챔피언의 백룸(2부)

모모스커피 전주연 바리스타

by Andy R
KakaoTalk_Photo_2018-04-03-23-10-43_4.jpeg | KBA를 만들 수 있도록 도움을 주시는 후원사들
2018 KBA 수상자 마지막 인터뷰입니다. 그 대미를 장식할 주인공은 ‘올해의 바리스타’로 선정된 모모스커피의 전주연 바리스타입니다. 수년간 국가대표 바리스타 선발전에서 파이널 리스트에 올랐을 뿐 아니라, 지난 대회에서는 1위를 차지하면서 국가대표로 세계 대회에 서기도 했습니다. 무대 위에서 만나는 그는 마치 커피를 하기 위해 태어난 사람처럼 완벽해 보입니다. 하지만 그는 자신을 ‘백조’ 같다고 합니다. 물 밑에서 쉼 없이 발을 놀리는 백조처럼, 무대 뒤에서 긴장과 불안과 싸워가며 끊임없이 노력할 뿐입니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할 수 없을 것처럼 말이죠. 바리스타 전주연과 그의 든든한 버팀목인 모모스커피 이야기, 시작합니다.


1부에서 이어집니다.

최근 1~2년 사이에 있었던 커피 인생 중 가장 극적인 순간이 있었다면?


아시다시피 얼마 전에 오랫동안 꿈꿔왔던 WBC라는 무대에 섰어요. 저에게 최근 10년 중 가장 극적인 순간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에요. 좋은 결과까지 있었다면 더할 나위 없었겠지만 충분히 꿈 같은 시간을 보내고 왔어요.


‘서 있는 곳이 다르면 풍경이 달라진다’라는 말이 있는데, 세계무대에서 바라본 커피 씬(Scene)은 어떤 모습이었나요?


‘더 잘하기 위해, 더 좋은 모습들을 보여주기 위해’ 애쓰는 모습이 아니었어요. 다들 ‘커피가 좋아서, 그저 재밌어서’ 커피를 즐기고 있는 모습들이었어요. 그 자리에 부담감을 가득 안고 서 있는 제가 아주 작아 보이더라구요. WBC 무대를 전후로 생각이 조금 달라졌어요.


어떻게 달라졌나요?


무대에 오르기 전까지 WBC는 개인적인 욕심이나 꿈을 실현하기 위해 서고 싶었던 무대였어요. 하지만 지금은 명절이 되면 모이는 ‘큰집’과 같은 곳이랄까요. 한 나라를 대표하는 바리스타들이 각자의 커피시장을 알리고 또 세계 바리스타들과 소통할 기회가 주어지는 시간이고 공간인 거죠.

KBA_Barista_JJY_resize_12.jpg | 에스프레소를 추출하고 있는 전주연 바리스타

큰집이라니... 알듯 말듯 한데요. 어떤 장면을 보신 건가요?


한국 선수들에게 비슷한 경우가 있었는지는 모르겠지만 개인적으로 가장 아쉽고, 부러웠던 부분인데요.


나라별 우승자들 옆에 지난해 우승자가 함께 있더라구요. 같이 이야기도 하고 백룸(선수 대기실)에서 도와주기도 하고. 서로 격려하고 응원하는 모습이 너무 부럽고 좋아보였어요. 또 서로 소개하고 인사하기도 하구요. 일 년에 한 번씩 모이는 계 모임하는 느낌이랄까요.


그래서 내년에 우승하지 않더라도 보스턴(2019WBC 개최 장소)은 꼭 갈 생각이에요. 챔피언이 누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이번 WBC를 통해 알게 된 바리스타나 코치들한테 ‘우리 바리스타야’라고 꼭 소개해줬으면 좋겠어요.. 서로를 이어주는 역할이죠.


그들이 무대를 즐길 수 있었던 비결이나 이유는 뭐라고 생각하시나요? 마인드가 바뀌어야 한다, 는 정답이 있긴 하지만 사실 그게 말처럼 쉽지는 않잖아요. ‘즐기기 위한 무대’를 위해 무엇이 필요할까요?


아무래도 결과보다는 과정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게 필요할 것 같은데 쉽지는 않겠죠. 결국 결과에 대한 욕심을 버리는 게 중요하지 않을까요? 물론 쉽게 그럴 방법이 있다면 해볼 텐데, 이게 계획한다고 되는 게 아니라서 문제네요(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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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년도 우승자였기 때문에 다음 대회 결승 출전권이 있으시죠?

네. 한 해를 쉬고 하면 더 잘할 수 있을 것 같은데... 라는 느낌은 있지만 예선부터 치러서 올라가는 게 생각보다 체력 소모가 크더라구요. 이번 대회가 그랬어요. 그래서 출전권이 있을 때 해보자, 했죠. 당연히 WBC에 다시 한번 서보고 싶은데 너무 욕심은 내지 않으려고 해요.


