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 앨리스 워커의 '컬러 퍼플'을 읽었다. 그 소설은 엉망진창으로 휘몰아치는 소용돌이 같아서, 단정한 내 세계를 흔들어놨다. 주말 동안 운전하다가 몇 번이나 사고를 낼 뻔했다.
그 책의 주인공은 셀리. 내가 만난 최고로 곰 같은 여자.
셀리는 (그녀의 아버지의 묘사에 따르면) 못생기고 멍청한 흑인 여성이다. 책은 셀리가 아버지에게 성폭행을 당해 두 아이를 잇달아 출산하는 이야기로 시작한다. 아버지는 두 아기를 어디론가 데려가 버린다. 셀리의 어머니는 정신이 온전치 못하고 몸도 아프다. 어머니는 셀리가 아버지와 정을 통했다는데 분노하며 죽어가는데 그녀는 변명조차 하지 못한다. 그녀에게는 예쁘고 똑똑한 네티라는 동생이 있다. 아버지는 셀리를 실컷 유린한 후 네티에게까지 눈독을 들이고, 셀리는 네티를 지키기 위해 자신이 대신 아버지를 상대하려고 노력한다. 곰의 전형이다.
네티에게 구혼자가 생겼다. 아버지는 네티를 결혼시키고 싶어 하지 않는다. (아마도 네티에 대한 욕심을 버리지 못한 느낌이다. 말로는 네티는 결혼을 안 시키고 선생님이 되게 할 거라고 했지만.) 아버지는 구혼자에게 네티 말고 못생기고 멍청한 셀리를 아내로 데려가라고 한다. 구혼자는 좋은 남자가 아니다. 그는 이전에 한번 결혼했던 남자다.(이 구혼자는 의도적으로 소설 속에서, 거의 내내 이름이 제대로 불려지지 않는다. ㅇㅇ씨라고 불린다. ) 그에겐 전 아내 말고 어려서부터 진심으로 사랑한 여자, 셕이 있다. (그녀는 셀리와는 정반대인, 예쁘고 끼가 넘치는 가수이다.) 그는 셕과 혼전 임신으로 아이도 낳았지만 자기 부모님의 반대로 결혼은 하지 못했다. 남자는 혼인 이후에도 첫사랑과 신나는 성생활을 즐겨서 결혼 생활 내내 아내를 슬프게 했다. 결국 못 견딘 아내도 맞바람을 폈다. 질 나쁜 남자와. 그녀는 애인에게 총을 맞아 죽고 이제 '구혼자'는 애 딸린 홀아비가 되었다. 그는 자기 자식들을 거둬줄 여자를 찾고 있는 것이었다.
줄거리 요약은 이쯤 할까. 그 구혼자는 결국 셀리랑 결혼을 하고 셀리는 결혼 생활 내내 개처럼 두들겨 맞으면서도 좋은 엄마, 좋은 아내가 되어 가정을 돌본다. 그 남자는 첫사랑과 대놓고 바람을 피우다가 그 여자가 병에 걸리자 집에 데려와서 셀리에게 간병을 시킨다. 그런데 셀리는 그녀와 사랑에 빠진다. 그 사랑은 무려 쌍방이다.
나는 책을 읽으면서 셕(가수 여자)과 ㅇㅇ씨의 사랑이 꽤 진지한 '진짜 사랑'같다고 생각했다. 서로의 첫사랑인 데다가 둘이 사랑할 때 모습이 굉장히 자유롭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둘은 가끔 남자는 치마를 입고, 여자는 바지를 입고 놀았다고 했다. 남자는 셀리와의 결혼 생활에서는 굉장히 가부장적으로 군다. 하지만 셕과의 관계에서는 치마도 입고, 여자의 말대꾸도 다 참아주는 사람이다. 내가 보기엔 참 이상적인 사랑이었는데, 이런 사랑도 결국 변한다. 셕과 셀리가 사랑에 빠지니 말이다.
그런데 셀리랑 셕이 나중에 돈을 많이 벌고, 각종 비극에서 탈출해서 좋은 집을 사서 완벽한 가정을 꾸린 시점에서 셕은 또 아주 어린 남자에게 가버린다. 뭐라고? 나는 누군가에게 머리를 마구 두드려 맞은 느낌이었다.
아참, 아버지의 마수에서 지켜낸 네티, 예쁘고 똑똑한 동생은 목사님 부부와 함께 살게 되면서 아프리카 선교를 간다. 그 목사 부부는 셀리가 낳은 두 자식을 입양해서 키우고 있다. 그녀는 신실한 하나님의 종이다. 그녀는 언니인 셀리에게 계속 편지를 쓰지만, ㅇㅇ씨는 그 편지를 감추어 전해주지 않는다. 그녀의 편지 속에는 하나님을 찬양하는 내용이 가득하다. 기독교인인 나는 그 내용에 잔뜩 감정을 이입하며 책을 읽었다.
하지만 주인공인 셀리는 셕과 사랑을 하면서 내가 알던, 그리고 동생이 알던 하나님을 부정한다. 그녀는 자연 속에서 하나님을 발견한다.
나는 머리를 수차례 맞고 뺨도 몇 대 더 맞은 기분이 되어 책을 덮었다. 그래도 나는 책을 읽는 동안 곰 같은 셀리가 참 좋았다. 두드려 맞으면서도 청결하게 집을 가꾸고 부지런하게 바느질을 하고 맛있는 요리를 만들어 내었던 그녀가 참 좋았다. 나는 그녀를 내 일부로 받아들이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