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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ndy R May 07. 2016

행복한 택시기사

불행과 한 끗 차이

언젠가 밤늦게 택시를 탔었다. 평소에 나는 늘 택시기사는 말이 많고 지루하고 고지식하고 몰상식하다는 선입견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택시에 몸을 싣자마자 언제나처럼 목적지를 아스팔트 바닥처럼 딱딱하고 무뚝뚝하게 내뱉고 굳게 입을 다물고 있을 예정이었다.


택시에 앉자마자 택시기사는 테너 톤의 밝은 중저음의 듣기 좋은 목소리로 "안녕하세요. 상쾌한 밤이네요~ 어디로 모실까요? 손님?" 이렇게 밝고 경쾌한 목소리로 인사말을 건네는 택시기사는 처음이었기 때문에 나는 살짝 당황해서 더듬더듬 목적지를 삐죽삐죽 말하고 자리를 고쳐서 앉는데 연이어서 날아드는 목소리!


"손님?" 


" 네? "


"손님은 행복하십니까?" 


갑자기 웬 봉창 두들기는 소리인가 싶었다. 그제야 고개를 들어 백미러로 보이는 택시기사의 얼굴을 볼 수 있었다. 머리카락은 이제 조금씩 흰머리가 쌓여가고 있었고 단정하게 빗어 넘긴 가르마에 갸름한 얼굴에 눈에 주름이 살짝 지어져 미소를 짓고 있었다. 


"글쎄요. 아저씨는 행복하세요? " 


(감히 나에게 행복하냐고 물어볼 줄은 꿈에도 몰랐다. 저마다 한 가지씩은 불행함을 갖고 살아가지 않는가?)


"그럼요! 행복하다마다요~ 저는 언제나 행복하답니다."


"..." 


대꾸할 말이 생각나지 않았다. 다만 머릿속에서만 (좋겠네요. 행복해서라고 비아냥거렸다) 왜 행복한가에 대해서 할 말이 있는지 계속해서 말을 이어갔다.

"손님, 행복은요 언제나 가까이에 있습니다. 그리고 불행도 언제나 가까이에 있어요. 하지만 저는 행복만을 가까이에 두고 살고 있죠. 아니 그렇게 살려고 항상 노력하고 있어요" 


"어떻게요?" 

(전혀 예상치 못한 말이라 당황해서 생각보다 말이 먼저 튀어나왔다.)


" 후훗.. 저는 마음속으로 항상 행복하다고 하루에도 수없이 주문을 외우며 노력하며 살아간답니다. 몇 년 전에 사업에 실패해서 비록 택시 운전기사 노릇을 하지만 애들도 바르게 자라 주었고. 아직 마누라도 살아있거든요. 비록 병원신세지만 허허허..."


순간 머리를 횡과 종으로 뚫고 지나가는 느낌을 받았다. 아무런 대꾸도 하지 못하고 멍하니 무방비 상태로 앉아 있는 나에게 또다시 날아오는 활기찬 한마디.


"손님 다 왔습니다~ 3천200원이 군요 3000원만 주세요. " "그리고 늦은 밤이지만 행운이 가득한 하루 되십시오~"


" 네 고맙습니다..."  


그러고는 택시에서 내려 잠깐 동안 그 자리에 서있었다. 그리고 택시가 떠난 곳을 바라보며 생각했다.


"아저씨, 덕분에 알았어요. 불행은 불행을 생각할 때부터 시작된다는 걸요. 행복할 수 있도록 노력할게요. 고마워요"


네온사인에 둘러싸인 밤거리에 수많은 헤드라이트 불빛 속으로 사라지는 아저씨의 택시를 바라보면서 앞으로도 저 택시에 오르내리는 많은 사람들은 행복을 다시 생각하게 되겠지. 그리고 모두 아저씨 덕분에 행복에 한 걸음 가까워지겠지 라고 생각하니 갑자기 세상의 온도가 올라가 조금 더 따뜻한 것처럼 느껴졌다. 그리고 내 삶의 온도도 덩달아 조금은 올라간 것 같이 느껴졌다.


"고마워요. 아저씨, 잘 가요. 행복한 택시기사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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