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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싸라기 Aug 23. 2022

어느 하루 1화.(단편소설)

1화 오전( 출근 )



오전 6시 정각

아주 익숙하지만 들을 때마다 신경을 거슬리게 하는 멜로디가 어두운 방안에

울려 퍼진다. 귀가 아닌 몸속 어딘가에 있는 신경계가 자동으로 팔을 들게 한다.

10분 뒤에 다시 울리게 해 놓고 다시 이불속으로 엎어진다.

스누즈 타임... 이토록 달콤한 시간이 또 어디 있을까.

그 10분이 1분도 채 안 느껴지는 게 단점이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다시 울리는 스마트폰의 알람 소리...

"으... 아... 아"

우진은 비명에 가까운 신음을 토해내며 몸을 움직인다.

이런 기상 모습을 누군가 본다면 어둠 속에서 먹이를 기다리는 좀비로

느껴질 만큼 이불속에서 흐느적거린다. 곧이어 우진은 신경질적으로 이불을

발로 걷어찬 뒤 어두운 방바닥에서 신기의 기술을 뽐내는 경기장에서의 체조

선수처럼 날렵하게 단번에 어두운 방바닥의 담뱃갑을 한 번에 움켜쥔다.

"아... 시발"

우진은 마치 비무장지대에서 지뢰를 밟은 병사처럼 순간 얼어버렸다.

어제 또 술을 바닥에 엎질렀나 보다. 담뱃갑 한쪽면이 축축하다. 아주 기분 나쁜

축축함이다. 그것이 담뱃갑이기에 더 기분이 나쁘다.

우진은 속으로 담뱃갑 속의 담배는 젖지 않았기를 빌며 마치 아기 다루듯이 조심스럽게

담배 한 개비를 꺼내어 본다.

이미 어둠에 익숙해진 동공은 그 어둠 속에서도 담배 개비 끝에 젖은 얼룩을

인지할 수 있었다.

"참.. 씨... 아우"

우진은 라이터로 불 켠 뒤 담배 개비 끝에 갖다 대어 본다. 별수가 없으니

불이라도 붙여보는 것이다. 혹시 안 붙을 것을 대비하여 보통 때보다 1~2초 정도

더 붙여본다. 하지만, 생각보다 금방 불이 붙었다.

그것이 뭐라고 우진은 짧은 기분 좋음, 알 수 없는 쾌감을 느껴본다.

우진은 만족스러운 기분으로 가늘게 떠져있던 두 눈을 비교적 과하게 힘주어

눈을 떠본다.

담배연기가 어두운 방안에서도 마치 그리스 예술가의 그 무엇처럼 형체를

이루다가 이내 천정 구석 어디론가 흩어져 버린다.



오전 6시 30분

아직 방안에 그리고도 이불속에 꿈틀대고 있다.

이럴 거면 무엇하러 6시 정각에 알람을 설정하고 또 못 일어날까 봐 10분을

추가로 스누즈 타임까지 해놓았는가 하고 스스로 마음속으로 질책하며

외국영화에 나오는 영화배우처럼 머리를 두 번 가로로 젖는다.

일어나며 뚜둑 거리는 다리 관절 소리에 어젯밤에 했던 혼잣말을 토시 하나

안 틀리고 또 내뱉는다.

"운동해야 하는데.... 제기랄"

그리고는 찡그린 얼굴로 거의 필터에 다다른 꽁초를 입에서 집게손가락으로

떼어내 알 수 없는 검은 액체가 담긴 쿨피스 통에 튕겨서 꺼버린다.

갑자기 알 수 없는 아주 고약한 그리고 기분 나쁜 불완전 연소된 담배연기 냄새가

얼굴을 찌푸리게 한다.

"아.. 화장실 발매트.. 후..."

화장실 입구로 들어가는 아래쪽엔 머리카락과 먼지뭉치가 꼬여있고 때가 군데군데 묻은 발매트가 짜증을 불러일으킨다.

매트가 더러워서도 그러하겠거니와 사실 더 큰 이유는 벌써 세탁을 맘먹은 지

일주일도 더 넘은 아니, 솔직히 얘기하자면 2주째이며, 그 시간 동안 하는 일

없이 이런 소소한 것 하나 자신과의 약속을 못 지켜내서가 더 분명한 이유리라.

치약을 칫솔에 묻히고 양치질을 하며 한심한 자신의 생활을 곱씹어본다.

치약은 또 왜 이렇게 쓸데없이 많이 짜서 쓰는지, 매트는 언제 세탁을 할 것인지 등등.. 혼자 살아도 스스로가 자존감을 떨어트리는 행동은 하지 않기로 했는데 말이다.

그렇게 양치하다 보니 벌써 7시가 다되어간다.

"시발...."

오늘도 세수는 맹물로 고양이 세수해야 한다.

뭐 피부가 극건성인 우진에게는 오히려 잘된 일이라며 스스로 자위하며 말이다.



오전 6시 50분

우진은 갑자기 누군가 찬물을 끼얹기라도 한 듯이 눈을 동그랗게 뜨고

세면대에서 고개를 든다. 심지어 눈에 빛이 날정도다.