세계 대회를 겪고 난 뒤 바뀐 생각들이 이번 대회를 준비할 때 분명 영향을 미치겠죠?

조금 더 즐기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편하게 생각하려구요. 사실 한 번도 서지 못했던 동경의 자리가 있었지만 지금은 섰고, 처음 목표했던 걸 이뤄냈어요. 앞으로 준비하는 일들은 운이 좋으면 되는 거고, 아니면 어쩔 수 없는 거라고 생각해요. 하나만 보고 달려왔는데, 그걸 이뤘으니 내려놓은 거죠.

이게 긍정적으로 적용돼야 할 텐데... 아무튼 편하게 준비해보자 이런 생각이에요. 너무 편하면 안 되겠지만(웃음)

‘나는 재능형 vs 노력형’, 어디에 가깝나요?


타고난 재능은 전혀 없는 것 같아요. 그래서 더 노력하려고 애쓰는 편이에요(웃음).

KBA_Barista_JJY_resize_06.jpg | 모모스커피의 오픈 바. 커피를 비롯한 음료가 만들어지는 과정을 확인할 수 있다

어떤 노력을 기울이시나요? 커피 공부법이랄까요. 그냥 커피라고 하면 너무 방대하고 막연하니, 주제를 조금 좁혀서 ‘더 좋은 에스프레소를 위한 노력의 방법, 비법이 있다면 소개 부탁드려요.


너무 어려운 질문인데요(웃음). 한 잔의 맛있는 에스프레소를 만들기 위해서는 추출만 잘한다고 되는 건 아니더라구요. 바리스타의 동작 때문에 커피 맛이 달라지는 것보다는 추출하기 전의 과정들이 더 크게 작용한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에스프레소와 어울리는 커피를 찾고, 로스팅이 잘 됐는지를 살피는 것처럼 퀄리티 콘트롤에 많은 시간과 에너지를 쏟아요.


한 잔의 커피도 중요하지만 좋은 퀄리티를 지속할 수 있는 노력이 중요한 거군요.


맞아요. 그리고 그런 것도 있어요. 긍정적인 선입견이라고 할까요. 커피를 똑같이 내려도 고객들한테 조금 더 기분 좋게 전달한다면 더 맛있게 즐기지 않을까. 일종의 감성 자극인 거죠.


평소에 ‘바리스타는 커피 연출가다’라는 말을 해요. 한 잔의 커피가 전달될 때 바리스타는 음악, 잔의 모양이나 색깔, 세팅을 다 신경 써야 하는 거죠. 손님이 한 잔을 마셨을 때 충분히 만끽할 수 있는 부분을 만들어 내는 게 바리스타의 역할이라고 생각해요. 좀 오글거리죠?(웃음)

KBA_Barista_JJY_resize_07.jpg | 매장에서 판매하고 있는 커피와 도구들

그동안 슬럼프는 없었나요?


3년 전쯤 슬럼프를 겪은 적이 있었어요. 당시 온라인 유통팀장으로 일을 하고 있었을 때였는데, 커피를 잘 이해하고 잘 만들어내는 게 전부가 아니더라구요.


예를 들면 소식지에 들어갈 글을 적어야 하는데, 말로는 줄줄줄 잘 설명할 수 있어도 그걸 한 줄로 적어내는 게 정말 힘들었어요. 온라인 몰에서는 디자인적인 요소가 중요한데 저한테는 그런 감각이 많지 않더라구요.. 가지고 있지 않은 능력을 표현하려니 힘들었죠.


제가 너무 부족해 보였어요. 과연 내가 회사에 도움 되는 사람인가, 내가 이것밖에 되지 않는구나, 내가 팀장인데 이 팀을 망쳐버리는 건 아닐까, 팀원을 끌어줘야 하는데, 매출을 올려야 하는데... 고민에 빠져 있었죠. 자신감을 많이 잃었어요. 벽을 만났는데 그걸 뚫고 갈 수 있는 능력이 없다는 걸 알게 됐어요.


그전에는 경험하지 못했던 성격의 슬럼프였나요?


네. 커피를 만들고, 방법을 찾아가는 과정은 너무 재밌게 했던 거 같아요. 대회를 준비할 때도 그랬구요. 슬럼프가 왔던 적은 한 번도 없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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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팀을 바꾸신 거죠?


네. 지금은 교육팀장이죠(웃음). 그 슬럼프를 겪고 나서 생각을 많이 했어요. 대표님과도 이야기를 많이 나눴구요. 결국 제가 나이에 비해 커피만 했기 때문에 다른 경험이 많이 부족하다는 걸 인정하게 됐죠. ‘내가 알고 있는 게 얼마 없구나...’


