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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무엇이든 할 수 있는 사람

처음으로 서울까지 밤운전 성공하다

by Dahl Lee달리

오랫동안 나에 대해 가졌던 선입관들이 있다. 긍정적인 것들도 있지만 대부분은 부정적인 것들이다.


나는 운동을 못한다.

나는 체력이 약하다.

나는 운전을 못한다.

나는 요리를 못한다.

나는 정리 정돈을 못한다.

나는 공놀이가 싫다.

나는 내성적이고 비사교적이다.

나는 참을성이 없다.


지난 수십 년간, 나 자신에 대한 부정적인 믿음은 외부의 동의를 얻으며 “사실“로서 견고해져 갔다.


“너는 운동은 못해. “

“네가 요리 잘하는 스타일은 아니지.”

“너는 절대 운전해서 서울은 못 가.”


그러나 나는 몇 년 전부터 저 안팎으로 견고한 믿음들을 조금씩 무너뜨리는데서 소소한 재미를 찾고 있다.


평생을 약골로 온 몸에 통증을 달고 살았고, 이십대에 드디어 갑상선에 문제가 생기면서 엄마랑 이모 앞에서 통곡했던 기억이 생생하다. 내 몸은 왜 이모양이냐고.


그런 내가 몇 년 전부터 러닝, 수영, 필라테스를 하면서 조금씩 체력이 강해졌다. 지금은 내 나이 평균을 상회하는 체력을 가졌다고 자신할 수 있다. 어디 가서 “운동신경 없다”는 말은 요새는 들어본 적이 없다.


운전은 또 다른 두려움의 대상이었다. 벌써 십 년 넘게 운전을 하고 있지만 내가 사는 도시 밖으로 운전해서 가거나, 이 도시 안 다른 동네를 가는 것마저 두려웠다. 나를 너무도 사랑하신 엄마는 내게 운전에 대한 두려움을 쉼 없이 주지시켰다. 엄마는 늘 내게 닥칠 각종 사고를 두려워하셨는데 운전은 그 중 최고봉이었다. 그 두려움은 나에게도 그대로 전이되었다. 어릴적 큰외삼촌이 오토바이 사고로 발가락이 절단되셔서 문병갔던 일이 기억에 깊이 아로새겨져 있기도 하고...


올해는 주말마다 추나의학회 강의를 들으러 서울에 가는데, 아무리 시간이 오래 걸리고 불편해도 지하철을 타고 갔었다. 그런데 무슨 용기에서일까 갑자기 2주 전 처음으로 낮에 가양동 한의사협회까지 운전해서 가보니, 아주 간단하고 쉬운 길이었다. 대체 왜 걱정했는지...? 오늘은 처음으로 밤운전에까지 도전해 봤다. 길이 안 막혀서 더 편하고 빠르게 왔다. 나는 서울까지 익숙하지 않은 길을 아주 능숙하게 왕복한 것이다. 벌써 두 번이나!


매일매일 브런치에 글을 올리기로 다짐했기에 밤10시,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는 오늘은 뭘 쓸까를 고민하며 운전했다.

아주 재빠르게, 제목은 이걸로 정해졌다. “나는 무엇이든 할 수 있는 사람.”


다음 도전은 뭐가 될까?

무엇이든, 내가 평생 두려워하고 절대 못한다고 생각해 왔던 바로 그것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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