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주기 자전에 대한 소고(2)

by Dahl Lee달리

천체는 탄생 직후에는 처음에 지녔던 에너지를 가지고 빠른 속도로 자전하게 된다. "각운동량 보존 법칙"이라는 법칙이 있다. 외부의 힘이 작용하지 않는 한 회전하는 물체는 그 회전의 기세를 유지하려고 한다는 법칙이다. 그래서 탄생 직후에는 달은 지금보다 훨씬 팽팽 회전하고 있었을 것이다.

각운동량 보존법칙이 적용되는 피겨 스핀. 글과 큰 상관은 없지만 넣어본다.


반면, 공전은 다른 천체의 주변을 도는 것이기에 자전만큼 빠르지 못하다. 동주기 자전을 하는 천체는 자전속도가 많이 느려져 공전주기와 자전주기가 맞춰진 것임을 알 수 있다. 어떤 외부의 힘이 작용해, 빠르게 자전하던 천체의 에너지가 소실된 것이다. 어떤 힘일까? 바로 커다란 행성이(지구가) 위성을(달을) 잡아당기는 힘이다.


주변의 큰 천체가 작은 위성을 잡아당기며 속도를 느리게 하는 것을 "조석마찰"이라고 한다. 한마디로 정리하자면 행성이 위성의 목덜미를 낚아채 서서히 속도를 줄이는 방식이랄까.


조석마찰을 자세히 들여다보자. 먼저 거대한 행성, 여기서는 지구가 작은 위성, 그러니까 달을 잡아당긴다. 만유인력의 법칙에 따라 그 잡아당기는 힘은 거리의 제곱에 반비례한다. 달은 점이 아니라 부피를 가진 천체라는 걸 생각해 보면 지구와 가까운 부분은 세게, 먼 부분은 약하게 잡아당긴다. 그래서 달은 점점 찌그러진다. 동그란 공 같은 모양에서 럭비공 같은 모양으로.


달이 완벽한 공모양이라면, 지구가 달의 어느 부분을 당겨도 달의 회전의 중심은 일정할 것이다. 그러나 럭비공같이 비대칭이 된 경우에는 상황은 달라진다. 럭비공에서 가장 부푼 부분(팽대부라고 한다)은 지구와의 거리가 가까워지기 때문에 센 인력을 받는다. 달의 가장 부푼 부분은 다른 부분보다 앞서서 회전하려고 하는데, 그러면 행성은(지구는) 강한 힘으로 그 부분을 자기 쪽으로 휙 잡아당기려고 한다. 결과적으로 행성은 위성이 자전하는 방향과 반대방향의 힘으로 계속 그 위성을 당기는 것이다.


계속해서 자기만의 속도로 빠르게 회전하려는 위성의 자아와 그것을 통제하려는 행성의 자아의 충돌. 달의 회전력과 뒤에서 붙잡는 지구의 중력이 충돌하면서 달의 내부에 있는 암석과 흙은 서로 으득으득 문질러지게 된다. 즉 마찰이 일어내게 된다. 손을 비비면 뜨거워지듯 열이 발생하고, 달이 원래 가졌던 회전력은 이 마찰열의 형태로 우주로 빠져나간다. 그래서 빠르게 회전하던 달은 점점 느려진다. 공전주기와 같아질 때까지 서서히.


에너지를 뺏긴 달은 점점 힘이 빠져서 회전이 느려지다가, 결국 지구 쪽으로 툭 튀어나온 부분을 고정한 채 멈춰 서게 된다. 이제 달은 지구에게 다른 면을 보여주지 못하고 오로지 그 팽대부(툭 튀어나온 부분)만을 보여줄 뿐이다.


종종 자연현상들을 보면서 망상에 잠기게 된다. 내 안에 이과적인 면과 문과적인 면이 공존하다 보니 그런 것 같다. 이번 개기월식을 보면서도 또 한참 공상을 했다. 이번 글은 그 공상의 부산물이다.


달의 뒷면이 어떻게 생겼는지 사람들은 알고 있을까? 생각보다 굉장히 못생겼다.

달은 이런 못난 뒷면을 지구에게 보여줄 수 없다. 지구의 중력이 달을 강하게 구속하고 있기 때문이다. 자기만의 에너지로 회전하던 달은, 지구라는 강하고 매력적인 천체의 중력장에 구속되어 자기의 회전속도를 잃고 아름다운 팽대부만을 지구에게 향한 채 벌써 45 억년째 지구 주변을 빙빙 돌고 있는 것이다.

