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관절 이야기

중요한 이야기를 해볼까

by Dahl Lee달리

첫 번째 글은 지나치게 지엽적인 글이었는데, 두 번째 글은 지나치게 두루뭉술한 글이 될 것 같아 두렵다. 할 말은 많은데 가독성을 위해 분량은 제한을 두었기 때문이다.


흠... 어디부터 이야기를 해야 할까?

나의 대학원 시절부터 이야기를 시작해 볼까 한다.


나는 경희대에서 한의과학으로 석사학위를 받았는데, 내 지도교수님이 주로 하시는 연구는 특정 한약물이 신경계에 어떤 작용을 미치는지에 대한 동물실험 연구였다. 그때까지는 '몸'보다는 '정신'에 대한 관심이 지대했던 나는, 대학원을 선택할 때 심리학 쪽에 관심이 생겨서 고려대 심리학 교실과 저울질을 하다가, 결국은 뇌와 행동에 대한 실험연구를 하는 경희대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대학원 면접을 갔을 때 처음 뵌 경희대 동서의학대학원 원장님이셨던 손낙원 교수님이 내 지도교수셨다.


내가 살면서 만나본 선생님들 중에 정말 똑똑하신 분들이 몇 분 계셨는데, 이때 만난 손낙원 교수님이 그중 하나셨다. 손낙원 교수님은 한의사신데도 임상을 안 하시고 자연과학자로 전향(?)하셔서 경희대 기초해부학 교수로 오래 재직하셨다. (보통은 해부학교수는 의사출신들이 하는 경향이 있다.) 교수님은 한의학과 자연과학을 융합시킨 연구로 sci급 논문을 여러 편 쓰신 인재셨다. 교수님은 좋은 학자이기도 했지만 좋은 선생님이셨는데, 강의가 카리스마가 넘치시고 위트가 있었으며, 지적으로 압도적으로 탁월해서 모든 질문에 활짝 열려있었다. 정말로 똑똑한 사람들은 모든 것에 열려있다는 걸 손낙원 교수님을 통해 배웠다. 나는 교수님과 조금이라도 더 같이 있고 싶어서 자처해서 실험실 붙박이 노릇을 했다. 예나 지금이나, 나는 똑똑한 사람을 좋아했다.


교수님은 당시 Sarcopenia, 한국말로는 근감소증에 꽂혀 계셨는데, 강의 중 뇌에 대해 실컷 이야기하시다가 이야기가 기승전 "근감소증"으로 흘러가곤 했다. 하도 강조를 하셔서 Sarcopenia의 Sar만 들어도 진저리가 쳐질 만큼. 한국인들 사망률 1위가 뭐 때문 일 것 같냐고, 암이 아니라 낙상, 근감소증으로 인한 낙상 때문이라고, 한의사들이 이제는 근감소증을 위한 치료를 하는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열변을 토하셨던 교수님. 몇 살 정도 되셨을까. 짐작해 보면 교수님은 당시 50대 정도 셨을 것 같다. 로드사이클을 즐기시는 만능 운동인이셨는데, 햇볕에 갈색으로 그을린 얼굴, 키가 작으시지만 탄탄한 몸, 거기에 나이보다 이르게 하얗게 쇤 백발. 정말 멋있었다. 운동을 그렇게 좋아하셔서 근육의 중요성에 관심이 많으셨던 것일까? 아직 운동의 세계와 만나기 전인 나에게 근감소증은 그냥 교과서 위의 의학 용어 Sarcopenia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내가 관심 있던 뇌 이야기를 실컷 듣다가 교수님이 그쪽으로 이야기를 돌리기 시작하면 나는 기다렸단 듯이 딴생각을 시작하곤 했다. 근육 이야기 따위는 듣고 싶지 않았다. 당시에는.


석사학위를 무사히 따고, 멋진 손낙원 교수님과도 안녕을 고하고, 그리고 몇 년 후... 내겐 엄마와도 같던 할머니가 돌아가셨다. 고관절 골절 때문이셨다. (물론 직접적인 사인은 심부전과 콩팥부전이었지만) 한 단계 더 깊게 들어가자면, 교수님이 내내 경고하시던 근감소증으로 인한 낙상 때문이었다.


