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이디푸스왕 >
#소포클레스 #을유문화사
#고전살롱
인간 종족이여,
너희는 아무것도 아닌 삶을
살고 있다고 평가하노라
누가, 과연 어떤 사람이
더 많은 행복을 누리겠는가?
누구나 행복한 것처럼 보이다가,
기울어 몰락하는 법이라네.
당신의 운명을, 가여운 오이디푸스여,
당신의 운명을 본보기로 삼아
인간에게 속한 어떤 것도
행복하지 않다고 말하리라. 131p
신은 우리에게 이미 다 계획이 있다는 말인가? 아무리 애쓰고 노력해도 어떻게 할 수 없는 주어진 운명 앞에서 우리는 머리를 조아리고 당연하듯 받아들여야 하는가?
최선을 다하면 열심히 노력하면 어떤 일이든 다 이뤄낼 수 있다는 객기를 갖고 살았던 때가 있었다. 이루고자 하는 목표를 위해 아낄 수 있는 모든 것을 아끼고 찾아낼 수 있는 극한의 것까지 참아내며 나아가길 원했던 때가 있었다. 꿈을 이루지 못 하는 것은 나의 나태함과 게으름 때문이라고 여기던 때가 있었다.
삶을 살아 보니 꼭 그런 것만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차피 될 일은 어떻게든 되고 안 될 일은 어떻게 해도 안 된다. 어쩌면 태어나면서부터 나에게 주어진 운명이 있을지도 모른다. 너무 지치고 힘들 때면 그렇게 생각하며 모든 것을 내려놓고 싶어 진다.
태어나기도 전부터 아버지를 죽이고 어머니와 결혼을 하게 된다는 운명을 갖게 된 오이디푸스. 어떻게든 그 운명을 피하고 싶어 부모도 오이디푸스도 노력하지만 자신도 모르게 운명 지워진 삶을 살게 된다. 아무것도 모르고 연루된 사건들 속에 오이디푸스는 어떻게 했어야 했는가?
신들의 놀이에 장단 맞추기에는 너무 가혹하지 않은가?
정말 인간은 주어진 운명을 뒤집을 수 없다는 말인가? 그저 주어진 대로 받아들이며 그 안에서 행복을 찾으며 근근이 살아내야 한단 말인가?
오이디푸스 왕과 같은 운명을 갖고 태어나지 않았음에 안도하고 감사해야 하는가? 그렇다면 내가 아닌 누군가가 그러한 운명 앞에서 고통받으며 살고 있을 수 있다는 것이다. 끝나지 않은 질문들이 나를 따라다니며 괴롭혔다. 아무리 고민해도 삶은 객관식이 아닌 주관식이기에 내가 쓴 답에 어떤 점수를 줄지 알 수 없는 노릇이다.
내 삶이니까, 맞든 틀리든 내 방식으로 살아야겠다고 생각한다. 조금이라도 덜 후회하는 방법을 택한다. 지금 순간의 선택과 행동이 어떤 결과를 초래할지 모르겠지만 최선을 다해 살아낼 것이다. 최선을 다해 사랑할 것이고 최선을 다해 넘어지고 최선을 다해 일어날 것이다. 그리고 어떤 운명이 나에게 주어졌던 그 모든 것을 살아낸 것은 나다. 삶은 즐거워야 하고 그 모든 내 삶은 다 내꺼다.
“운명은 운 좋은 사람이나 불운한 사람을 언제나 일으켜 세우고 넘어뜨리기 때문입니다. …… 사람에게서 삶의 즐거움이 방출되고 나면, 그 사람은 살아 있는 존재가 아니라 살아 있는 것 같은 시체에 불과합니다.” 63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