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렌드가 예술이 될 때

씨스루커피 이강빈 바리스타

by Andy R
2018KBA후원사로고모음.jpg | KBA를 만들 수 있도록 도움을 주시는 후원사들
2018 KBA 수상자에 이어서 이번에는 각 분야별 후보자들을 만났습니다. 부득이하게 수상자와 후보자를 나누긴 했지만, 많은 사람들에게 추천되고 선정된 후보인 만큼 그들의 이야기도 궁금했습니다. 후보자 인터뷰의 첫 주자는 라떼아트 분야, 카페 씨스루의 이강빈 바리스타입니다. 아마도 우리나라 바리스타 중 대중에게 가장 많이 알려진 한 명이지 않을까 싶은데요. 그가 시작한 ‘크리마트’는 국내 방송을 통해 여러번 소개되기도 했지만, 이제는 해외 유수의 미디어를 통해 국제적으로 소개되고 있습니다. ‘대세’라고 부를만한 크리마트지만 그의 포부는 더 크고 의미 있는 일을 향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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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A로부터 ‘추천되었다’라는 소식을 전달받았을 때 기분이 어떠셨나요?
많은 분이 저를 늘 좋게, 유명하다고 말씀해주시지만 사실 스스로는 전혀 체감하지 못하고 있어요. 아니, 그렇지 않다고 생각해요. 게다가 바리스타보다는 대중에게 더 많이 알려져 있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그런 중에 KBA에 추천됐다고 들었을 땐 ‘내가? 누가 날 추천한 거지?’ 궁금했어요. 신기했죠. 그러니 감사한 초대에 마다할 이유가 없었죠.

최종 후보로서 시상식에 초대받았을 때는 어떤 기분이었나요?
방금 이야기한 것처럼 쟁쟁한 바리스타들과 어깨를 나란히 했다는 게 너무 감사했어요. 저는 대회로 유명해진 게 아니다 보니 한편으론 꼭 구상해서 바리스타의 길이 여러 방향성이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은 마음이 컸어요. 다들 어렵다는 시장이잖아요. 새로운 길을 보여주고, 그것을 해낼 수 있다는 본보기가 되는 게 제 꿈 중 하나거든요. 비록 수상은 못 했지만, 노미네이트 된 것만으로도 새로운 방향성, 가능성을 알릴 수 있었다고 생각해요.

대회에 출전하지 않는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
노미네이트된 다른 바리스타분들 중에서 제가 유일하게 상이 하나도 없었죠. 다른 분들이 들으시면 어떨지 모르겠지만 예술이라는 것에 심사위원이 점수를 매긴다는 게 받아들여지지 않더라구요. 가끔 라떼아티스트 분들이랑 술 한 잔씩 하면서 이야기 나눌 때면 비슷한 이야기를 종종 하세요.

어떤 이야기였나요?
각자의 스타일과 기준이 있는 건데 심사 기준이나 패턴을 따라가야만 하는가, 같은 이야기였어요. 개인적인 성취와 명성을 위해서 대회를 출전하긴 하지만 딜레마가 있는 거죠. 다들 창작에 대한 욕구가 굉장히 크다고 볼 수도 있구요. 라떼 ‘아트’인 만큼 아트에 부합되는 기회들이 많았으면 좋겠어요.

그래서 한 번씩 생각해보는 게 있는데, 대회라기보다 전시회 같은 개념을 한 번 만들어보고 싶어요. 바리스타들의 전시회랄까요? 커피로 표현하고 싶었던 욕구를 꺼내 볼 수 있는 자리죠. 커피 관련 전시회에서 한 섹션을 이런 식으로 꾸며보는 것도 좋을 것 같아요.

KBA_Barista_LKB_resize_06.jpg 방금 추출된 에스프레소의 향을 테스트하는 이강빈 바리스타

최근 1~2년 사이에 있었던 커피 인생 중 가장 극적인 순간이 있었나요?
평창 동계올림픽이에요. 올림픽은 전 세계 축제잖아요. 그때 한국을 방문한 해외 주요 인사들을 대상으로 커피를 내리고 크리마트를 체험하는 시간을 가졌어요. 당시에는 보안 문제 때문에 이야기할 순 없었어요. 행사가 끝나고 시간이 좀 지나서야 이야기할 수 있게 됐죠.