물론 슬럼프를 넘기 위해서 노력을 안 했던 건 아니에요. 잘 모르면서도 미술관이나 박물관을 많이 다녔어요. 어떻게든 찾아보려고 애썼던 거죠. 슬럼프가 끝나면서 저는 교육팀으로 이동했어요. 제 자리는 더 적합한 분이 맡게 됐구요.


자신이 잘할 수 있는 것과 없는 것에 대한 판단이 빠른 편인가요?


잘 구분하는 편인 거 같아요. ‘아 내가 못하는구나, 안 되는구나’라면서요. 물론 그걸 알기 전까지는 노력하는 편이구요. 안 된다 싶을 때 잘 놓는 거 같아요.

KBA_Barista_JJY_resize_05.jpg | 모모스에서 판매하는 베이커리 제품들

그래도 놓았다고 해서 아예 관심을 끊는 건 아니에요. 저 사람은 저렇게까지 하는데... 부럽잖아요(웃음). 그래서 그 사람과 많이 이야기해보려고 해요. 제 부족한 부분이란 걸 아니까요.


지금까지 ‘노력’과 ‘성취’에 대한 경험치가 많으실 거 같아요. ‘나는 노력하면 다 할 수 있어’ 이런 주의신가요?


‘노력하면 안 되는 건 없다’ 이런 생각은 해요. 하지만 제가 욕심을 부리면 안 된다는 경계가 있어요. 만약 슬럼프를 겪을 때 제가 그걸 계속 잡고 있었다면 제 욕심으로 회사의 성장이 더뎌졌을 거예요. 저보다 뛰어난 사람을 알게 됐고, 훨씬 더 잘할 수 있을 테니 그 자릴 놓을 수 있었던 거죠. 어떻게 보면 자존심이 상하는 일이지만...


그걸 인정하는 순간은 어땠나요? 쉽지 않았을 것 같은데요.


그때가 최저점이었어요(웃음). 대표님과 가장 많은 이야기를 했던 때이기도 하구요. ‘사람이 놓을 줄도 알아야 한다’라고 대표님이 말씀하셨어요. 물론 그때는 귀에 들어오진 않았지만요(웃음). 회사 입장에서 생각하는 게 맞으니까요. 놓는 일이 쉽지는 않았어요. 어렵더라구요. 근데 한 번 해보니까 쉬워지네요(웃음).

KBA_Barista_JJY_resize_28.jpg | 매장 뒷편에 있는 로스팅실



KBA_Barista_JJY_resize_26.jpg | 모모스커피의 무게 중심은 커피에만 있지 않다. 제빵실에서 직접 만드는 다양한 베이커리 제품 역시 많은 공을 들이고 있다

지금까지도 그랬고, 앞으로도 하게 될 커피. 그 원동력은 무엇인가요?


언제나 그랬듯 제 원동력은 ‘팀 모모스’그리고 ‘팀 부산’이에요. 제가 성장하기까지 많은 도움을 준 건 회사뿐 아니라 부산의 모든 커피인들 이기 때문이에요. 제가 그동안 받아온 응원에 보답하기 위해서 끊임없이 노력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언젠가 꼭 도달하고 싶은 ‘커피의 이상향’이 있다면?


다시 한번 대한민국 국가대표로 서고 싶은 WBC 무대 그리고 Champion!

KBA_Barista_JJY_resize_31.jpg | 분위기 있는 저녁 시간의 모모스

만약 국가대표로서 다시 한번 서서 WBC에서 우승까지 하게 된다면, 그 다음은 무엇일까요?


아직 구체적인 계획을 세운 건 아닌데, 세계의 커피인들을 한국으로 초대하고 또 제가 세계무대에 서서 여러 커피인을 이어주는, 소통의 연결고리 역할을 하는 거예요.


그리고 개인 시간에는 영어공부를 하고 있어요. 홀로 바이어 역할을 하시는 대표님을 돕기 위해서이기도 하고, 또 세계의 바리스타들과 소통하기 위한 준비이기도 해요. 더디지만 꾸준히 해나가는 중이에요.


이제 ‘커피’를 꿈꾸는 사람들에게 응원과 격려의 메시지 부탁드려요.


뚜렷한 목표가 있다면 언젠가는 이루어질 거예요. 목표를 향한 과정을 꼭 즐기셨으면 해요. 과정은 목표했던 결과보다 더 큰 것을 가져다 주더라구요. 언제나 당신의 편에서 응원할게요!


KBA_Barista_JJY_resize_34.jpg | 대나무숲과 작은 연못이 어우러진 정원은 고즈넉한 분위기를 만들어낸다. 모모스커피를 대표하는 이 공간은 작은 카페에서부터 시작해 조금씩 공간을 넓혀오면서 갖게된, 의도되지 않은

모모스 커피

부산광역시 금정구 오시게로 1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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