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부터 주변에 작은 사건 사고들이 끊이지 않았다. 아랫집에서 화재가 났고, 내가 탄 엘리베이터가 갑자기 멈추었고, 길을 가는데 하늘에서 돌이 떨어진 적도 있었다.
정신없이 바쁜 일상 탓에 그런가 보다 했다.
그러다가 문득, 짐작 가는 일이 있었다. 얼마 전에 말다툼을 하고 인연을 끊을 듯이 마무리를 한 A. A는 특이하고 위험한 느낌이 드는 사람이었지만, 나는 그에게 이상하게 너그러운 마음이 되어 위험 신호를 그냥 넘긴 적이 많았다.
우리는 같은 취미 모임에 속해 있었다. A는 상처를 잘 받는 사람이었다. 그는 주변의 많은 이들에게 상처를 받았고, 그들이 그것을 알게 했다. 큰 체구에 어울리지 않는 여린, 혹은 어린 내면의 소유자. 이것이 내가 그에게 갖고 있던 인상이었다.
그는 종종 단톡방에서 사람들에게 당신들의 행동으로 자신이 상처받았고 기분이 몹시 나빴다는 이야기를 공개적으로 하곤 했다. 그렇게 공격당하면 사람들은 어쩔 수 없이 사과를 했다. 그는 그런 식으로 공격해서 사과를 받아내지 못하면 손절도 불사했다.
다툼이 있던 날. 멀쩡히 대화하다 갑자기 그는 또다시 내게 기분 나빴다고, 급발진을 했다. 그가 내 말을 멋대로 오해해서 생긴 일로, 처음에 난 그의 오해를 풀어주는데 주력했다. 마치 어린아이를 달래듯. 그러다 나도 한계가 왔다. 자신을 일방적인 피해자로 규정하는 그의 정신적인 유치함에 진저리가 났다. 그동안은 그는 상처받기 쉬운 사람이란 생각에 늘 몸을 굽히며 그를 대했었다. 그러나 그날은 저자세를 멈추고, 그에게 당신의 행동으로 나도 상처받았다고 말했다.
아무튼, 이런 식의 대화 끝에 우린 서로를 손절했었다. 거기서 끝난 줄 알았는데...(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