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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작가 Jul 14. 2021

날자,미운 오리 새끼!!

미운 아기 오리

"넌, 누굴 닮아서 그러니?"

역시. 그냥 넘어가는 날이 없다. 나는 우리 집 변종이다. 좋은 대학을 나와 좋은 직장에 취직해 안정적인 노후를 준비하고 계신 부모님과 공부 잘하는 형, 그리고 싹싹하고 붙임성 좋고 애교 많은 누나를 보면 알 수 있다. 다른 집에서는 막내가 사랑받는 다는데 어찌 된 일인지 나는 언제나 우리 집의 아웃사이더다.


엄마는 항상 누굴 닮아 그 모양인지 모르겠다고 혀를 차시고 아빠는 묵언 수행으로 나를 인정하지 않는다. 형은 내가 자기 동생인 줄 알기나 하는지 모르겠다. 그래도 누나가 가끔 나를 알아준다. 그래서 가끔 생각한다. 아이를 물어다 준다는 학들이 주소를 잘 못 알고 나를 우리 집에 잘 못 놓고 간 게 아닐까?


책이나 TV, 영화를 보면 집안에서 나처럼 집에서 내놓은 자식이 미운 오리 새끼처럼 더 멋지게 성공해서 과거를 회상하는 장면이 나온다. 그렇다. 나는 우리 집 미운 오리 새끼다. 내가 그렇게 태어나고 싶어서 태어난 건 아니다. 태어나 보니 내가 부모님이 원하는 아이가 아닌 것을 어떻게 하겠는가?


나는 만화 그리는 것이 좋다. 내가 생각한 캐릭터들이 하얀 도화지 위에서  생각대로 살아 움직이는 것이 좋다. 만화를 그리고 있는 동안에는 시간이 어떻게 지나가는지 모른다. 가끔 아주 가끔 만화를 그리다 수학 학원에 늦는 날이면 학원 선생님께서 여지없이 엄마에게 전화를 하신다.


"어머님, 안녕하시죠?"

"네, 선생님. 선생님도 더운데 애쓰시죠? 또 우리 선빈이에게 문제가 생겼나요?"

"네,  오늘 또 선빈이가 지각을 했어요. 숙제도 안 되어 있고요. 수학책에는 온통 만화가 그려져 있네요."

"아휴, 도대체 그 녀석은 누굴 닮아서 그럴까요 선생님?"

"어머님께서 선빈이랑 이야기를 좀 해보세요. 저도 학원에도 이야기하겠습니다."

"네, 선생님 감사합니다. 우리 선빈이 좀 잘 부탁드릴게요."


집안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경험상 이럴 땐 조용히 방에 들어가는 것이 좋다. 방에 들어가려는 순간.


"이선빈 이리 와봐!"

'이크, 또 한 소리 듣겠구나'

"네."


엄마의 끝도 없는 잔소리가 이어진다. "알겠어?"  "네." "알겠냐고?" "네, 알겠어요." 컨드롤c 컨트롤 v를 계속하며 '이 또한 지나가리라.' 마음속 수양을 한다. 잘 좀 하라는 가족들의 꿀밤 세례를 받고 가시방석에 앉아 모래알 같은 저녁을 씹어 삼키고는 겨우 방으로 들어왔다.


나는 백조를 꿈꾸는 미운 오리 새끼가 아니다. 나는 그냥 있는 그대로의 나로 살고 싶을 뿐이다. 누구와 비교된 삶을 사는 것이 아니라 내가 가진 모습 그대로 살고 싶다. 공부 잘하는 형은 형의 삶이 있고 애교 많고 친절한 누나는 누나 나름대로의 삶이 있다. 엄마 아빠가 엄마 아빠의 인생을 살고 있듯 나도 그냥 내 삶을 살고 싶을 뿐이다.


백조가 된 미운 오리 새끼는 자신이 백조라는 사실을 안 후 갑자기 자존감이 높아지고 자신감이 뿜뿜 솟아올랐을까? 아마 그렇지 않았을 것이다. 어린 시절 내내 미운 오리 새끼라고 놀림받고 구박받은 경험이 마음속에 여전히 남아 있을 것이다. 백조가 된 미운 오리 새끼는 백조가 되어서도 끊임없이 불안과 두려움에 시달릴 것이다. 자신이 잘하지 못하면 또 누군가에게 놀림을 당할지도 모른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네이버 웹툰 작가 평균 연봉이 약 3억 1천만 원이라고 한다. 물론 연봉이 행복의 척도가 될 수 없고 성공한 인생의 표본이 될 수 없지만 우리 집 미운 오리 새끼인 내가 최고 연봉자가 될지 누가 알겠는가? 백조를 꿈꾸지 않는 미운 오리 새끼지만 가끔 어쩌면 내가 천재 웹툰 작가일지도 모른다는 행복한 꿈을 꾼다. 세상 모든 미운 오리 새끼들이 웃을 수 있는 그날까지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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