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무엇을 얻기 위해 글을 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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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브런치에서 "다시봄" 님의 이런 글을 읽었다.
공감 가는 부분이 많았다. 나도 무언가를 맹렬히 원하다가도 막상 가져보면 진짜 원하던 것은 그것이 아닌 적이 자주 있었다. 그래서 이런 질문이 습관이 됐다. 이게 진짜 네가 원하는 거야? 맞아?
이런 질문 습관은 내가 진짜 원하는 것을 향해 직진하게 도와준 것 같다.
그러나 한 번도 글쓰기의 목적에 대해 이 같은 근본적인 의문을 품어본 적은 없는 것 같다.
어릴 때부터 활자 중독이란 소리를 들을 정도로 독서를 좋아했고, 글 쓸 때만이 내가 제대로 살아있다고 느끼는 유일한 순간이었다. 독서와 글쓰기, 그 연장선상에 있는 작가라는 직업은 내게 종교적 소명과도 같았다. 그런 믿음의 근원을 헤집는 질문은 불경스럽게 느껴졌다.
저 글을 읽으며 내게 물었다.
작가, 내가 되고 싶은 게 맞아?
글쓰기, 내가 원하는 게 맞아?
저 글의 저자이신 "다시봄" 작가님은 방송작가부터 여러 가지 글 쓰는 직업을 가지려고 하시다가 좌절하시는 경험을 여러 차례 하신 후 자신은 글쓰기를 통해 위로를 얻고 싶었을 뿐임을 깨달으셨다고 한다.
며칠 동안 나도 곰곰이 생각해 봤다.
나 역시 글 쓰는데 집착하는 이유는 이 행위가 내게 평안과 위로, 생각이 정리되는 감각을 주기 때문이다.
그러나, 나는 독자를 원한다. 내가 원하는 것은 베스트셀러 작가가 되는 것은 아니다. 다수의 대중에게 어필하는 것보다는 내 글을 제대로 이해하는, 단한 줌의 독자여도, 그런 독자를 원한다. 하나님이 의인 열 명만 있어도 소돔과 고모라를 멸망시키지 않으시리라고 했나? 나 역시 딱 열명, 내 글을 즐겁고 깊게 읽어줄 독자가 있으면 좋겠다. 남의 글을 즐겁게 제대로 읽는 것, 부모에게조차 쉽지 않은 일이다. 우리는 기본적으로 남의 이야기를 일방적으로 듣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또한 나는 글쓰기로 나를 부양하고 싶다. 어릴 적 내가 꿈꾸던 모습의 내가 되는 것은 내 맘속 자라지 않고 남아있는 어린아이에게 줄 수 있는 최고의 선물이라고 생각한다. 현재의 나는 어릴 때의 나와 거의 불연속상에 있다. 어린 나와 현재의 내가 같은 사람이라고 증명하는, 양쪽을 이어주는 얇은 실이 바로 독서와 글쓰기에 대한 열망이다. 어릴 적 현실의 고단함을 미처 모르고 꾼 그 꿈을, 어른이 된 내가 이뤄주고 싶다. 누구는 유치하다고, 허영심에 불과하다고도 할 수 있지만, 뭐 어떤가. 어릴 때 꾼 꿈 중 제일 달콤한 꿈을 계속 꾸고 싶은 유치한 사람이 바로 나다.
그러나 현실이 녹록지 않음을 날마다 인식한다.
어릴 적 칭찬받았던 글쓰기 실력은 생업과 그 밖의 짐스러운 일상의 무게에 녹슨 지 오래.
부단히 노력한 이들의 양질의 글은 쏟아져 나오고.
글을 읽는 이들도, 책에 돈을 쓰는 이들도 점점 줄어드는 세상.
나는 더 노력해야 한다.
더 간절해야 한다.
더 깊은 바닥까지 내려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