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반 일리치의 죽음

by Dahl Lee달리

1. 죽음의 과정을 징그럽도록 자세히 들여다보기.


2. 과연. 톨스토이는 훌륭한 작가고, 고전이란 이런 것이다.


3. 진실하지 못한 삶의 태도가 이반을 외롭게 했다.

건강할때는 드러나지 않았지만, 사실은 그는 외로운 사람이었다.


4. 결혼이 무너지기 시작한 것이 자녀들의 탄생때문이라는 것이 흥미로웠다.

어느 순간부터 아내와의 정신적 교류를 회피하기 시작한 이반.

죽어가는 이반 곁에서 진정으로 슬퍼하지 않는 아내가 잔인하게 느껴지지만, 그녀보다 더 나쁜 것은 오랫동안 진지한 관계에서 도망친 이반이다.

현실 세계에선 모든것이 선명한 것처럼, 선악이 분명히 나뉜 것처럼 보인다. X는 나쁜 년/놈, Y는 착한 년/놈. 하지만 깊이 들여다보면 세상에 일어나는 일들의 속 사정이란 거의 이런 식이지 않을까?

그래서 모든 일에 섣부르게 정죄하는 말을 해서는 안되는 것 같다.


5. 나의 할머니가 겪은 죽음도 이런 모습이었을까? 할머니도 이렇게 외롭고, 억울하고, 화나고, 슬펐을까?

이반의 어린 아들이 흘린 눈물이 마침내 그를 죽음에서 빛으로 이끌었던 것처럼, 할머니는 자신을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둘러싸여 있어서 빛으로 가셨을까?




'이반 일리치의 죽음'은 톨스토이의 중단편이다.

요새 집중력이 저하된 탓에 중단편 소설마저 며칠에 걸쳐 끊어읽었다.


사람 마음의 밑바닥을 집요하게 긁는 문장들이 끊임없이 이어진다.

한 문장도 대충 쓴 느낌이 없다.

그가 비명을 질러대며 죽음을 통과하는 과정을 읽으며, 마치 내가 이반의 방 옆에 세라도 얻어 살고 있는 느낌이었다. 괴롭고 무서워져서 나도 모르게 제발.. 제발 그를 빨리 죽여줘.. 하는 마음이 되어버렸다.


리뷰를 쓰고 싶다고, 써야한다고 느꼈지만 이번주는 내내 운동한다고 잠깐의 짬도 내지 못했다.

이러니 저러니 해도, 나는 역시 책이 좋다.

이번주에 있었던 일 중 가장 즐거운 일이 이 책을 읽은 것.


요새의 나는 훌륭한 작가들이 모두 다 훌륭한 인간은 아니란 사실을 알았다.

그래서 최근엔 작가가 되고싶다는 욕망이 많이 사그라든 것 같다.

나는 차라리 맑은 인간이고 싶다.


그래도...인간의 심리를 이정도로 표현해내는 작가는 실제로 만났어도 매력적인 사람이었을 것 같다.

역시나 책을 읽다보면 끝에는 작가가 궁금해지는 나.

당신을 만나보고 싶다, 톨스토이씨.



"지금까지 내내 나는 산을 오르고 있다고 생각했지만 사실은 산을 내려가고 있었다. 사람들의 눈에는 내가 산을 오르는 것으로 보였겠지. 그러나 내 삶은 사실은 항상 발 아래로 미끄러져 내려가고 있었을 뿐이었다."


-이반 일리치의 죽음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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