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튜브를 시작하다
나를 보호하는 마지막 껍질을 벗어버리고
익명의 온라인 세계에 대한 두려움이 늘 있었다.
가면을 쓴 다양한 사람들이 서로에게 거친 말을 하고, 아무렇지도 않은 얼굴로 상처를 주고, 마치 더러운 속옷을 전시하듯, 남에게 보여줘서는 안 되는 각자의 밑바닥을 들여다보게 하는 공간이라고.
그래서 글도 인터넷에는 쓰지 않으려고 했다.
가능한 정제된 곳에, 정제된 방식으로, 혹은 은밀한 사적인 공간에만 쓰려고 했다.
브런치를 시작하는 것도 무서웠다.
사실 여전히 무섭지만, 이제는 브런치를 하는 사람들, 이 공간에 글을 남기고 읽는 사람들은 대부분이 양질의 사람들이라는 것을 안다.
브런치는 대부분 브런치 작가들이 남의 글도 읽게 되는 구조인 것 같다.
한 편의 글을 제대로 완성하는 사람들은 당연히 수준 높은 '고급 독자'들이다.
브런치는 아마 세상에서 제일 안전한 공간일지도...
나는 내게 자주 '나는 어떤 글을 쓰고 싶고, 누구에게 내 글이 읽혔으면 좋겠느냐'는 질문을 한다.
아직도 이 질문에 대한 답을 확실하게 정립하지 못해서 묻고 또 묻고 하는 것이겠지.
최근에 내린 결론은 이렇다.
나는 책을 안 읽는 사람들을 책을 읽게 하고, 가벼운 이야기만 읽는 사람들을 조금 무거운 이야기로 이끌고 싶다.
야심인지 욕심인지?
이것이 내 가장 밑바닥에 깔린 야망인 것 같다.
그래서 유튜브도 시작하게 되었다. 얼굴도 목소리도 다 까고...
유튜브는 브런치와는 완전히 다른 공간이다. 온갖 시끌벅적한 것이 뒤섞인 전쟁터 느낌?
나는 유튜브 숏츠에서 내가 사랑하는 시 이야기를 한다.
숏츠에서, 시라니. 어울리지 않는 조합.
책이라고는 글이라고는 분명히 관심 없을 사람들 앞에 시를 들고나간 것은, 전쟁터에 알몸으로 나 자신을 노출시킨 기분이다.
그래도 한 명이라도 내가 하는 이야기를 듣고 내 글을 찾아 읽을 사람이 있으려나 싶어서 그리했다.
나는 그만큼 간절하다. 그리고 더 간절해져야 한다. 남은 시간이 많지 않다.
내가 언제까지 살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그래도 마지막 순간까지 꿈을 위해 노력하다 죽은 사람으로 남고 싶다.
*아 참, 며칠간 브런치에 글을 쓰지 못했다.
(변명을 하자면)
그 기간 동안 나는 공모전에 글(동화)을 투고했고, 새로운 공모전에 낼 소설을 구상 중이다.
현업(혹은 본업, 혹은 제1직업)이 몹시 바빴다.
그리고 며칠은 몹시 아파서 잠을 자지 못했다. 운동도 많이 하지 못했다.
이제야 몸이 조금씩 나아져가고 있다.
https://youtube.com/@dallee7207?si=sU6SFEFN3E9Qnx4b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