는 망설임 없이 도전할 것 같아요. 이들과 함께라면 뭔들!, 이런 마음이랄까요(웃음)?
전주연 바리스타님과 모모스커피를 떼어놓고 생각하기가 쉽지 않은 것 같아요. 모모스 식구들을 신뢰하게 된 계기랄까, 에피소드 같은 게 있나요?
특별한 무언가가 있었던 건 아니에요. 그냥 행동과 마음으로 전해지는 느낌적인 느낌이랄까요?(웃음). 처음 대표님을 만나서 이야기하는데 열정이 느껴졌어요. 자신감도 있었구요. 앞에 이야기했던 것처럼 대단한 기대가 있었던 건 아니고 그냥 단순했어요. ‘함께하면 재밌겠다’라는 마음이었어요.
당시에 대표님이 미래를 꿈꾸면서 내뱉으셨던 말이 있었는데, 그걸 지키려고 많이 노력하셨어요. 가까이에서 그런 모습을 보니 사람에 대한 신뢰가 생기더라구요. 그 뒤로 모두 함께 노력했죠.
그것만으로도 좋았는데 우리가 준비하는 일들이 하나둘씩 현실로 이뤄지는 거예요. 그때 기분은 말로 설명할 수 없었죠. ‘우리가 함께라면 뭐든 할 수 있겠구나’ 같은 우리만의 끈끈함이랄까요. 여전히 대표님을 보면서 많이 배우고 있어요. 정말 사소한 것도 말이죠. 대표님, 존경합니다!
‘꿈’이 ‘현실’이 되는 과정 중에서 아직도 기억 속에 남아 있는 장면이 있으세요? 짧게 소개해주세요.
대부분 직원복지나 개인적인 꿈을 이루는 것에 대한 ‘연월차’랑 ‘안식월’ 제도‘예요.
어떤 제도인가요?
일반적인 회사의 연, 월차와 같아요. 근속 기간에 따라서 월차, 연차를 쓸 수 있는 거죠. 커피를 처음 시작했을 때도 그랬지만 지금 주 5일 근무, 월 8일 휴무를 하는 경우가 많지 않아요. 못하는 카페가 더 많죠. 안식월은 3년에 한 번씩 한 달 동안 쉬는 거예요. 일종의 유급휴가인 셈이죠. 직원들 대부분이 한 번씩 다녀왔어요.
이직, 퇴직이 잦은 업계인데... 직원들 근속 기간이 상당한가 봐요?
평균 5년은 넘는 거 같아요. 부대표님, 실장님은 12년째, 저도 그렇구요. 매니저, 팀장은 7~8년, 스태프는 4~5년 정도.
어떻게 시작하게 됐나요?
대표님은 우리가 좀 더 성장하면 ‘연월차’를 시도해보자, 라고 하셨어요. 그런데 직원을 쉬게 하려면 일할 직원이 더 필요하잖아요? 결국 연월차를 하려면 수익을 다시 투자해야 하는 상황이었어요. 하지만 대표님은 투자하기로 하셨죠. 안식월 제도도 마찬가지였어요. ‘우리도 선생님들처럼 방학을 가져보자’라며 시작했던 게 안식월이었어요.
생각보다 준비하는 과정이 쉽지는 않았어요. 도입하기까지 2년 반 정도 걸렸어요. 연월차 준비할 때보다 직원이 더 많이 들어와야 했거든요. 새로 들어온 직원이 자리를 못 잡으면 기간이 미뤄지기도 했구요. 직원들은 기다리고만 있어야 하는 상황이라 준비하는 입장에선 부담이 엄청나게 컸죠.
다시 투자해야 한다는 게 간단한 일이 아니었네요. 사람만 늘리면 되는 게 아니었어요.
맞아요. 본인의 에너지가 손님한테 집중돼야 하는데 자꾸 다른 쪽으로 분산되니까 제대로 해낼 수가 없더라구요. 서로 충분히 대체할 수 있는 수준이 갖춰져야 한다는 게 어려웠죠.
지금은 3년에 한 번 돌아오는 안식월이지만 앞으로 3년 차 이후엔 5년 차, 6년 차, 7년 차처럼 매년 안식월을 가질 수 있도록 여러 방면으로 고민 중이에요.