평생 식탐이 없던 나의 할머니는 연세가 드실수록 점점 더 말라졌다. 할머니는 마른 몸에 대한 자부심 같은 것마저 있었던 것 같다. 양반의식(?)때문에 먹는 것을 밝히는 것을 체신머리 없다고 생각하셨던 것 같기도 하고.. 할머니는 가끔 자기 다리가 얼마나 말랐는지 보라고 바지를 걷어 보여주셨는데, 정말 근육이 하나도 없고 피부와 약간의 지방만 남은 그런 모습이었다. 평상시엔 할머니의 빼빼 마른 몸을 감흥 없이 보곤 했는데 그것이 할머니를 죽일 줄이야. 할머니는 침대에서 떨어져서 대퇴골의 neck 부분이 부러졌고, 인공관절 치환술을 하셨지만 부족한 근육 탓에 인공관절의 습관성 탈구가 반복되면서 점점 와상환자가 되었다. 재활에 실패하신 것이다. 그러면서 할머니의 순환계는 급격하게 망가지기 시작했고, 결과적으로는 각종 장기부전으로 돌아가시게 되었다.


아무튼, 그래서 고관절은 중요한 것이다.

고관절의 유연성과, 고관절을 감싸고 있는 근육들의 볼륨이 모두 중요하다.


관절이 움직일 때 관절과 주위의 부분에 충격이 분산되는데, 관절 자체에는 47%의 충격이, 주위 근육에는 42%, 인대와 힘줄에는 11%의 충격이 나뉘어 가해진다고 한다. 그래서 근육이 약해지면 관절 자체에 가해지는 충격의 크기가 상대적으로 증가하게 된다. (그래서 골다공증이 호발 하는 여성들의 경우, 엉덩이 운동을 더 열심히 해야 한다)


고관절의 유연성이 중요한 이유는 고관절의 가동범위가 떨어지면 보상적으로 요추를 과가동하게 되기 때문이다. 과가동하는 관절은 손상을 입는다. (그래서 과도한 유연성은 좋은 것이 아니다)

나는 만성 요통 환자가 오면, 고관절과 햄스트링의 가동범위를 확인하고 저하되어 있을 경우에는 가동범위를 회복시켜 주려고 한다. 요추를 보호하기 위해서다.


고관절에서 대퇴 경의 각도에 따라 대퇴 전념(anterversion)과 대퇴 후념(retroversion)이 유발된다. 이는 슬관절에서는 각각 외반슬과 내반슬을 유발하고, 발은 회내외 회외를 유발하는 경향이 있다(임상 경험상, 꼭 그런 것은 아니다) 아차차, 모두를 위한 해부학인데, 너무 나간 것일까. 어쨌든 이정도까지 아는 것이 모르는 것보다 유익하다고 생각한다.


고관절에서 대퇴의 전념 후념을 살펴보는 검사로는 Craig test가 있다. 정상각도는 수직축과 경골의 장축이 이루는 각도가 15 정도 되는 것인데, 15도 이상 나오면 전념이 된 것으로 본다.



Craig test


보통 근육 문제로 인한 고관절의 외회전 제한이 있는 경우, 내회전 근육들(대퇴근막장근, 중둔근, 소둔근, 치골근)등의 단축문제가 있고, 고관절의 내회전 제한이 있는 경우에는 외회전근(이상근, 쌍자근, 내폐쇄근, 대퇴방형근, 대둔근)등에 단축 문제가 있다. 고관절의 내회전 제한의 경우는 근육 문제뿐 아니라 관절낭 자체의 문제로 인한 것도 흔하다.


본인이나 본인 가족에게 직접 Craig test를 해보는 것은 어떨까?

각도가 15도 정도를 이루는지, 양측 다리가 대칭적인 움직임을 보이는지 확인해 보자.

그리고 보행 시나 기립 시, 양측 발바닥이 바닥에 닿는 모습도 비교해 보자.

어떤 것을 의식하는 것만으로도, 문제의 많은 부분이 해결된다.


고관절 스트레칭은 종류가 많지만, 내가 좋아하는 스트레칭은 이 두 개이다.

바쁘지 않으면 지금 즉시 따라 해 보시길.






금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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