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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ndy R Apr 17. 2019

잊을 수가 없는 것이다.

잊지 않겠습니다.

세월호가 새파란 아이들과 함께 바다로 가라앉던 날, 아버지가 갑자기 쓰러졌다. 아버지는 원인을 알 수 없는 병으로 한 달이 좀 넘게 중환자실에 의식 없이 계시다가 돌아가셨다. 그리고 그날은 여동생이 쌍둥이 조카들을 조산한지 이틀 째되는 날이었고 며칠 만에 둘 중 한 아이는 별이 되었다. 매년 4월이 되면 그냥 가만히 있을 수가 없는 이유다.


세 가지 일은 나에게 하나의 사건으로 인식되어있다. 아버지의 기일은 5월이다. 하지만 표시해 놓은 달력을 보지 않으면 잘 기억해 내지 못하는데 아버지가 쓰러진 날은 잊을 수가 없다. 아니 잊히지 않는 것이다. 그러고 보니 그 해에 나는 결혼도 했었다. 한 해에 이렇게 큰 일들을 연달아 겪게 되는 건 인생 전체를 되돌아봐도 없고 앞으로도 없을 것 같다.


그 때에 내 얘기를 하려는 것은 아니다. 그건 이미 몇 번 밝히기도 했고 여러번 글로 쓰기도 했다. 모르는 사람들은 있겠지만, 그래도 나는 어떻게든 죽음을 받아들였다. 누가 고의로 그런 것도 아니었으니 어쨋든 서서히 회복할 수 있었다. 앞으로도 그 날과 그 해에 일어난 일들을 계속 기억하겠지만 그 날의 상처도 아물고 아픔도 희미해지며 살아갈 것이다. 

 

하지만, 세월호의 유가족들은 그렇지가 않다. 결코 죽음을 받아들일 수가 없는 것이다. 시간이 해결해 줄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아직도 그 날의 상처로 인해 벌어진 마음에서 피눈물이 흐르고 있을 것이다. 살아도 사는 것이 아닐 것이다. 분명히 아이들과 사람들을 살릴 수 있었던 충분한 시간과 여력이 있었다. 왜 구하지 않았는가? 왜 밖으로 나가라고 하지 않았는가? 여전히 제대로 알 수가 없고 밝혀지지 않았다.


꼭 진실이 밝혀져야 한다. 그리고 잘못한 사람들은 제대로 처벌받아야 한다. 그때가 되어서야 유가족들의 마음도 벌어진 상처가 아물고 치유되기 시작할 것이다. 그 때까지 나도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다.


#기억합니다
#Remember_20140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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