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의 가장 낮은 자리에서
할머니 기일이다.
부모님과 함께 연화장을 찾았다.
그날이 어제같다.
오랫동안 하나님께 제발 할머니를 살려달라고 기도했었다.
그러다가 제발 할머니를 빨리 죽게해달라고 기도했었다.
가망없는 죽음의 과정이 기약없이 길어지고, 할머니의 몸은 날마다 그저 천천히 부서지고 있었음을 인정한 순간부터.
마침내 할머니의 몸을 태우려고 이곳에 가족들과 왔을때 나는 만신창이었다.
세상의 가장 비천하고 낮은 자리에 내가 있었다.
사랑하는 사람을 지켜내지 못한 자의 자리.
꿈속을 걷듯 삼일장을 치렀다.
장례를 마치고 쓰러질 줄 알았지만 의외로 멀쩡한 일상을 살아나갔다.
그리고 알게 되었다.
어떤 이별은 천천히 소화된다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