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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의 여행자들

by 이작가

< #밤의여행자들 >

#윤고은 #민음사 #도서협찬


“결국 이 모험을 통해 확인할 수 있는 것은 재난에 대한 두려움과 동시에 나는 지금 살아 있다는 확신이었다. 그러니까 재난 가까이 갔음에도 불구하고 나는 안전했다는 이기적인 위안의 말이다.”


그 사람의 됨됨이를 알아보려면 위기 상황에 닥쳤을 때 행동을 보면 된다. 그 상황 안에서 어떤 생각을 하고 판단을 하며 선택을 하는지를 보면 그 사람을 어느 정도 알 수 있다. 시간이 얼마나 흘렀는지 알 수 없는 언젠가의 시간에 사람들은 자연재해를 입은 지역을 여행 상품화해서 패키지로 여행을 다닌다.


자신의 불안을 녹이고 안전함에 안도하기 위해 재난 후의 그들의 삶을 여행한다. 인간들의 이기와 불손함이 놀랍지도 않다. 재난 후 살아남은 사람들은 무가 되어버린 삶의 터전에서 유한한 자신의 삶을 어떻게든 살아내기 위해 관광객들 앞에서 재난 상황을 연기하고 여전히 하나에 1달러 하는 기념품을 판다. 관광객들이 돌아가고 나면 연기자가 배역에서 빠져나와 삶으로 복귀하듯 현실로 돌아온다.


재해가 발생하고 시간이 지나고 나면 그 관광 상품은 시들해진다. 관광객들이 찾아오지 않으면 그곳 사람들은 직업이 사라진다. 그 안에서도 더 가지려는 자는 생기고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 누군가의 희생이 필요하다면 그들의 목숨까지 제물이 되게 한다. 자신의 안위를 위해 그것을 알고도 모른척한다 그 묵인들의 방향이 자신을 향하지 않기만을 바라며 자신의 묵인을 정당화한다.


인간의 욕심은 어디까지 달려가고 있는가. 자연은 이미 우리에게 충분한 것을 주고 있지만 인간의 끝없는 욕심은 채울 수가 없다. 욕심은 화를 부르고 결국 그 화는 자신을 향한다는 것을 안다. 하지만 욕심은 눈을 멀게 하고 듣지 못하게 한다. 생각은 마비되고 죄책감마저 자리를 잃는다.


어느 부족에서는 원숭이의 욕심을 이용해 사냥을 한다고 한다. 손만 겨우 들어가는 항아리에 먹이를 넣어두기만 하면 원숭이 사냥은 끝이다. 시간이 지나면 원숭이가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게 될 테니까. 가서 잡기만 하면 된다. 먹이가 든 항아리를 발견한 원숭이는 항아리에 손을 넣는다. 하지만 주둥이가 좁은 항아리에서 먹이를 쥔 손은 쉽게 빠지지 않는다. 화가 난 원송이가 지르는 소리는 자신이 잡혔다는 알람이 된다. 사람들이 와도 원숭이는 움켜쥔 손을 좋지 못한다. 손에 쥔 것을 놓기만 하면 되는데…


우리의 모습을 원숭이에게서 찾을 수 있다. 언제 쓰나미가 몰려와 우리를 휩쓸고 지나갈지 모르는데 움켜쥔 것을 놓지 못하고 몰려오는 쓰나미를 보며 고래고래 소리만 지른다.


빠르게 전개되는 이야기가 몰입해서 읽게 한다. 재난 영화 한 편을 보고 자리에서 일어날 수 없는 느낌을 받았다. 상황들이 머릿속에서 이미지화되어 책 읽는 즐거움을 더 한다. 2021 영국 대거상에서 번역 추리소설상을 수상한 이유를 충분히 알겠다. 그.. 이유가 궁금해? 그렇다면 let’s go!! 후회하지 않을 거야.


“때로는 지금 살고 있는 시간보다

짧은 공백이 우리 삶에 더 큰

영향력을 행사할 수도 있었다.


요나는 생각했다.

어쩌면 모든 여행은 시작되기 전에

이미 출발선을 넘은 게 아닐까. 하고

여행은 이미 시작된 행보를

확인하는 일일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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