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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작가 May 18. 2022

비빔밥의 효능

비빔밥을 좋아한다.

냉장고를 열어봐도 딱히 먹을 것이 없다. 입맛까지 없다. 이럴 때 간단한 해결책이 있다. 바로 비빔밥이다. 밥 먹기는 귀찮고 그렇다고 안 먹을 수도 없을 때 며칠 동안 반찬통에 다소곳이 자리 잡고 앉아 간택되기만을 기다리는 녀석들을 한데 모은다. 뜨끈한 밥 한 공기에 각종 반찬들을 옹기종기 모아 놓으면 예술작품같기도 하다. 한국인의 힘, 고추장을 알맞게 넣고 취향에 따라 김가루도 좀 뿌려준다. 비빔밥의 하이라이트는 뭐니 뭐니 해도 마지막에 한 바퀴 휙 두르는 참기름이다. 참기름의 고소함에 콧구멍이 저절로 벌름거린다.


오른손으로 비비고 왼손으로 비비고 먹음직하게 비벼내면 숟가락은 거들뿐 입안에서 폭죽이 터지고 잔치가 벌어진다. 각자의 고유한 맛도 맛이지만 이 녀석들이 한데 어우러져 내는 맛이란. 비빔밥을 먹어 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아는 맛. 그래서 더 무서운 맛이다.


재료 하나하나가 어우러져 새로운 맛을 내고 더 좋은 맛을 내는 비빔밥처럼 우리의 삶도 그런 것 같다. 각자의 독특하고 훌륭한 것들이 혼자서도 멋지게 빛날 수 있지만 서로가 어우러져 더 멋진 것을 만들어 낸다. 혼자서만 더 잘하고 싶었던 때가 있었다. 능력만 있다면 혼자서 무슨 일이든 다 해낼 수 있다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마면서 알게 되었다. 세상엔 혼자서 할 수 있는 것도 있지만 함께 해야 할 일들이 더 많았다. 그리고 함께 하는 과정에서 새로운 것들을 알게 되고 함께 하는 사람들과 쌓여가는 유대감을 통한 감점의 풍요로움이 더 큰 가치로 자리 잡는다.


탱글탱글 꼬막반 밥반 꼬막비빔밥. 봄을 알리는 여린 열무김치를 넣고 쓱쓱 비벼 먹는 열무 비빔밥. 보리를 오랫동안 불려 지은 밥에 이것저것 되는대로 재료에 고추장 한 숟가락 푹 퍼서 비벼 먹는 보리비빔밥. 100살까지 건강하게 살 수 있을 것 같은 강한 신념을 갖게 하는 산채비빔밥. 지금까지 열심히 살았음을 증명할 수 있는 소고기 비빔밥도 빼놓을 수 없다. 어디 이뿐이겠는가. 집집마다 특화된 비빔밥이 하나씩은 있을 것이다. 우리집 비빔밥엔 진미채 무침을 잘게 썰어 넣는 게 우리집만의 비법이다.


깜깜한 밤에 혼자서 반짝이는 별은 더 빛나 보이고 대단해 보이지만 혼자서 빛날 뿐이다. 하지만 무리를 지어 뜬 별은 각자를 돋보이게 할 수는 없지만 서로 어울려 곰을 만들고 사자를 만들고 물병을 만든다. 혼자 있을 때는 알 수 없었던 자신의 가치를 함께 있음으로 깨닫게 된다.


양푼에 담긴 비빔밥을 온 식구가 둘러앉아 숟가락으로 양껏 퍼 먹으며 하루의 일과를 이야기하며 묵혔던 피로를 풀어낸다. 쌓아뒀던 감정을 풀어 내고 풀리지 않던 문제를 해결한다. 서로의 일상을 공유하며 가족의 유대는 더욱 단단해지고 끈끈해진다.


요즘 가족 간의 관계가 뜨뜨미적지근 하다면  양푼을 꺼내 냉장고  모든 재료를 뜨끈한  위에 보기 좋게 올려놓고 고추장  퍼서 올리고 계란 프라이도 양껏 올려 비빔밥을 만들어 보자. 참기름  바퀴 두르는 것도 잊으면  된다.  속는 치고   해보자. 진짜 비빔밥의 효능을 체감할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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