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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기다립니다.

그림책을 읽고...

by 이작가

“당신은 가족을 맞이할 준비가 되었나요?”

비가 앞이 보이지 않게 내리던 여름날. 흙냄새와 비 냄새가 마음을 울렁이게 하는 그런 밤. 우산을 들고 나와 산책길에 나선다. 우산에 떨어지는 빗소리에 맞춰 노래를 흥얼거리다. 후텁지근하고 나른한 오후다. 슬리퍼가 바닥에 쓸리는 소리에 더위와 습기가 더해지는 것 같다.

한참을 걷는다. 길 저쪽에 조그만 것이 꿈틀거린다. 무섭긴 하지만 궁금하기도 해서 다가가 본다. 강아지다. 주위에는 아무도 없다. 도대체 이 강아지는 하필 내가 걷고 있을 때 이곳에 있어서 난감하게 하는지 모르겠다. 그냥 지나칠 수도 있었지만 비까지 내려 도저히 그냥 두고 갈 수가 없다. 한참을 쓰다듬다가 하는 수 없이 안아 들었다. 그리고 집으로 데려가기도 마음먹는다.

부들부들 떨고 있는 까만색 강아지의 눈이 밤하늘의 별처럼 예쁘게 빛난다. 목줄은 없다. 주인이 없는 강아지인가? 일단 집으로 데리고 가기로 한다. 따뜻한 물로 씻기고 나니 제법 귀엽다. 드라이어로 털을 말려주니 꼬리를 흔든다. 심장이 쿵 하고 내려앉는 것 같았다. 먹일 게 마땅치 않아 우유를 데워줬다. 처음엔 주저하다가 마지막까지 다 먹어치우는 녀석이 귀여워 피식 웃음이 난다. 얼마 만에 웃어보는지 모른다. 꼬리를 흔들며 바라보는 녀석의 눈빛이 좁고 외로웠던 원룸을 따뜻하게 만든다. 쬐끄만 녀석이 재주도 좋다.

강아지 사진을 찍어 주인을 찾는다는 전단지를 여기저기 붙였지만 연락이 없다. 여러 날을 기다리며 고민해 녀석을 키우기로 한다. 이름은 별이로 했다. 밤하늘 별처럼 반짝이는 별이. 별이가 오고 원룸은 별이의 물건들로 더 좁아졌지만 마음은 더 넓어졌다. 별이를 산책시키기 위해 산책을 시작했고 하루 종일 한 마디도 안 할 때가 많았는데 별이와 이야기하느라 말이 많아졌다. 이렇게 말이 많았던 사람이었던가. 커튼을 열어 놓고 환기를 시작했고 음식을 하기 시작했다. 사는 게 암울하기만 했는데 즐거워지기 시작했다.

강아지를 처음 키워 보는 거라 알아야 할 것이 많았다. 초록창의 도움을 받아 별이에게 필요한 것들을 알아갔다. 별이가 가는 병원도 생겼고 별이가 주사를 맞을 때는 눈을 꼭 감았다. 별이는 건조한 삶에 색을 입혀줬다. 이제 별이 없는 세상은 상상할 수 없다. 별이를 키우는 것은 장밋빛 아름다운 세상만은 아니었다. 매일 산책을 시키는 일이 버거운 날이 있었고 별이가 새벽에 짖는 바람에 이웃에 미안함에 고개를 숙이기도 했고 이불에 오줌을 싸서 침구를 빨아야 하는 일이 생기곤 했다. 하지만 소중한 것을 지키기 위해서는 책임이 따른 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별이 산책을 시키며 건강해졌고 이웃에게 사과하며 이웃을 알게 되었고 별이가 오줌을 싸면 이불을 더 자주 빨아서 더 위생적이 되었다고 생각하기로 한다. 이제 다시는 이불에 오줌을 싸지 않겠다고 별이가 눈으로 약속했다. 정말이다. 그 반짝이는 눈으로 나를 보며 다시는 이불에 오줌을 싸지 않겠다고 했다. 또 한 번 속아주기로 한다. 오늘은 산책길을 바꿔봐야겠다. 안 가 본 길에 들어설 용기를 별이를 통해 얻었다. 별이와 함께라면 어디든 갈 수 있을 것 같다.

귀찮아도 깨끗하게 씻겨 주어야 하고,

꼬박꼬박 산책을 나가야 하고,

짐을 깨끗이 치워야 하고,

아프지 않은지 수시로 돌봐 주어야 합니다.

강아지를 키우는 일은 생명을 책임지는 일이다. 마지막까지 책임지고 키울 수 있는 마음의 준비가 되어있는 때 그 녀석을 집으로 데려와야 한다. 강아지를 키우고 싶은 아이들과 함께 이 책을 읽으면 좋을 것 같다. 강아지를 키우고 싶어 하는 어른들이 봤으면 좋겠다. 새로운 가족을 맞이 할 준비를 하고 있다면 let’s go!!


< #나는기다립니다 >

#표영민 글

#잠산 그림

#길벗어린이 #도서협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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