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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개양이 CATOG May 29. 2021

도움을 주고 도움을 받다.

나와 비슷한 일을 겪은 친구를 도우며 스스로를 도운 일

 상상 초월의 의료사고들을 감당하며, 괴로움에 몸부림을 치고 있을 때 내 주변인의 행동들은 이해가 가기보다는 원망스럽고 버거웠다. 십 년간 복용한 우울증 약을 의도치 않게 단칼에 끊게 만든 사람도, 내가 감당해야 했던 상황들도, 아무도 이해해주지 않는 것 같은 극도의 외로움에 마음에는 세상을 향한 원망이 가득 찼다. 

우울증은 겪고 있었지만 육체적으로는 꽤 건강한 편이었기에, 발목부터 허벅지까지 캐스트를 하고 휠체어를 타고 일상을 살아낸다는 것은 여간 고통스러운 일이 아니었다. 그 전에는 쉽게 해내던 일들도 모두 버거워졌고 이 상황에서 나를 감싸주고 안아주기보다 불편함을 표현하는 주변인들이 원망스러웠다. 


 우연한 기회에 주변인들을 이해하게 되었다. 토론토에서 현재까지 두터운 우정을 쌓아가고 있는 친구와 한 팀에서 조별과제를 하게 되었다. 그 친구는 평소에 매우 상냥하고, 사려 깊고 주변인을 배려하는 성품이었는데 어느샌가 딴 사람을 보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끊임없이 화를 내고, 주변인을 원망하고, 팀워크가 중요한 시점에 아무것도 못하겠다며 나자빠지는 상황이었다. 가뜩이나 나 역시 수술/재활로 힘든데 끊임없이 누군가를 원망하는 사람 옆에 있는 것이 여간 힘든 일이 아니다. 그러나 맡은 팀 과제는 해내야겠기에, 그 친구를 따로 불러 물었다. 그 친구는 뜻밖의 대답을 했다. 


"사실, 네가 어떻게 받아들일지 모르겠는데, 내가 우울증 약을 장복하다가, 살도 찌는 것 같고.... 혼자 약을 끊었어. 근데 그 이후로 모든 게 너무 힘들어."


불과 일 년 전 나와 같은 상황이었다. 나는 말했다.


"나도 우울증 약을 오래 먹다가 한 번에 끊은 일이 있어. 근데 의사 동의 없이 끊으면 엄청 위험한 일 하는 거야. 당장 의사 찾아가서 상황 이야기하고, 도움을 청해야 해."


그 친구는 처음에 고집을 부렸다. 그 마음도 사실 이해가 간다. 우울증 약을 장복하면 여러 부작용들 역시 감당해야 하는 것을 나는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그렇지만 일방적으로 약물을 극단적인 방식으로 끊으면 엄청난 감정 기복을 감당해야 하고 기타 신체적인 증상도 뒤따른다. 다행히 그 친구는 의사를 찾아가 도움을 청했다. 


"아무런 스트레스가 없고 모두의 지지 안에서 의사의 조언대로 천천히 끊어야 하는데, 내가 방금 엄청 위험한 일 했데. 지금은 학교도 다녀야 하고 일이 많으니, 일단 먹던 양을 먹으라고 하네."


 완전히 성격이 바뀌어버린 듯한 그 친구의 행동들을 옆에서 지켜보며, 내 주변을 둘러싼 주변인의 마음이 조금은 이해가 됐다.


" 아... 정말 내 옆에 있기 힘들었겠구나... "


 그렇다고 내가 겪은 고통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었지만, 주변인들이 나에게 내비친 불쾌한 감정은, 내가 그 정도의 원인을 제공했기에 돌아오는 것이었음을 몸소 체감하고 나니, 원망과 외로움을 꽤 많이 거둘 수 있었다. 그리고 그 친구는 나에게 이렇게 말해주었다.


" 우리가 만난 것에는 다 이유가 있는 것 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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