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일기/진심의 바깥-이제야
인스타에서 우연히 보게 된 sujin님의 만화.
그녀의 어머니는 2016년 뇌출혈 발병 후 계속 투병생활 중이시다. 어머니와 아버지에 대한 내용이 많아서 공감하며 만화를 읽었다. 부모님의 삶은 나도 늘 천착하는 주제이기 때문이다.
그 옛날에도 이병헌 닮은 잘생긴 아빠의 외모에 반했던 엄마, 그리고 엄마의 천사 같고 다소곳한 여성미에 반했던 아빠.
넉넉지 않은 형편에도 서로에 대한 한 점의 원망 없이, 사랑하는 마음을 고스란히 쌓아 올린 부부.
이제 좀 살만하다 싶었을 때, 엄마의 뇌출혈이 터졌고, 그날로 자기가 알던 엄마는 없어져버렸다고.
암은 사랑하는 이와 이별할 시간을 주기에 친절한 병이라고. 뇌혈관 질환은 경중에 따라선 하루아침에 갑작스러운 생이별을 하게 할 수도 있다는 작가의 말에 고개가 끄덕여졌다. 사랑하는 이의 껍데기는 거기 있으되 속은 더 이상 그가 아닌.. 참혹하면서도 잔잔한 비극.
나 역시 몇 년 전 아빠가 대장암 진단을 받으셨을 때 하늘이 무너지는 느낌이었다. 그러나 어느 날 갑자기 내가 알던 아빠와 엄마가 한순간에 없어져버리는 일에는 비 할 수 없으리라.
할머니께서 돌아가신 후 부모님을 바라보며, 매일을 우리에게 허락된 마지막 날처럼 살고 싶다고 생각했다. 사랑과 진심을 제대로 표현하며 살겠다고. 그렇다면 이제는 부모님께 나의 마음이 제대로 전해지고 있을까? 나는 그분들의 마음을 온전히 느끼고 있을까? 여전히 자신이 없다.
문득 이제야 시인의 "반대편의 진심"이라는 시가 생각이 났다. "진심의 바깥"이라는 시집에 수록된 시이다. 시인은 온전히 전해지지 못한 진심, 서로에게 닿지 못한 진심을 "진심의 바깥"이라는 표현으로 그려내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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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매일 우리를 위해 애쓰는 사람들
용기 내 진실을 열었다가 다시 서랍을 닫고
녹아내린 믿음을 다시 굳히면서
안을수록 더 빠져나가는 것을 끌어안으며
아무도 간직할 수 없는 각자의 계절에 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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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록 부모님과 내가 서로 각자의 계절에 살고 있더라도..
우리에게 허락된 시간 동안, 때때로 서로의 맞잡은 손의 온기를 느끼고, 믿을 수 있고 간직할 수 있는 이야기를 함께 써 내려가고 싶다.
https://www.instagram.com/sujin.lee.775?igsh=NTRqZzI2dmgxdnk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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