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물 깊은 집에 갇힌 불면증 환자 D의 이야기(1)

심각한 불면증 환자인 D에게는 비교적 큰 정원이 딸린 작은 집이 있다

by Dahl Lee달리


심각한 불면증 환자인 D에게는 비교적 큰 정원이 딸린 작은 집이 있다. 집은 튼튼해 보이는 붉은 벽돌집이지만, 낡고 오래되어 외풍이 있고 여기저기 삐걱거린다. 그녀의 세간은 간소하다. 옷 몇 가지와 식기 몇 가지. 그녀는 언제든 떠날 사람처럼 짐을 늘이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그녀의 정원은 집에 비해 꽤 널찍하다. 정원은 정돈되지 않은 느낌으로 단풍나무, 자작나무, 소나무, 화살나무, 라일락, 그리고 각종 작은 화초와 식용 식물들까지 여러 가지 식물이 뒤죽박죽 심긴 듯하고, 깔끔하게 정리되어 있는 대신 자기 맘대로 자라나 있는 듯한 인상이다. 그러나 사실은 D의 조금 특이한 심미적 기준에 따라 신중하게 골라진 식물들이, 그녀의 기준으로 반드시 있어야 하는 그곳에 심겨 있다. D는 식물이 인간의 기준으로 너무 깔끔하게 정돈되어있는 것을 아름답게 생각하지 않는다.


D는 벌써 몇 년째 그 마당 있는 집에 유폐되어 있다. 갓 성년이 된 철없고 천진한 얼굴로 그곳에 갇힌 그녀는, 지금은 어느덧 지혜 있는 성숙한 여자의 얼굴을 하고 있다. 그곳은 그녀의 작은 감옥이다. 세상 감옥의 죄수들에게도 매일 일정한 운동 시간이 허락되듯 그녀에게도 짧은 자유의 시간이 있다. 그녀는 매일 낮 12시부터 1시까지 1시간씩, 집 바깥에 나갈 수 있다. 반드시 1시까지는 집에 돌아와야 하기에 멀리 갈 수는 없다. 그녀는 그 시간에 주로 산책을 하거나, 동네 식료품점에 가서 자신을 죽지 않게 만들어줄 만큼의 양의 음식을 사서 돌아온다. 가끔은 동네 사람들과 가볍게 인사를 나눈다. 사람들은 그녀가 집에 유폐되어 있는 것을 모른다. 그저 극도의 내향인이라고 생각한다.


D의 집 마당에는 바닥을 알 수 없는 깊은 우물이 있다. 우물물은 차고 시원하고 깨끗하다. 그 물이 그녀의 집의 유일한 수원이다. 그녀는 그 물을 마시고, 그 물을 길어 청소를 하고 정원을 가꾼다. 그녀가 그 우물의 비밀을 깨달은 것은 비교적 최근의 일이다. 그녀를 집에 유폐시킨 저주의 근원이 그 우물과 깊이 내통하고 있다는 것을. 그 깨달음은 누가 가르쳐준 것도, 논리적인 것도 아니었지만 어느 날 갑자기 벼락처럼, 혹은 사고처럼 그녀의 마음을 지배하기 시작했다. 그 깊은 우물이 메워지는 날, 그녀의 유폐도 끝난다. 그녀는 세상으로 나갈 수 있을 것이다. 자유를 찾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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