그때 다녀가신 분 중에 유명한 선수들이 많았다는데, 제가 경기들을 열심히 본 건 아니라서... 잘 몰랐네요(웃음).

현장 반응은 어땠나요?
어마어마했죠(웃음). 크리마트할 때 외국 사람들 반응이 대단하더라구요. 사실 우리나라 사람들은 리액션이 큰 편이 아니잖아요. 그 사람들은 커피 위에 그림을 그릴 수 있다는 걸 굉장히 신기해하더라구요. 또 파티 문화가 익숙하다 보니 다들 술 한 잔씩 하면서 그림을 그렸는데, 분위기가 아주 무르익었죠(웃음). 이것 좀 그려달라, 내가 그린 건데 봐 달라, 못생겼다, 이쁘다 이러면서.. (웃음). 좋은 기억이에요. 영광스러웠던 자리였어요.

KBA_Barista_LKB_resize_02.jpg | 크리마트의 가장 큰 특징은 사용하는 재료의 대부분이 차갑다는 점이다. 씨쓰루에서는 크리마트에 사용하는 잔을 냉동고에 보관해둔다

| KBA 심볼이 완성되고 있다. 크리마트의 지속성 덕분에 장시간 그림을 다듬어도 상태 변화가 적은 편이다. 따라서 같은 그림이라도 시간과 정성을 들인만큼 퀄리티는 달라진다

후보에 오른 분야를 스스로 평가해본다면 몇 점을 주시겠습니까?
감히 100점 만점에 100점이라고 말하고 싶어요. 스스로 과대평가하는 건 아니구요. 누군가에게 크리마트라는 새로운 것을 제시하는 입장이니까요. 스스로 신뢰하지 못한다면 다른 사람에게도 믿음을 주지 못할 것 같아요.

사실 크리마트는 음료로서 판매하는 메뉴이기도 한데, 너무 비주얼적인 부분으로만 부각되는 게 부담스럽진 않으셨나요?
지금도 손님들 반응을 보면 ‘예뻐 보여서 맛은 없을 줄 알았는데 맛있어서 놀랐다’는 이야기를 종종 하세요. 아직도 시선을 바꾸는 데 노력해야겠구나, 이런 생각을 하게 돼요. 스스로 좋은 채찍이라고 생각해요.

지금까지 노력하신 덕분에 많은 매체, 심지어 해외에서도 주목하고 있는데요. 크리마트가 트렌드를 넘어서 바라시는 것처럼 커피 예술의 한 분야로 자리 잡는 데 필요한 부분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크리마트에 대한 기본 틀을 잡는 여러 준비가 필요하겠지만, 가장 중요한 건 모든 사람이 크리마트를 쉽게 접하고, 시도하고, 즐길 수 있도록 더 많은 곳에 알리는 거라고 생각해요.

KBA_Barista_LKB_resize_04.jpg | 크리마트로 표현된 KBA 심볼.실제로 맛보니 '고급스러운 맥심 커피 맛'이 났다. 익숙하지만 더 깊고 진한 맛이었다. 보이는 것뿐만 아니라 맛에 있어서도 고민한 흔적이 느껴졌다

