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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주 두 잔에 만취해서 길을 잃다

뱅글뱅글 도는 길

by Dahl Lee달리

오늘은 러닝 크루에서 회식이 있어서 모처럼 차를 두고 모임에 갔다. 차는 편하지만 음주의 적. 집에 걸어갈 각오를 하고 가벼운 마음으로 마시다 보니 주량을 넘게 마셔버렸다. 그래봤자 두 잔이지만.


모임이 파하고 집에 걸어오다 마을버스가 오길래 탔는데 정류장을 이상한 데서 내려서 한참 걷고, 집에 거의 다다라서 또 길을 잃었다.

집이 저기 보이는데 울타리가 빙 둘러쳐져서 아무리 걸어도 집에 가까이 갈 수가 없다.,..


나의 술에 찌든 뇌가 답답했다. 왜 이럴까. 집이 저기 있는데 왜 갈 수 없을까?

나는 빨리 집에 가는 것을 포기하고 그냥 아무렇게나 걷기로 마음을 고쳐먹었다.


그렇게 고쳐 마음먹으니 순간 두둥실 가벼워진다.

나는 자유로워져서 빙빙 걸으며 헤매며 온갖 해서는 안될 일을 상상했다.


말해선 안 되는 말

해서는 안될 행동

싫어해서는 안될 사람을 싫어하고

사랑해서는 안될 사람을 사랑했다


그러다 보니 집 대문 앞에 도착해서

나는 다시 길을 헤매고 싶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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