그도 그럴 것이 7시 13분에 집 앞 버스 정거장에 도착하는 35번 버스를 타야

지각을 면하기 때문이다.

옷을 입고 필요한 소지품들을 챙긴다. 그 순간 어느새 몸에 밴 속도와 정확함이

단 10분 만에 펼쳐진다. 우진은 군악대 출신임을 떠올리며 빙긋 웃는다.

그 당시에는 행사를 출동한다면 하루 전날부터 졸병들은 거의 전쟁 수준 에이르는

행사를 준비해야 하고 당일 아침에도 고참들의 수발을 들어가며 본인도

10분 만에 아침식사, 환복, 화장실 용변, 악기수리까지 모든 것을 이 짧은

시간 안에 해야 했고 해냈기 때문이다.

그러하기 때문에 35개월 동안의 군생활에서 자연스레 몸에 밴 행동이 사회생활

할 때도 자신도 모르게 툭툭 튀어나온 것이었다.

우진은 내심 길가는 사람을 불러올 수 있다면 데려다가 "내가 10분 동안 하는 일을 보세요"라고 하며 보여주고 싶다는 말도 안 되는 상상을 잠시 하기도 한다.

그리곤 미친놈처럼 혼자 빙긋 웃기도 한다.



오전 7시 5분

혹시 빼먹은 것은 없나 확인하며 현관에서 신발을 신는다.

출발!! 문을 닫고 열쇠를 꺼내는 순간 "시발~!!! 그럼 그렇지"한탄 섞인

욕지거리가 튀어나온다 그렇게 체크하고 또 했지만 뭔가 빼먹고 안 챙긴

것이다. 재빨리 다시 문을 열고 신발 양쪽 가장자리로 방바닥을 큰 걸음으로

성큼성큼 걸어 들어간다.

로션과 빗이 놓여있는 책상 위, 담배 그리고 , 이어폰....

신경질적으로 움켜쥐고 아까 들어온 그대로 발 닿은 곳에 그대로 발을 옮기며

뒷걸음으로 조심스러우면서 빠르게 빠져나온다.

" 시발 퇴근 후 꼭 닦아야지"

어렴풋이 발자국이 생긴 방바닥을 보며 혼자 다짐하듯 생각한다.

다시 시간을 보니 7시 8분이다.

아무리 집 앞 버스 정거장이라 해도 언덕 아래로 300여 미터나 내려가야 한다.

또한 버스가 3분 정도 일찍 올 수도 있다. 그럼 낭패다.

갑자기 심장이 나댄다. 짜증과 흥분과 급한 마음이 내분비계에 영향을 주고 호르몬이 분비된 것일까?

또한 몸이 더워지고 땀이 난다.

열쇠는 꼭 이럴 때 열쇠 구멍으로 한 번에 안 들어가고 애를 먹인다. 혼잣말로 또 욕을 연신 내뱉으며

복도를 벗어나 다세대 공동현관으로 향하고 드디어 정거장으로 뛰어간다.

서른 살 초반 이 남자는 오래전 군대를 다시 떠올리며 속으로 할수있다라는 알 수도

없고 근거도 없는 자신감을 되뇌며 전력 질주한다. 예전에 연병장을

사력을 다해 뛸 때처럼...

앞으로를 대비해 기술을 배워야 한다고 수긍한 뒤 공장에 취업을 한 뒤로 이러한 아침 수련은

계속해야만 했다.

다행히 버스가 2분 늦게 도착해서 정거장에 막 도달했을 무렵 버스가 오기 시작

했다. 그러나, 마지막 관문이 남았다.

이미 버스 안은 승객들로 인해 만원을 넘어서 옆구리 터져버린 김밥이 되어버린

상태였다. 보통 이럴 때는 세 가지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 그것도 신속하게...

첫 번째는 내리는 승객은 거의 없지만 그래도 버스의 앞문이던 뒷문이던 열리는 순간 매너도 쪽팔림도 전부 개나 줘버리고 전쟁통의 피난민처럼 안면 불사하고 매달려가는 것이다.

두 번째는 친절함을 무기로 곧 다음 버스가 올 것이라는 버스기사의 뻔뻔한 거짓말 절반과 자신의 요행과 귀차니즘의 절반으로 결정한 다음 버스를 기다리는 것.... 확언하는데

다음 버스도 지금 현재 도착한 버스보다 승객이 적지는 않으리라!

세 번째는 자신의 귀차니즘 90%와 계획성 없는 부르주아적인 발상의 소비성으로 택시를 타는 것이다. 집에서 회사까지 족히 만원 이상은 나올 거란 걸 알고 있다. 돈이 없을 땐 만원 한 장도 급한 자신을

생각해보면 엄두도 안 날일이지만,

인간이 어디 그렇던가?

미래를 대비하고 앞날을 준비하는 그런 인간이 많지 않기에 부자 되기가 그토록 어려운 것 이리라. 택시를 타면 여유롭게 담배도 한대 더 태울 수도 있고 뛰지 않아도 된다.