못생긴 달의 뒷면. 어떤 사람들은 달의 이 모습에 환공포증이 있다고도 한다.



동주기자전이 모든 위성의 특징일까? 아니다.

거대한 목성의 위성들은 대부분 동주기 자전을 하지만(참고로, 목성은 90개가 넘는 위성이 있다), 목성의 중력장을 거스를 만큼 충분히 바깥쪽에 위치한 위성들은 자기만의 자전속도를 지키고 있다. 공전궤도를 유지할 만큼의 중력은 받지만, 자신의 속도를 깎아낼 만큼의 영향은 받지 않는 것이다. 자아를 지킬만큼의 건강한 거리를 유지하는 관계랄까.


그렇다면 또 이런 궁금증이 들기도 할 것이다.

태양 같은 항성 주변을 도는 행성들, 그러니까 지구, 금성, 화성 같은 행성들은 동주기 자전을 왜 안 할까? (지구만 봐도 1년/1일의 갭 차이가 상당히 크다)

일단 행성과 항성의 거리는 위성과 행성 간의 거리보다 굉장히 멀고, 행성은 위성보다 질량이 크기에 자기만의 회전속도를 유지하려는 관성이 굉장히 크다. (쉽게 생각해서 빠르게 회전하고 있는 뚱뚱한 아저씨랑, 작고 마른 여자아이랑 누구를 멈추게 하는 게 쉬울까?) 그래서 행성들은 동주기자전을 하지 않는 것이다.


내친김에, 조석 간만의 차는 그럼 왜 생길까? 밀물과 썰물은 왜 생기는 것일까?

달이 지구를 잡아당기는 힘 때문이란 걸 학교 다닐 때 배웠을 것이다.

조석고정, 혹은 동주기자전은 지구가 달을 잡아당기는 힘 때문에 생기는데, '질량을 가진 모든 물체는 "서로" 끌어당긴다'라는 만유인력의 법칙에 따라 달도 지구를 힘껏 당기고 있다. 물론 지구의 모양을 럭비공처럼 변화시킬 만큼은 아니지만. 흙보다 유동성 있는 '물'에 달이 그토록 애쓰며 지구를 당기는 모습이 드러난다.

만유 인력의 법칙. 질량을 가진 두 물체는 서로 잡아당기고, 그 힘은 거리의 제곱에 반비례한다.



지구는 빠르게 자전하고 있다. 동그란 지구에서, 달에 가장 가까운 부분의 바닷물이 달을 향해 부푼다. 달의 인력에 이끌리는 것이다. 이때 주의해야 할 지점은 그 반대편, 달에서는 아주 먼 쪽의 바닷물도 동시에 부푼다는 것. 이것은 달의 중력이 아니라 회전하는 물체가 가지는, 밖으로 튀어나가려고 하는 원심력이 작용해서이다. (이곳은 달과의 거리가 가장 멀기 때문에 달의 인력은 약하지만 원심력은 여전히 세다.)때문에 지구가 1번 회전할 때, 밀물은 달의 인력과 원심력에 의해 2번 생긴다.


태어나서 만나게 되는 수많은 사람들, 맺게 되는 수많은 관계.


세상의 어떤 사람들은 지나치게 매력적이어서 나도 모르게 그 사람의 중력장 안으로 너무 깊이 들어가 버리는 경우가 있다. 나의 속도를 버리고, 나의 흠결은 감추고, 그 사람에게 나의 한쪽 면만 보여주도록 고정된 채로 그 주변을 빙빙 도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나는 나답지 않은 사람으로 살게 되는 것. 그래서 건강한 관계를 맺으려면 내 질량이 어느 정도 되도록 내실을 쌓고(속이 찬 사람이 되고?), 또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는 것이 필수적인 것 같다.


대단하고 멋진 그에게 나만 일방적인 영향만 받는 것 같지만, 사실은 나도 그를 내 나름의 미약한 힘으로 애써 당기고 있다는 것이 또 고무적이다. 그의 단단한 형태는 바꿀 수 없어도, 유동적인 그의 마음은 하루 두 번 정도는 출렁이게 할 수 있다는 것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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