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 돈을 쓰면 가방에 돈을 넣어준다. 무슨 그런 세계가 다 있나 싶을 것이다. 나도 가서 살고 싶다는 욕망이 끓어오른다. 하지만 막상 이야기를 듣고 나면 달라질 것이다. 사람들은 너나 할 것 없이 15살이 되면 자신만의 머니백을 메고 살아간다. 그 머니백에 돈이 많이 쌓이면 가난한 사람이고 적으면 부자가 되는 것이다. 가난한 사람은 제 몸보다 더 큰 머니백을 짊어지고 다닌다. 이 세상을 사는 모든 사람은 머니백을 크기를 줄이는 것이 목표다. 우리는 돈이 많으면 좋겠고 그들은 돈이 없으면 좋겠다. 하지만 돈이 있는 사람은 있는 대로 없는 사람은 없는 대로 행복하지가 않다. 도대체 왜 우리는 돈이 있어도 그리고 돈이 없어도 행복할 수 없는 것인가? 돈은 뭐고? 부자는 뭐고? 행복은 무엇인가?
“나가자 일터로 우리에겐 빚이 있다!”
누가 이 말을 만들어 냈는지, 웃음이 났다가 바로 코끝이 찡 해진다. 10알도 넘는 알약을 빈속에 삼켜 넣으며 지각하지 않기 위해 바쁜 걸음을 한다. 열이 나는 아이의 울음소리를 가슴에 묻고 현관을 나선다. 다리가 아프시다는 부모님의 전화를 퉁명스럽게 받으며 회사 일을 한다. 연인과 보기로 한 영화를 급한 업무로 취소한다.
직업은 생계를 유지하기 위해 자신의 적성과 능력에 따라 일정한 기간 동한 계속하여 종사하는 일이다. 이것은 사전적 직업의 의미이다. 생계를 유지하기 위해 하는 일이 직업이다.
그러나 우리는 끊임없이 자신을 누군가와 비교하며 그 우위에 서고 싶어 한다. 더 크고 넓은 집에 살아야 하고, 더 멋진 차를 가져야 하고, 더 비싼 가방을 들어야 하고 더 근사한 곳에 가서 좋은 음식을 먹으며 사진을 찍어 SNS에 올려야 한다. 아이들은 더 좋은 학원이나 과외를 받아서 다른 아이들보다 더 높은 점수를 받아야 한다. 생계를 위함이 아니라 자신을 더 멋지게 포장하기 위해서 돈을 벌어야 한다. 그러나 욕심은 끝이 없다. 하나를 만족하면 또 하나의 욕심이 자라난다. 하지만 이런 모든 일들을 욕심으로만 치부할 순 없다.
알약을 집어삼키고, 우는 아이를 뒤로하고, 부모님의 부탁을 외면하고, 연인과의 데이트를 취소하면서 우리는 돈을 번다. 그렇게 일을 하고 또 일을 한다. 그럼에도 우리는 늘 마이너스의 삶을 벗어나기 힘들다. 하루하루 보이지 않은 머니백이 우리의 어깨를 짓누른다. 아침이 되면 물먹은 스펀지처럼 온몸이 무겁고 머릿속은 무거운 돌덩이가 내려앉아 있는 것 같다. 그럼에도 나가자 일터로 우리에겐 빚이 있다!!
그럼에도 낡아 빠져 너덜너덜해진 마음과 말을 듣지 않는 몸을 이끌고 일터로 향한다. 해열제를 먹고 어린이집에 갔을 아이를 생각하며, 부모님의 약값을 걱정하는 마음으로, 연인과의 행복한 미래를 꿈꾸며 그리고 무엇보다 더 나은 나의 삶을 위하여 깊은숨 몰아쉬고 전진한다. 사랑하는 사람들을 생각하면 멈출 수 없는 행복이다. 마이너스 통장의 압박은 무섭지 않다. 가족들과 함께 소소한 일상을 누리며 감사하는 삶이 행복이다.
부자가 되고 싶었다. 아무런 걱정 없이 식당에 가서 이것저것 주문해 보고 싶었고, 1년에 한 번씩이라도 해외여행도 하고 싶었다. 아이들에게 좋은 옷을 가격택을 보며 고민하지 않고 사주고 싶었다. 부모님께 떡하니 용돈도 한 움큼 드리고 싶었다. 그리고 날 위해 고민하지 않고 읽고 싶은 책을 다 사고 싶었다. 후원하고 있는 아이들을 더 늘리고 싶었다. 하지만 먹고 싶은 것을 머리를 맞대고 고민하고, 어쩌다 한 번 하는 여행에 더 들떠 설레고, 아이들에게 경제관념을 가르치고, 부모님께 더 자주 전화를 드리고, 정말 읽고 싶은 책을 여러 번 생각하게 된다. 그리고 그 덕에 도서관을 더 자주 이용한다.
정말 부자가 되면 좋겠지만 부자가 되고 나면 나는 그 부를 지키기 위해 불을 켜고 그것을 지킬 것이다. 그리고 더 큰 부자가 되기 위해 고통받고 결국, 스트레스에 행복을 양보하게 될 것이다. 진정한 부자는 나만의 이익을 위해 움켜쥐는 사람이 아니라 조금이라도 세상의 무게를 덜어주려고 노력하는 사람이다. 다른 사람이 못 가지게 하기 위해 자신의 행복마저 포기하는 이기적인 마음으로는 절대 부자가 될 수 없다.
돈은 행복하기 위한 수단이다. 돈이 목적이 되어서는 행복할 수 없다. 진정한 부자는 그것을 아는 사람이다. 돈이 많으면 누릴 수 있는 것들이 많아진다. 눈이 번쩍 뜨이는 세상이 열리기도 한다. 하지만 그것들을 위해 지금 우리가 누릴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을 포기해서는 안 된다.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주어진 시간을 아껴 시간 부자가 된다면 사랑하는 사람과의 더 많은 추억을 쌓아가게 될 것이다. 더 큰 부자가 있을까? 더 큰 행복이 존재하기나 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