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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ndy R May 23. 2016

한 걸음씩 걷다 보면

Step by step

난 매일 지치는 인간인가 보다. 하루에도 열두 번씩 지친다. 그리곤 또다시 일어난다. 아직까지는 사람인가 보다. 맥주를 한 모금 마시곤... 을 찍어보곤 흠~도 한번 해보고 키보드에 엔터키도 한 번 눌러서 줄을 바꾸어 줘보기도 하고 괜히 두 눈을 껌뻑거려보기도 한다. 이곳에 오면 참 할 이야기가 없어진다. 하지만 늘 이야기가 길어진다.


반말도 여러 번 했다. 왜냐하면 혼자 말하는 듯했으니까. 존댓말도 했다. 모르는 사람에게 읽히는 것이 부끄럽기도 했으니까. 그러면서 오늘은 또 말을 막 한다. 아직까지 난 사람인가 보다.

얼마 전 인사동 골목을 한 걸음씩 걸으면서 여러 가지 생각이 스쳤다. 예전에 이곳에서 만났던 사람들 몇 년 전 누구. 장소. 시간. 날씨. 취한 정도까지... 하지만 지금 그 어느 하나 내 옆에 있지 않구나 하고 생각했다. 많은 곳을 구경하고 다니며 스쳐 지나가는 사람을 눈여겨 살펴보았지만 아무도 기억나지 않았다.

우연히 친구를 만났다. 그리고 그릴 데리고 낙원상가에 가서 꼭 사고 싶었던 악기를 샀다. 왜 그렇게 비싼지... 남은 돈으로 또다시 인사동 골목 어딘가에서 함께 동동주를 마셨다. 딱 세잔 마셨더랬다.

그래도 난 취할 수가 있었다. 친구가 옆에 있었으니까. 그리고 조금은 피곤했으니까. 내일 또 일어나서 난 걷겠네?... 한걸음 한걸음 앞으로만... 생각은 항상 머물러 있으면서 앞으로만 걷겠네?...

내일도 친구를 만날 수 있었으면... 내일도 취할 수 있었으면... 내일은 조금은 다르게 보였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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