상표권을 출원하고 캐릭터 사용을 위한 라이센스를 받고, 저작권이 해제된 작품을 사용하는 등 저작권에 대해 분명하게 조치하셨던 게 인상적인데요. 커피인들에게는 다소 생소할 수 있는 저작권에 신경 쓰신 이유가 있나요?
커피를 하면서 많이 아쉬운 부분인데요. 가수가 표절하거나 디자이너가 패턴을 카피하면 큰 문제가 되지만 식음료에선 그렇지 않아요. 특정 카페의 레시피를 안일하게 따라 하고, 또 그런 업체들을 쉽게 제제할 수도 없죠. 저작권은 당연하게 지켜져야 하는 건데 말이죠. 업계에선 아직 그런 인식이 너무 없어요. 해결 방안을 모르는 분들도 많구요. 바리스타들의 가치를 올리기 위해선 올바른 인식을 갖고 정직하게 사업을 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저작권과 관련해서 또 준비하고 계신 일이 있나요?
매장의 시그니처 메뉴를 지키는 방법, 타 업체에서 메뉴를 모방해 피해를 입었을 때 대처하는 법 같은 내용을 필요한 분들에게 알려드리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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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크리마트에도 각자의 스타일이 묻어나기 마련이다. 선이 또렷하고 컬러감이 분명한 스타일이 좋아하는 사람이 있는 반면, 수채화처럼 색과 색의 경계가 분명치 않고 은은하게 퍼져가는 스타일을 좋아하는 사람도 있다. 이강빈 바리리스타의 스타일은 후자에 속한다. 물론 크리마트는 어떠한 스타일도 표현할 수 있다 Ⓒ이강빈


KBA_Barista_LKB_resize_10.jpg | 상단 스티커에 담긴 롤라, 시루, 스루는 저작권협회에 등록된 씨스루만의 오리지널 캐릭터이다. 이제는 직원들이 더 잘 그린다고 한다.

‘나는 재능형 vs 노력형’, 어디에 가깝나요?
부모님께서 물려주신 재능과 노력, 모두 와닿는 말이에요. 다시 말한다면 어느 하나를 우선할 수 없는 거겠죠. 제가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 건 꾸준함이라고 생각해요. 재능이 있어도 꾸준하지 않으면 빛을 발하지 못하니까요. 그래서 재능형, 노력형 보다 ‘꾸준한 형’으로 소개되고 싶어요.

크리마트에 있어 꾸준히 연습해야 할 부분이 있다면 짧게 소개 부탁드립니다. 물론, 자세한 내용은 얼마 전 출간하신 책을 보면 되겠지만요(하하).
크리마트에 있어서 꾸준히 연습해야 할 부분은 크리마트를 꾸준히 만들어서 마시는 게 가장 중요한 부분인 듯해요. 그림을 그리기 위한 커피가 아닌 맛을 유지하며 그림까지도 예쁜 것이 크리마트의 본질이기 때문에 다양한 시도를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네요(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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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 꼭 도달하고 싶은 ‘커피의 이상향’이 있다면?
‘제 값하는 커피를 하자’, 이게 제 좌우명이에요. 커피가 얼마인지는 중요하지 않아요. 그게 얼마든 그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는 커피에요. 그러기 위해선 품질, 재료, 맛, 서비스, 예술 같은 여러 요소가 뒷받침돼야겠죠. 가성비가 좋은 커피가 아니라 가심비가 좋은 커피죠. 그런 커피가 많아졌으면 좋겠어요.

결국 손님도 이강빈 바리스타님도 만족스러워야 한다는 이야기 같은데, 경험해보신 일이 있나요?
오래전에 크리마트 예약을 받았던 적이 있었는데, 작업 시간이나 재료 때문에 비용이 30만 원 정도 나오겠더라구요. 손님한테 괜찮으시겠냐고 조심스레 물어봤는데 흔쾌히 결제하셨어요. 손님께서도 행복하게 드셨죠. 커피가 예술의 한 분야로 더욱 단단하게 자리매김한다면 커피의 가치도 무궁무진해지지 않을까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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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시작한 사람으로서 이제 ‘커피’를 꿈꾸는 사람들에게 응원과 격려의 메시지 부탁드려요.
커피는 무수한 매력을 지니고 있어요. 그 매력은 다양한 방법으로 표현할 수 있죠. 대단한 매개체라고 생각해요. 이런 커피를 다루는 바리스타는 매력적이고 멋진 직업임이 틀림없다는 걸 알려드리고 싶어요. 제가 좋은 본보기가 되고 싶어요. 누군가에게 희망이 될 수 있도록 열심히 달려가겠습니다.

스스로를 믿으면서 부디 흔들리지 말고, 조급해 하지 말고, 꾸준히 앞으로 걸어가세요. 멋진 동료 바리스타로 만나길 기대하고 있을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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