뿌옇게 정체를 알 수 없는 어두운 감정들이 내 뱃속으로 퍼져나갈때, 내가 붙잡는 것은 구체적이고 경쾌한 것들이다.
가령 셀러리 다듬기같은 것.
차가운 물에 셀러리를 씻고, 서걱거리는 소리로 귀를 채우고, 셀러리가 칼날에 부러지며 손목에 가하는 압력을 느낀다. 수북히 쌓이는 셀러리의 초록. 드레싱 없이 그 아리고 쓴 맛으로 정직하게 입 안을 채운다. 압도적인 향. 입안이 얼얼할 정도의 아삭함. 정신이 번쩍 들게 하는 각성제에 가까운 경험.
나약함, 죄책감, 수치심, 자기혐오... 어둠 속에 힘을 잃고 누워 있다가도 이런 맑은 감각이 나를 하루 더 살게 한다.
삼천원짜리 셀러리 한 단이 주는 구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