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 만들기

by Dahl Lee달리

한의과대학 6년 동안은 친구가 많았다. 학과 특성상 다른 과와 교류가 없고 우리과끼리만 수업을 들었다. 고3 같은반이 6년간 이어지는 느낌이랄까. 내성적인 성격인 나도 6년간 좁은 공간에서 계속 같이 생활하니 가까운 사람들이 생겼다. 고등학교 때까진 공부에 제일 빠져있었기에 친구 만들기엔 그다지 관심이 없었다. 겉으로 친한 친구들은 있었지만 속으론 이 시간에 책이나 읽고 싶다고 생각했다. 나의 사회성은 대학에 가서야 발달하기 시작했다고 생각한다.


대학교 때 만나서 친하게 지낸 친구들은 거의 다 동아리를 같이 하거나 취미생활을 같이 하며 친해졌다. 서예동아리, 학술동아리, 편집위원회, 정치동아리.. 많은 동아리를 했다. 고등학교때 잠시 그만두었던 피아노 학원도 나만큼 피아노를 좋아한 친구와 함께 다녔다. 술자리도 빼지 않고 열심히 다니고, 공부도 유럽여행도 맛집투어도 친구들과 함께 했다. 친했던 동기 오빠가 학생회장이 되어서 그 오빠를 도와준다고 학생회까지 했다. 왜 그랬을까. 그시간에 달리기라도 할걸.


학과 특성상 남녀 성비가 불균형했기에 대부분 친구가 남자였고, 그중 몇몇은 내게는 가족같은 존재가 되었다. 그러나 여러 사건 사고로 인해, 영원하리라 믿었던 남녀 간의 우정은 10년 이상 지속되지 못했다. 철석같이 믿었던 가장 친했던 친구들의 배신에 치가 떨려서, 대학시절 친구들과는 연락을 기피하고 모든 단톡방에서 나왔다. 아마 뒷소문이 무성했겠지. 언급하는 것 자체가 괴로워 누구에게도 이야기하지 않았으니까. 그저 내 몸과 마음에 상처를 낸, 순진하고 어리석었던 나의 뒤통수를 친 그 아이들과 얽히고설킨 관계망 속에 함께 들어가있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조용히 나를 도려냈다.


그 후 오랫동안 나는 친구가 없는 사람이 되었다. 그들이 몸에 남긴 흔적은 금방 사라졌겠지만 마음에 남긴 상처는 깊고 깊었는지, 십년이 넘게 시간이 흐른 지금까지 나는 아직도 그때를 닮은 악몽에 시달리곤 한다. 웃긴건 나를 제외한 그 아이들은 자기들끼리 여전히 친하게 지낸다는 것이다. 마치 처음부터 나란 존재가 없었단듯이. 인스타에서 남자들끼리의 변치않는 진한 우정을 자랑하는 그들을 볼때마다 심장이 조여드는 기분이다.


그래서 나는 여자 사람이 좋다. 여자 친구들을 많이 만들고 싶다. 뜨개질을 하다 잘못 뜬 부분을 풀어 새로 뜨듯, 그렇게 새 친구들을 만든다. 한번 떴다 푼 실은 조금 구불구불하게 자국이 나있지만, 정성껏 다시 뜨면 흔적 없이 감쪽같다. 나는 지금 지나간 삶을 풀어 고치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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