게다가 공장 마당 앞까지 떡하니 바래다준다. 그러나 돈도 아깝지만 헐래 벌떡 뛰어온 게 너무 아깝다. 그리하여, 짧은 순간 우진은 모든 유혹을 뿌리치고 첫 번째 방법을 택하고는 튕겨져 떨어질지도 모르는.. 더욱이 이미 매달려있는 사람들의 틈새로 과감하고도 용기 있게 튀어올라 손잡이를 향하여 손을 뻗는다.


"잡았다...!"지각은 면했다. 돈도 굳었다.

이제부터는 햄스터로 빙의해야 한다. 로또만큼의 아니 그보다 더 낮은  확률로 그 속에서 앉을자리가 나길 바래서 라기보다 그저 그렇게 해야 하는 것 같은 본능의 몸짓이기도 했거니와 일반적으로 아무리 터져버릴 것 같은 만원 버스라도 뒤쪽으로 가면 앞자리보다 비교적 공간이 있기 때문이다.

그것은 약간의 과학적 원리에 적용을 받는 것 같다.

버스의 출발과 멈춤으로 인한 작용과 반작용 원리이며, 한 명이라도 더 태우리라는 버스기사의 어줍잖은 배려심과 영업이라는 간악함이 섞여 탄생한 사막의 오아시스 같은 여유로운 장소이다. 심지어 때로는 책까지 볼 수 있는 공간이 생길 때도 있다. 우진은 좁은 장소에서 파고드는 미안함의 고갯짓과 더불어  좀 더 수월하게 파고들 수 있는 모양이 될 수 있게 타원형이라고 생각이 들게끔 몸을 구부리고

조심스럽고 신속하게 뒤편을 향에 햄스터처럼 미끄러져 들어갔다.

그리고는 익숙하며 본능적인 몸놀림으로 주머니에서 유선 이어폰을 꺼냈다.

숙련된 몸짓으로 귓구멍에 이어폰을 끼워 넣고(왼쪽 귀는 귀 뒤편으로 돌려서 넣는다. 그래야 잘 안 빠지기 때문에..) 플레이 리스트의 헤비메탈을 틀어본다.

볼륨 10, 통쾌하다 짜릿하다 이제까지의 고뇌와 스트레스가 말끔히 날아간다.

"역시 판테라다"라고 속으로 생각하며 차창밖을 응시할 정도의 여유까지 생겼다.

그런데 그때 옆의 승객이 움직이다가 이어폰 줄이 그의 소매자락에 있는 단추에

걸려서 우진의 이어폰 왼쪽이 떨어진다. 이럴 줄 알고 귀 뒤쪽으로 돌려서 끼웠는데 말이다. 갑자기 또 짜증이 몰렸지만 본인의 옷자락으로 인해 떨어진 것으로 눈치챈 승객이 고갯짓으로 미안함을 표한다.

순간 째려보려 했던 우진은 곧바로 얼굴을 풀고 자신도 고개를 까딱한다.

고개를 많이 숙이면 자신이 더 잘못한 것으로 오해할까 봐. 순간 그런 계산까지 한 것이다.

인간의 대단한 순발력과 오만이다.

다시 왼쪽 귀에다가 돌려서 끼워 넣고는 차창을 본다.

봄이 오나 보다 제법 후덥지근 해지는 것 같다. 존재조차도 느끼기 힘든 꽃도 보이는 것 같고...

그렇게 버스는 몇 정거장을 서고 출발하고 하면서 커다란 공룡이 삼켜버린 먹잇감을 다시 뱉어 버리듯 툭. 툭. 툭 사람들이 내리면서 몇 분 전의 지옥 같았던 상황이 언제 그랬냐는 듯이 거의 텅 빈 수준이 되었다.

회사가 가까옴에따라 슬금슬금 피하고 싶은 정도의 나태함이 밀려온다.

참 신기하게도 출근하면서 동시에 퇴근을 생각하다니.... 우진은 속으로 생각했다"나만 그런 것일까? 아니면 직장인이면 당연한 심리 작용인가..."

문이 열리고 내린 다음 힐끗 회사 정면을 바라보았다.

"휴~"한숨이 다 나온다. 왜 일을 하러 출근했는데 한숨을 쉬는 걸까?

정해진 시간 근무하 기로하고 정해진 날 근무한 만큼 급여를 지급받기로 양쪽이

흔쾌히 인정하고 계약서에 싸인까지 한 것이데 말이다.

인간의 본성과 의식의 메커니즘은 그리 단순하지가 않은 것이 사실인가 보다.

비꼬듯 말하자면 비양심적인 욕심... 딱 그 한 가지로도 설명 가능하지 않을까?

어쨌든 우진은 도살장에 소 끌려가듯 터벅터벅 입구를 향해 발을 옮긴다.

그렇게 우진의 회사에서 하루가 시작되었다.

위~~ 잉 찰칵!!

8시 25분, 출근카드 체크가 되었다.

그리고, 2층 작업실로 들어갔다.


 1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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