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중속의 고독
이번에는 고양이들의 집단으로 가보았다. 개의 집단에서 본성을 숨기고 다른 개들이 주인에게 충성하는 행동을, 공을물어 주인에게 가져다주는 행동을하는 이상한 개양이 같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이게 웬걸, 고양이들의 집단에서도 개양이인 나느 이상하게 도드라져보이고 이곳에서도 소속감을 느낄수가 없다.
네마리의 고양이들이 뒷편을 향해 뚜벅뚜벅 걸어갈때, 도드라지게 앞으로 나오는 고양이는 어디로 가고있는가? 앞으로 나오는 개양이에게 시선을 보내는 유일한 고양이는 저것이 조롱인지, 연민인지 알 수 없는 시선을 건낸다. 자신들을 따라오지 않아서 조롱하는것인지 함께하지 못하여 안타까운것인지 알 수 없는 애매한 시선... 앞을 향해 걸어나오는 개양이는 애써 시선을 두지않기로 하고 다른방향으로 앞발을 뗀다.
사실 저 고양이 집단도 이상하긴 매한가지인데 왜 나만 여기서 이상한 개양이가 되는가? 사실 그렇다. 고양이들은 집단행동을 하지 않기 때문이다. 저 고양이들은 늑대들인지 고양이들인지 알 수가 없다. 한 마리 한 마리 마음대로 공놀이를 즐기는 대신 무리를 지어 움직이는 이상한 고양이들 사이에서 왜 또 나만 이상한 개양이가 되어버리는가. 도대체 알수가 없다.
군중속 고독, 이짧은 말로 함축되는 이 그림은 사회적 집단과 개인 사이에서 일어나는 엇갈리는 방향성에대한 질문이였던듯 하다. 주위에 아무리 많은 사람들이 있던, 얼마나 큰 사회적 집단에 소속되어있던 그것은 중요하지 않다. 소속되어있으나 소속되어있지 않다. 아무렇지 않은척, 사회화된 모습으로 나를 포장하여 사람들에게 밝은 모습을 내보여도 마음속에서 느겨지는 '나'는 깊숙히 고독하고 외롭다. 가는 방향에 대한 확신 없이, 어두운 터널을 뚜벅뚜벅 걷고 있다.
Jessie Jihyun Lee, 다른 고양이들은 어디로 가는가?(Where are the other cats going?), Acrylic on canvas, 91cm x116.5, 2011
.
.
.
2011년 어느날, 또 한 번 이렇게 질문을 던진다. 나는 개인가 아니면 고양이인가?