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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싸라기 Jun 07. 2023

남는게 없으면 장사하지 마세요.

오래전 30대 중반까지 F&B부서 호텔리어로 근무한적이있는 나는 소문난 맛집이라던지 혹은 예전에 백종원의 골목식당이라는 프로그램을 보면 답답하다. 맛집은 유명무실하고,골목식당 이라는 프로그램은 멘토가 시키는대로 안하고 욕심이 앞서서 자기 마음대로 하다가 다시 실패하고 멘토에게 야단을 맞는 모습을 보면 이해가 안간다.게다가 맛집이라는 곳을 방문해서 음식을 먹다가 반찬이 모자라서 상추나 반찬을 요구할때는 남는게 없다면서 돈을 추가로 요구하거나 인상을 쓰는 주인까지도  목격하게 된다.


장사는 자선사업이 아니기에 마이너스를 각오하며 장사할순없다.그러나,이익을 먼저 생각하다보면 손님은 2순위가 된다.그리고 그렇게 운영하는 식당의 음식퀄리티는 음식을 받아보는 순간 한번에 알아볼수 있다.남는것을 먼저 생각하는 식당의 음식에 정성과 맛이 있을리가 없다.철저하게 계산된 제품이자 이미 죽은 음식다.더욱 가관인것은 이렇게 이윤을 우선시하는 식당 대부분이 플레이팅이나 접객 서비스 까지도 형편없다.한국의 음식의 특징중에 하나는 갖은양념 이라는 것이있는데,이것에는 양념이외에도 한국인 특유의 철학이 담겨있다.여러가지 양념이 어우러짐을 뜻하기도 하지만 정해진 레시피가 아닌 일명 손저울로 양념을 만드는 것이다.그렇기 때문에 같은 음식이라도 각집마다 맛이 다른 매력이 존재한다.맛에 대한 매력뿐만 아니라 저울로 계량을 안하고 손으로 만들다보니 양념을 아낄수가 없다.

여기에 한국인의 정이 더해져서 푸짐하고 넉넉한 갖은 양념이 되는것이다.

오래전부터 전쟁과 피난이라는 어려운 환경탓에 먹는것에 한이 맺혔다는 설도 있지만,전라도 지방의 상다리가 부러질만한 상차림과 갖은양념은 한국인의 넉넉한 인심을 말해준다.그러므로 한국땅에서 한국음식을(굳이 한국음식이 아니더라도 사람을 상대로한 식당이라면)만들어서 장사한다면 갖은양념에 대한 음식철학을 기억했으면 좋겠다.오래전 내가 겪었던 소중한 경험을 소개한다.


내나이 20대초반 군대 입대전의 일이었다.

집안형편이 어려운 나는 용돈이라도 벌어볼 요량으로 인천 부평앞의 삼치골목에 위치한 민속주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한적이 있다.그당시 그곳 사장님의 영업력은 아직도 내머리속에 인상적으로 남아있다.민속주점이라고 하면 지금 중년의 사람들에게는 아련한 추억 하나씩은 가지고 있을것이다.당시 호주머니가 가벼운 젊은이들 에게는 이만큼 저렴하고 분위기 좋은 주점이 없었기 때문이다.그당시 사장님은 다른 주점과 다른 특이한 점이 있었는데 그건 바로 매일 다른 기본안주가 제공된다는 점 이었다.그렇다고 비싸거나 대단한 재료가 아니었다.

예를들면 미역 초무침, 피땅콩, 해초무침, 삶은고둥,번데기 등이었고,여름이면 오이가 들어간 미역초냉국,청양고추가 들어간 얼큰한 냉콩나물국 겨울이면 자그만 뚝배기에 따끈한 계란찜,유부가 들어간 미소장국,뚝배기 북엇국 등이다.매일 다른종류의 기본안주를 만드는것이 재료비가 추가로 들어가는 주인입장이나 일하는 종업원 입장에서도 번거로운 일이지만 손님에 대한 이렇게 작은 노력이 생각보다 큰 효과를 불러온 것은 불보듯 뻔한 일이었다.어떤손님은 매일 다르게 제공되는 기본안주 때문에  자주 올수밖에 없다고 스스로 실토하는 사람도 있었다.그렇게 정성을 다하는 접객 서비스에 화룡점정을 찍은 또 한가지 있었다.

그것은 플레이팅 이었다.안주를 깔끔하고 정성스럽게 담아내는것 이상으로 더욱 돋보이게 하는 이런 노력은, 지금까지 어디에서도 이곳 말고는 아직 본적이 없다는 것이 매우 아쉽다.이곳의 그릇들은 같은 모양과 종류가 한개도 없었다.형형색색 가지각색 이었다.


더욱 놀라운것은 시간이 날때마다 사장님이 직접 대형 재래시장에서 그릇을 골라서 사오는데,당시 가격대가 지금 다이소와 같은 매우 저렴하다는 것이었는데 얼마나 발품을 팔았으면 그런 가격대 라고는 안믿겨질 정도로 예뻤다.오죽하면 손님중에는 몰래 가져가는 일이 빈번할 정도였지만,손님 테이블에는 "절대로 가져가지 마시오"라는 안내문구만 있을뿐 사장님은 알고도 일부러 놔두기도 하였다.오히려 그것이 자신의 새도우 마케팅라고 생각 하시는 것이 당시로서는 한차원 높은 마인드였던 것이다.

이렇게 매일 흐트러짐 없이 꾸준하게 영업하신 결과 몇년후 부평역 로타리에 스카이 라운지를 하나더 오픈하시게 되었고 민속주점 단골들은 사장님의 가게에만 쫓아다닐 정도로 지역에 유명인사가 되었으며,무슨 사업을 해도 손님들은 사장님을 믿고 찾아왔다.

마지막으로 손님에게 최선을 다한 사장님은 고단할법한 자신의 영업방침을 흔쾌히 따라준 직원들의 복지에도 아낌없는 노력을 하였고 소통도 아끼지 않았다는 것이다.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물가상승과 금리인상으로 인한 이자걱정 등등...물론 많이 힘들다.그렇다고 이렇게 환경탓만하며 손을 놓고 있을수 만는 없다.이럴때 일수록 가게를 찾아준 손님과 음식에 더욱 집중하고 노력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부디 외식업계에 종사하시는 모든 사장님의 건강과 행운을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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