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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ndy R Apr 19. 2016

가까이 그리고 멀리 또는 가볍게 또는 힘겹게 그렇게

한 두 마디 흥얼거려본다. 머리를 감다가, 거울을 보다가, 앉아서 책을 읽다가, 그러다 가만히 눈을 감고서, 밥을 먹다가도, 길을 걷다가도, 잠자리에 누워서도, 아침에 눈을 뜨고 나서도, 그냥 흥얼거려본다. 


머릿속에 늘 떠도는 생각이 있다. 어떤 것인지 알 것 같은데 무엇인지 말로 표현하기는 어렵다. 머릿속에 떠올려지는 건 대부분 표현 가능하다고 생각했었는데 실제로는 그렇지가 않은가보다. 


'그런데 누구나 그럴 때가 있을까?'


눈을 감고 떠오르는 이미지와 생각들을 한데 모아서 차분하게 정리하려 애를 쓴다. 질서 없이 떠다니는 것 중에 하나를 붙잡고 생각을 이어 본다. 차분하게 나열할 수가 없다. 이유가 뭘까? 어쩌면 머리가 이상해진 것인지도 모르겠다.


기본적으로 생각하는 것과 말하는 것은 바뀌지 않았다. 그러나 무의식 어딘가에는 무언가가 변한 것 같다. 하지만 그게 무엇인지 알 수가 없다. 예전에는 늘 불안하며 답답해 했었다. 생각의 고리를 끊어내지 못하고 한참이나 고민 속에 빠져 지냈다. 지금은 담담하고 침착하게 잘 지내고 있는 것 같다.


10년 전만 해도 나는 좀처럼 화를 참지 못했다. 뭐가 그렇게 화가 났던 걸까? 잘 생각나지 않는다. 기억나지 않는다는 건 그렇게 중요하지 않은 일인데도 나는 화를 냈다. 하지만 지금은 화를 내지 않는다. 아니 내가 내는 화를 나는 감당 할 수 없게 되었다.그래서 그냥 식은 죽처럼 먹든지 말든 지의 태도를 취하기로 했다. 


'그런데 나를 화나게 하는 건 뭐였을까?'


그래도 다행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앞으로 살아갈 나의 모습이 상상조차 되지 않지만 어떤 마음을 갖고 살아야하는지는 조금씩 선명해지는 것 같다. 그리고 때로는 알 수 없는 불안함이 삶을 지속하게 만드는 동력이 되기도 한다. 


'불안하니까 벗어나려고 발버둥 치게 되는 것일까?'

봄에는 봄의 냄새가 있다고 믿었다. 바람에게도 분명 일정한 법칙이 있듯이 말이다. 하지만 봄의 냄새는 봄꽃들이나 겨우내 얼었던 흙이 녹는 냄새일 뿐이고 바람도 실은 제멋대로 부는 것뿐이다. 그래도 봄의 냄새와 봄바람이 마음을 설레게 하는건 진짜다.

내게도 쉽게 잊히지 않는 슬픔과 고통의 기억들이 있다. 다른 사람과는 비교할 수 없다. 그건 오롯이 나만의 슬픔과 고통이니까. 하지만 비참하거나 외롭다기보다는 내 슬픔과 고통의 기억들이 다른 누군가에게 불편한 존재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고 나서부터는 슬픔과 고통의 기억들을 하찮은 것들인 양 얼버무리고 말았다. 


'귀찮치 않아? 슬픔과 고통의 기억 따위가 있다는 거 말이야.'


그래도 세상을 살면서 알게 된 건 따뜻한 사람과 공기, 그리고 상쾌한 바람 같은 삶의 이야기들이 있어서 그렇게 나쁘지 않다. 봄바람이 스치듯 지나치며 나에게 속삭인다. 세상과 삶은 아직 살아가야 할 가치가 있을지도 모른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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