바리스타 복지에 대한 이야기를 할 때면 모모스와 전주연 바리스타님이 빠지지 않는데요. 특히 최근 최저시급에 대한 이슈가 있기 전부터 파격적인(?) 연봉과 복지혜택을 지원한다는 거죠.
맞아요. 실제로 최저시급보다 급여가 높은 편이에요. 또 월 8회 휴무와 앞에 이야기했던 연월차 휴가, 안식월 제도, 해외연수도 지원하고 있죠. 그래서 종종 모모스의 복지와 연봉을 보며 파격적이라고들 하세요. 하지만 커피 업계에서일 뿐이에요. 전체 산업에서 본다면 평범할 수 있어요. 직원들에게 더 좋은 복지를 제공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죠. 아직도 부족하다고 생각해요.
많은 분이 부러워도 하시고 좋아해 주시지만 욕으로 돌아오기도 해요. ‘니네가 그렇게 하니깐 바리스타들 눈만 높아진다’ 같은...(웃음)
모모스커피는 어떻게 그렇게 할 수 있나요? 마인드의 차이일까요, 실제로 매출이 높아서 가능한 걸까요?
매출이 높아지면서 복지가 더 좋아진 게 사실이긴 해요. 하지만 매출이 높기 전부터 사소하게라도 직원복지를 실천하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해왔어요. ‘매출이 높아지면 직원 복지를 더 많이 해주자’라는 것보다 ‘직원 복지가 좋아지면 매출은 자연스럽게 높아진다‘ 믿음을 갖고 있어요.
'우리와 연결된 모든 사람이 행복할 수 있는 삶을 만들어 가자', 모모스가 추구하는 방향이라고 할 수 있어요.
그렇다면 바리스타 입장은 어떤가요? 높은 급여, 좋은 복지 혜택에 대한 책임감도 적잖을 것 같은데요.
정말 백조 같아요(웃음). 바쁘게 움직이죠. 복지가 좋은 만큼 그 복지를 지켜가고 또 더 좋은 복지를 만들어 가야 하니까요. 책임감도 많이 느끼고 있기도 하구요. 힘들 때도 있지만 함께 일하는 바리스타들이 더 행복해질 수만 있다면 기꺼이(웃음)...
지금은 부산 커피 씬을 대표하는 모모스커피지만 작은 카페에서 시작해 성장해온 걸로 알고 있습니다. 모모스커피의 성장과 전주연 바리스타의 성장을 비춰본다면, 어떤가요?
모모스커피 하면 ‘전주연’이 가장 먼저 떠오르게 만들고 싶다, 라고 말했던 적이 있어요. 회사가 성장하도록 많이 노력했는데요. 때로는 제가 성장해야 회사가 성장하기도 했어요. 그렇게 회사와 저의 성장이 연결됐던 거 같아요.
때로는 모모스와 전주연이 너무 겹쳐 보이진 않을까 싶어요. 이번 인터뷰에서도 모모스 이야기가 길어진 것처럼요(웃음).
사실 그것 때문에 슬럼프가 살짝 온 적이 있었어요. 모모스에서 외부 활동하는 유일한 사람이 저인데, 사람들에게 비치는 모습은 항상 웃고 있는 거였어요. 그때 ‘이게 정말 내 모습일까?’ 싶었어요. 과연 진짜일까? 나는 누구지?
그래서 차분하게 생각해봤어요. 부정적인 부분도 있고, 긍정적인 부분도 있더라구요. 그런데 삶의 대부분을 일하면서 보내는 때잖아요. 그런 중에 사람들에게 긍정적으로 비치고 있으니 그것도 좋은 거 같다, 이렇게 생각하게 됐어요. 약간 슬럼프가 올 것 같았지만, 잘 넘겼죠(웃음).
이젠 생각이 잘 정리되셨을 테니까 여쭤볼게요. 전주연 바리스타는 어떤 커피인인가요?
최근에 들었던 말 중에 기분이 좋았던 게 있었는데, 아 나는 그런 사람이겠구나 싶었어요.
수업하는데 교육생이 ‘커피를 배운다기보다 밝은 에너지가 자기한테 전달되는 거 같아서 너무 좋았다’라고 하더라구요. 교육하면서 웃는 모습을 자주 보여주려고 노력하거든요. 같이 웃게 만들고, 기분 좋게 만드는 일. 커피 업계에 긍정적인 에너지를 전달하는 사람이지 않을까 싶어요.
