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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부로 오늘을 버리지 않을 것

by 이작가


“가장 완벽한 계획이 뭔지 알아? 무계획이야.”
- 영화 기생충 대사 -

고등학교 때부터 해야할 목록 만들기를 좋아했다. 아침에 일어나면 그날 해야할 것들을 깨알같은 글씨로 분 단위로 쪼개 적었다. 하나하나 클리어할 때마다 밑줄 두 개를 그으며 느끼는 희열이란. (갑자기 유희열 생각나.. 웃음)

큰 계획은 막연하게 세운다. 어떻게 될지 모르니까. 도중에 실패할 수도 있고 생각이 달라질 수도 있다. 그렇다고 아무 계획도 없이 살기엔 내가 너무 무방비다. 정말 아무 것도 안 하고 살고 있을 모습이 생생하게 떠오른다. 게으른 천성을 가진 나. 그래서 노력하지 않으면 끝도 없이 그 게으름에 갇혀 되는대로 살고 있을 나. 그렇다고 성격이 둥글둥글해서 상황을 유하게 받아들이지도 않는다. 게으른 천성을 타고난 주제에 자신에게는 너무 냉철하다.

나의 특기는 (재주라고 해야하나?) 남과 나를 비교해서 자괴감에 빠지는 것이다. 내가 생각해도 나는 정말 최고의? 특기를 장착한 것같다 . 그렇다고 누군가와 비교하며 살아온 인생이 나쁘지만은 않았다. 더 열심히 사는 원동력이 되기도 했으니까. 비교한 사람보다 더 잘 하기위해 해야할 목록 리스트는 더 빼곡하게 채워졌다. 그날 세운 계획을 다 해내지 못 한 날은 자책하기 바빴다. 열심히 해 낸 것이 더 많은데 하지 못 한 몇개에만 집중하느라 나를 칭찬하고 알아줄 시간은 없었다. 그렇게 마음은 서서히 지쳐갔다.

누군가와 끊임 없는 비교로 언젠가 이뤄야만 목표를 위한 리스트들이 더이상 활력이 되지 않았고 마음을 답답하게 하는 올무가 되어버렸다. 진짜 내 꿈이 뭐였는지 중심을 잡기 힘이든다. 내가 가야할 길이 뚜렷하게 보이던 시절이 있었는데, 언제부터일까 내 길이 잘 보이지 않는다. 당장 내일 어떻게 될지 모르는 인생을 천년만년 살것처럼 목표를 세우고 리스트를 만들었다. 그래서 중심을 잃었는지도 모르겠다.

하루하루 지쳐 나가떨어지기를 반복하다가 삶의 태도를 바꿔보기로 한다. 알 수 없는 미래를 향한 목표를 위한 계획 보다 오늘을 더 행복하게 살아갈 “희망리스트” 만드는 것이다. 오늘 꼭 해야할 일 말고 오늘 꼭 하고싶은 일을 적는 것이다. 신기하다. 그냥 리스트의 주제를 바꿨을 뿐인데 삶이 달라졌다. 내 삶이 내 생각대로 바뀌고 있었다. 해야할 일을 할 때와 하고 싶은 일을 할 때 삶을 대하는 방식은 완전히 다르다.

생각이 바뀌자 행동이 바뀌었고 행동이 바뀌자 삶이 달라졌다. 오늘을 더 신나게 살 수 있게 되었고 또 내일의 오늘을 기대하게 되었다. 내삶은 내껀데 누군가의 목표에 맞춰 흘러가고 있었다. 그래서 행복하지 않았는지도 모르겠다. 내가 하고 싶은 일들로 하루하루를 채워나가면서 내삶이 진짜 내것이 되었다. 내 삶을 나로 채우는 것은 당연한 것인데 왜 그것을 모르고 살았는지. 온통 내 생각으로 가득찬 내 삶이 좋다.

어디를 향해 가고 있는지 모르겠다면 하루하루를 소중하게 살고 싶다면 자신이 원하는 방향으로 자신의 삶을 이끌고 싶다면 주저하지 말고 let’s go!!


< #함부로오늘을버리지않을것 >
#왕다현 #혜화동 #도서협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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