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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ndy R Oct 22. 2016

보이지 않는 위기를 포착하는 힘은 어디에서 오는가?

우리는 왜 같은 실수를 반복하는 걸까?

미국 미니애폴리스에 있는 35번 고속도로(interstate 35w) 다리의 추모공원에는 검정 화강암 벽면에 흰색 글자로 이렇게 쓰여있다. "인생이란 어떤 일이 벌어졌느냐에 따라 결정되기도 하지만, 우리가 어떻게 대응했느냐에 따라 결정되기도 한다.


그리고 인생이 우리에게 무엇을 제공했는지에 따라 결정되기도 하지만 우리가 무엇을 제공했느냐에 따라 결정되기도 한다. 이타적인 헌신과 연민은 공동체가 비극적 사건을 견뎌 내는 힘이다." 반들반들한 화강암 벽면 앞쪽에는 열세 개의 I자형 기둥(i-beams)이 세워져 있다.


2007년 8월 1일 러시아워 시간인 오후 6시 5분에 35번 고속도로 교량이 붕괴되어 64피트(약 20미터) 아래 미시시피 강으로 떨어져 목숨을 잃은 사람들을 상징하는 조형물이다.


기둥에는 희생자들을 추모하는 시와 글귀가 적혀 있는데, 기둥에는 희생자들이 지나온 삶과 고속도로를 언급하는 대목이 적지 않다. 이곳은 '무고하게 목숨을 잃은 사람들, 살아남은 사람들 그리고 사고에 대처한 사람들'에게 헌정된 추모공원이다.


여름에는 검은 화강암 벽에 새겨진 171명의 생존자 이름과 추도문 위로 물줄기가 흘러내린다. 미니애폴리스에 50년 만에 찾아온 한파가 한풀 꺾인 어느 날, 나는 추모공원을 찾았다.


기념비 위쪽에 달린 고드름이 녹으면서 떨어졌고, 가을에 떨어진 낙엽이 바람에 흩날렸다. 강 건너에서는 웅장한 붉은 벽돌 건물 위로 높이 솟은 굴뚝에서 내뱉는 연기가 맑고 파란 하늘로 피어오르고 있었다.


 - 책, 회색 코뿔소가 온다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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