질문이 좀 이상하지만, 어떻게 그렇게 밝을 수 있나요?
사실 사람들을 만날 때만 그런 것 같아요. 혼자 있을 땐 표정이 별로 없는 거 같아요. 혼자 있을 때 웃고 그러면 좀 이상하잖아요?(웃음).
제가 사회복지를 전공했는데, 교수님이 매일 아침 웃는 연습을 해보라는 숙제를 내주셨던 적이 있어요. 거울을 보며 자기의 긍정적인 부분을 칭찬해보라는 거였죠. 그때부터 몇 년 동안 매일 아침 연습했어요. 예쁜 미소라기보다는 기분 좋아지는 웃는 모습을요. 그게 많이 도움 된 것 같아요.
물론 부대표님이나 다른 분들은 ‘아무 생각이 없어서 계속 웃는 것 같다’라고 하시더라구요(웃음).
사람을 만나는 일이 어렵거나 불편하시지 않나 봐요. 만남과 소통을 즐기시는 편인가요?
아, 또 그렇진 않아요. 어느 정도 노력하는 부분이 있어요. 사실 낯가림이 심한 편이에요. 소심한 A형(웃음).
사람들 앞에 선다는 두려움이 굉장히 커요. 그래서 개인적으로 워크숍이나 세미나 같은 의뢰가 들어오면 대부분 거절하는 편이에요. 회사를 대표해서 꼭 해야 하는 일이 아니라면요. 그럴 때는 준비를 엄청 많이 하는데, 스트레스도 엄청 받아요. 그 자리에 섰을 때도 긴장을 많이 하는 편이구요.
그럼 대회 같은 경우에는 하고 싶다는 마음이 더 커서 할 수 있었던 건가요?
네. 그것만큼은 해내야 한다, 생각하는 거죠. 그래서 연습을 많이 해요. 풀(Full) 시연이라고 하죠. 15분 동안 하는 시연을 아침부터 잠들 때까지 무한 반복해요. 그렇게 해도 긴장하는 편이지만...
여전히 전주연 바리스타님은 목표를 향해 현재 진행형이지만, 모모스와 또 모모스 내의 다른 직원들이 볼 때면 ‘포스트 전주연’을 기다리고 또 꿈꾸지 않을까 싶은데요. 선배 바리스타로서의 입장은 어떠신가요?
모모스는 제 꿈이 진행형이라고 해서 다른 사람이 꿈꾸지 못하는 곳이 아니에요. 목표를 가졌다면 누구나 기회를 가질 수 있죠. 그 목표를 이룰 수 있도록 함께 배려하고 노력해요. 실제로 같이 준비하기도 하구요.
지난 KNBC(Korea National Barista Championship)에서는 3명이 참가했고, 얼마 전 KCTC(Korea Cup Tasters Championship)도 4명이 참가했어요. 지난 대회는 제가 처음으로 다른 팀원과 에너지를 나누며 준비했던 대회이기도 했죠. 각자의 개성이 뚜렷한 만큼, 제2의 전주연이 아니라 또 다른 색깔을 가진 바리스타로 성장했으면 좋겠어요.
본인 대회를 준비하는 것만으로도 부담스러웠을 텐데, 그 시간을 쪼개서 누군가를 봐준다는 게 부담스럽진 않았나요? 다행히 결과가 좋긴 했습니다만, 만약 결과가 좋지 않았다면 후회가 됐을까요?
그렇진 않았을 거 같아요. 선배이기 때문에 배려해야 하는 부분은 있었지만 도움을 진짜 많이 받았어요. 그전까지 대회를 준비할 때 항상 혼자 남아 준비를 해야 했거든요. 그런데 누군가 옆에 있어서 설거지라도 도와주면 한 번 할 것도 두 번 할 수 있게 돼요. 큰 도움이죠.
특히 이번 WBC를 준비할 때 부담감이 컸어요. 대표님도 해외에 계셨고 혼자서 준비해야 하는 시간이 길었죠. 그때 함께 준비했던 팀원들이 위로도 되고 많이 도와줬었죠.
2부에서 계속...
전주연 바리스타 인터뷰는 1, 2부로 나눠 포스팅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