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가 된다는 것의 의미

by 이작가

2013년 12월 18일 민간단체인 ‘부부의 날 위원회’가 제출한 ‘부부의 날 국가 기념일 제정을 위한 청원’이 국회 본회의에서 결의되면서 2007년에 법정 기념일로 제정되었다. 날짜는 해마다 5월 21일이다. 5월 21일에는 가정의 달인 ‘5월에 둘(2)이 하나(1)가 된다’는 뜻이 들어 있다.


둘이 만나서 하나가 되기로 한다. 검은 머리 파뿌리가 될 때까지 서로를 아끼고 사랑하겠노라 맹세도 했지만 막상 결혼 생활을 시작하면 현실은 이상과 다르다. 꽃길만 펼쳐질 줄 알았던 결혼 생활은 신혼여행을 다녀오고 일주일이 채 지나기도 전에 민낯을 드러낸다. 치약을 짜는 버릇부터 식사를 하고 바로 설거지를 하느냐 몰아서 하느냐, 화장실 사용하는 에티켓, 잠자는 시간, 여가시간 사용하는 법, TV 프로그램 선정하는 방식과 같이 사소한 하나하나까지 모두 다르다는 것을 알고 놀란다. 말도 안 되는 걸로 삐지고 마음 상하고 말다툼을 한다. 연애를 7년이나 했지만 이렇게 서로를 모르고 있었다는 것이 신기할 정도다. 하지만 영원할 것 같은 기싸움과 사소한 말다툼 또한 놀랍게도 어느 순간부터 줄어든다.


아이를 낳고 대소사를 함께 치러내고 내가 아닌 우리에게 처한 문제를 함께 고민하고 해결해 나가며 또 다른 감정이 만들어지기 시작한다. 서로를 애틋해하는 마음이 생기고 동지가 된 것 같은 전우애도 생긴다. 사랑이라는 말로는 다 설명할 수 없는 우리끼리만 느낄 수 있는 감정이다. TV 프로그램에 한 명이 단어를 설명하면 다른 한 명이 맞추는 게임이 있다. 엉뚱한 대답이 나올 때마다 보는 사람은 배를 움켜잡고 웃는다. 만약 우리 부부가 이 게임을 한다면 모두 편집될 가능성이 크다. 우리 부부는 다 맞출 수 있으니까. “그거 있잖아 그거.”라는 말만 해도 어쩌면 우리는 알아차릴지도 모른다. 톨스토이는 “행복한 결혼 생활에서 중요한 것은 서로 얼마나 잘 맞는 가 보다 다른 점을 어떻게 극복해 나가는가이다.”라고 했다. 우리 부부는 행복한 결혼생활을 위해서 퍼즐 조각을 맞추듯 서로 다른 점을 이해하고 수용하면서 하나씩 하나씩 그 조각들을 맞춰나가는 중이다.


부부 백년해로 헌장 10대 수칙

1. 인내하며 다툼을 피한다.

2. 칭찬에 인책치 말라.

3. 웃음과 여유를 가지고 대하라.

4. 서로 기뻐할 일을 만들어라.

5. 사랑을 적극 표현하라.

6. 같이 즐기는 오락이나 취미를 만들라.

7. 금연, 절주하고 건강을 지켜라.

8. 서로 지나치게 의존하지 말라.

9. 매년 혼약 갱신 선언을 하자.

10. 부부교육 프로그램에 적극 참여하자.


10대 수칙 중에 4~5만 실행해도 백 년이 아니라 천 년 해로도 가능할 것 같다. 상대방이 나에게 ‘무엇을 해주나’하고 두고 보지 말고 ‘내가 무엇을 해주면 좋을까?’라고 생각을 바꾸면 부부 관계는 좋아질 수 있다. 신혼초, 기념일이 다가오면 남편이 이번에 어떤 선물을 주고 어떤 이벤트를 해줄지 잔뜩 기대했다. 사진을 예쁘게 찍어서 SNS에 올려 우리가 얼마나 햄 볶으며 살고 있는지 자랑해야 했으니까. 행여 남편이 기억하지 못하거나 맘에 드는 이벤트를 준비하지 않았을 때는 혼자서 실망하고 괜히 화를 내기도 했다. 하지만 결혼은 누군가가 만들어 놓은 요리를 우아하게 먹는 것이 아니라 주변이 어질러지고 태우기도 하고 맵고 짜기도 한 음식을 둘이 함께 만들어가는 과정이었다. 남편 혼자 차려 논 음식을 염치없이 먹기만 하면서 맛을 평가하고 플레이팅을 나무라는 것은 옳은 행동이 아니었다. 남들 눈에 비친 우리의 모습은 중요한 게 아니었다.



그래서 이번 부부의 날은 내가 준비했다. 남편에게 선물할 꽃을 사러 가는 발걸음이 가벼웠다. 꽃가게에 들어가 어떤 꽃을 살까 고민하며 고르는 순간이 설레고 즐거웠다. “예쁘게 포장해주세요. 남편 줄 거거든요.”라고 말하며 행복함을 느꼈다. 지금까지 남편이 날 위한 꽃을 사며 느꼈을 기분을 생각하니 울컥하는 무엇인가가 마음속에서 울렁였다. 그냥 지나칠 수도 있었던 날에 부러 의미를 부여하며 느끼는 감정들에게서도 진심을 느낄 수


서로 마주 보며 사랑을 키워갔던 우리가 살아가면서 같은 방향을 바라보며 나란히 앉게 된다. 서로의 모습 속에서 서로를 확인하며 사랑을 확인하려던 모습은 어느새 서로로 물들어 비슷한 생각을 하고 비슷한 가치관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모습이 된다. 서로 다른 두 원석이 만나 두 원석이 서로를 통해 자신만의 빛을 내는 보석이 되게 하는 과정이 결혼이 아닐까? 사랑하는 사람이 자신의 빛을 찾아 더 빛나는 모습을 지켜봐 주고 응원하는 게 세상에서 가장 멋진 일이 아닐까?


결혼에서의 성공이란
단순히 올바른 상대를 찾음으로써
오는 게 아니라
올바른 상대가 됨으로써 온다.
- 브리크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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