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rpe Diem!!
하루 일과를 마치고 지친 나를 위로하는 몇 가지가 있다. 맥주 한 캔, 빨강머리 앤, 리틀 포레스트(영화) 그리고 사랑스러운 아이들의 재잘거림이다. 재잘거림은 엄마의 초자연적 사랑으로 가장 아름답게 표현한 단어다. 대부분 재잘거리기보단 싸운다.
잠자기 전 당장이라도 침대와 하나가 될 것 같은 몽롱한 정신을 부여잡고 빨간 머리 앤이나 리틀 포레스트를 본다. 15분에서 20분 정도다. 잠자기 전 힘들고 지친 나를 새롭게 리셋하는 성스러운 루틴이다. 이 시간을 거치고 나야 편안한 마음으로 잠을 잘 수 있다. 나를 정화하는 소중한 시간이다.
걱정을 사서 하는 성격이다. 대범한 척 연기를 해봐도 금세 들통이 난다. 그리고 아무리 걱정을 해도 걱정했던 일은 실제로 잘 일어나지 않는다는 것과 실제로 일어나도 생각처럼 대단한 일이 아닌 경우가 많다는 것도 알고 있다. 그래서 생각한다. 지나간 것에 붙들려 걱정하며 허송세월 보낼 것도 없고, 내일 일어날지 일어나지 않을지도 모르는 일을 걱정할 필요도 없다. 따뜻한 햇살과 포근한 바람을 느끼며 마음 한 켠을 자연에 내어주며 현재를 즐기면 된다.
듣기만 해도 가슴 떨리는 말 “행복”은 적응을 잘하는 녀석이라 금방 익숙해진다. 오랫동안 소망하던 일을 이루고 나서 느끼는 행복감은 허무하리만큼 빠르게 마음속에서 자취를 감춘다. 이거였어? 이미 정복되어버린 행복은 또 다른 행복을 찾아 허기진 배를 움켜쥔다. 그래서 ‘아주 큰 행복’ 하나보다 비엔나소시지처럼 ‘작은 행복’이 줄줄이 이어지는 것이 더 효과적이다.
현재를 즐기는 carpe diem의 대명사가 있다. 바로 우리 엄마다. 아빠의 사업 실패와 보증으로 우리 가족은 드라마의 주인공이 되었다. 하루아침에 집이 없어져 이사를 해야 했고 집에서 살림만 하던 엄마는 직장을 구해야 했다. 평생 살림만 하던 엄마가 식당에서 일을 하게 된 것이다. 그때도 엄마는 불평하지 않으셨다. 형편이 어려워졌으니 가족을 위해 무엇인가를 할 수 있는 일이 있다는 것에 감사하다고 했다. 무너졌던 가족의 마음을 다시 일으켜 세워주는 말이었다.
“불평한다고 달라지는 것은 없어.
그냥, 오늘 열심히 사는 거지.
이런 하루도 즐기겠다고 다짐하면
어느 순간 즐겁게 일하고 있는 나를 발견하곤 해.
물론, 도저히 힘을 낼 수 없을 만큼 힘든 날도 있지만
그때는 감사하며 기도해봐.
그러면 또 즐거운 하루가 마법처럼 시작된단다.”
세상에서 자신과의 싸움이 가장 어렵다고 한다. 하지만 자신과의 처절한 전투에서 굳세게 싸워 이겨도 어쩔 수 없는 상황에 직면하게 되면 그 싸움은 초라해진다. 세상과의 싸움에서는 가끔 이기고 대부분 진다. 한도 없이 늘어나는 내 주량이 그것을 증명하고 있다. 그 어렵다는 자신과의 싸움에서 이겨도 어쩔 수 없는 세상의 힘에 눌릴 때면 납작 엎드려 빨리 그 상황이 지나가길 바란다. 그럴 때면 엄마가 조용히 속삭이는 것 같다.
“ 오늘 많이 힘들었지? 우리 강아지 고생 많았어. 오늘은 아무 생각하지 말고 푹 자. 그리고 내일 아침에는 거울을 보며 이렇게 말해보렴. ‘오늘을 마음껏 즐겨보자. 내가 마음먹은 대로 내 삶은 이루어지게 되어 있어. 너라면 할 수 있어.’ 이렇게 다짐하고 나면 가슴속에서 힘이 솟아 올라 또 즐겁게 하루를 살 수 있을 거야. 지금까지 잘 해왔잖아. 엄마가 알지. 우리 강아지 힘내.”
“엄마, 오늘은 나도 엄마가 그랬던 것처럼
오늘의 작은 행복을 찾아 즐길 수 있을 것 같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